[투데이에너지 홍시현 기자] 독일 히트펌프 판매량이 지난해 23만6,000대로 전년대비 53% 증가하는 등 유럽에서 히트펌프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2021년 유럽 히트펌프협회(European Heat Pump Association)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 대비 공기열 히트펌프 판매가 40% 증가했으며 21개국에서 210만대가 출하됐다. 특히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가 전체의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EU에는 약 1,700만대가 설치돼 난방 기기 시장의 14%를 차지하고 있다. 히트펌프 시장 확대로 인해 Vaillant, Johnson Controls 등 글로벌 기업들이 히트펌프 생산 강화에 앞다퉈 나아가고 있다.   

Paul Waning 독일 히트펌프협회(BWP) 회장은 “시장 성장이 본격화되고 있으며 사람들은 히트펌프가 화석 연료 난방에 대한 최상의 대안이라는 것을 분명히 이해했다”라며 “업계는 혁신적인 솔루션으로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히트펌프 시장의 급성장은 기후위기 대응 그리고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가스비 급등이 더해지면서 대안으로 히트펌프가 떠올랐다. 

히트펌프는 냉매가 증발기 내에서 증발하고 주위에서 열을 빼앗아 기체가 되며 다시 응축기에 의해 주위에 열을 방출해 액화하는 냉동 사이클로서 방출된 열을 난방이나 가열에 이용하는 경우의 냉동기를 말한다. 열을 저온부에서 고온부로 빨아올린다는 의미에서 열펌프라고 한다. 열원은 공기, 태양열, 지열 등 자연열원을 이용한다.

연료비 급등으로 유럽에서는 가정용 가스(콘덴싱)보일러를 가정용 히트펌프로 전환 시 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보급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 뉴욕도 2027년부터 빌딩 건축 승인을 위해서는 가스나 석유 보일러 또는 난방기 대신 전기를 사용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국내에서 아직 히트펌프가 익숙하지 않지만 이미 에어컨, 건조기 등 가전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유럽처럼 난방용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가정용 히트펌프는 냉난방을 동시에 할 수 있으며 온수까지 사용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해 에어컨과 보일러를 결합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또한 가스를 소비하지 않고 자연열원을 활용해 난방을 하기 때문에 최근 이슈된 가스비 폭탄으로부터 자유롭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가정용 히트펌프 보급이 저조하다. 이유는 △전기요금 △설치 공간 △가격 등 3가지로 들수 있다. 

우선 전기요금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우리나라는 200kWh단위로 3단계, 최저와 초고간의 누진율은 3배로 운영된다. 반면 미국은 1.64배, 일본 1.54배로 운영된다. 결국 전기요금 자체는 우리나라가 이들 국가보다는 저렴하지만 누진 구간으로 접어들면 이들 국가보다 비싸게 된다. 또한 우리나라와는 달리 많은 전력회사가 경쟁하는 일본과 미국에서는 소비자가 다양한 요금제 중에서 선택할 수 있으며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누진제가 없다. 

히트펌프는 전기 1kWh로 열 에너지 4~5kWh를 생산할 수 있다. 현행 누진제에서 히트펌프를 사용해 85㎡ 아파트 기준 평균 열 에너지를 만들려면 320kWh 전기를 써야 한다. 국내 4인 가구 평균 전력 사용량 300kWh에 히트펌프 가동에 들어가는 전기요금 320kWh을 더하면 누진세 최고구간인 600kWh를 넘기게 돼 ‘가스비 폭탄’이 아닌 ‘전기요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 

다음으로는 가격이다. 가정용 히트펌프 가격은 약 700~800만원 정도로 가스 보일러 가격의 10배 정도 비싸다. 냉방용으로 사용할 경우 에어컨을 대체한다고 하면 가격 격차는 줄어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설치 공간 문제다. 가정용 히트펌프는 축열조가 필요해 가스 보일러보다 공간을 최소 3배 이상 더 차지한다. 거주 형태를 보면 단독주택이 많은 유럽과는 달리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많아 공간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에 건설사에서도 가정용 히트펌프 적용을 꺼리는 이유이다.  

결국 우리나라에 가정용 히트펌프 보급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위의 3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현재 가정용 히트펌프에 대한 기술개발도 이뤄지고 있으며 공동주택에 가정용 히트펌프를 적용을 위한 시범사업이 추진 중에 있어 이를 통해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가장 큰 걸림돌인 전기요금 누진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에는 가격, 설치 공간 등 문제가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유럽과 같은 가정용 히트펌프 보급 확대는 기대하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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