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대 기계시스템학과 임용훈 부교수 

[투데이에너지] 최근 한파와 대내·외적인 에너지수급 불안, 인플레이션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겹치면서 전력요금 인상과 더불어 난방비 급증에 따른 사회적 이슈가 뜨겁다. 

정치권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전가의 보도인 양 연일 추경 등을 통한 난방비 지원의 필요성을 피력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원인 분석이나 기초적 수준의 해결방안 제시도 없는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의 초 근시안적인 난방비 지원 방안 제안은 잠재적인 정치 지망생들의 자신감만 북돋아 줄 뿐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음에 씁쓸한 입맛을 다시게 된다.

사실 우리나라는 세계 8위의 에너지 다소비국이나 에너지·자원 소비량의 약 93%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에너지 빈곤국으로서 2021년 기준 에너지·자원 수입에 지출된 비용은 우리나라 전체 수입액의 22%에 달한다. 

따라서 오래전부터 에너지·자원 가격 상승 및 수급 불균형 등 세계적인 에너지 시장 변화에 매우 취약하다.

에너지수급 안정화 측면에서 외부 변동요인에 대한 국내 자체적인 완충 기능이 거의 부재한 상황에서 오히려 에너지 가격은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저가 기조가 장기간 유지되고 있으니 해외 유수의 데이터센터 관련 업체들이 한국 진출을 앞다투어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핵심은 값싼 전기요금이다.

전력 고효율·저비용 국가인 한국이 국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비결이며 한편으로는 비정상적인 에너지 시장 가격 구조로 인해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외국계 기업이 가져가는 형국이다.

난방시장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연료 가격 인상으로 인해 도시가스 및 지역난방 열 판매비용의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정부에서는 공공재라는 이유로 물가인상을 촉발한다는 핑계로 시장에서의 공급과 수급 균형에 따른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가격 결정이 아닌 ‘보이지만 안 보이는 손’에 의해 항상 유보되기 일쑤였다.

전력요금을 포함 에너지 가격은 항상 싸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이 부지불식중에 전 국민의 의식 속에 확고히 자리 잡은 것은 아닐까? 하는  회식 자리에 가기 전 ‘값싸고 맛있는 집’을 검색하고, 주문할 때 ‘2인분 같은 1인분’을 외치곤 하는 우리의 정서가 왠지 정감이 가면서도 한편으로 씁쓸함을 감출 수 없는 요즘이다.

과연 내가 가게주인이라면 과연 ‘2인분 같은 1인분’을 손님에게 내어 줄 것인가? 누가 ‘값싸고 맛있는 집’을 손해를 감수하고 운영할 것인가? 그런데 현재 국내 에너지사업자들이 그렇다.

한해 적게는 수십억, 많게는 수십조의 손해를 보더라도 값싸고 질 좋은 에너지를 소비자에게 공급해야만 한다. 안 망하고 버티는 것이 오히려 용하다. 

비단 에너지비용뿐 아니라 최근 사회적으로 잠재됐던 많은 반시장적 요인들이 공론화되고 있다.

‘많이 내고 적게 받아야 하는 국민연금’,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노인들의 지하철 무임승차’ 등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돼왔던 그러나 누구 하나 선뜻 나서 얘기하지 못하게 금기시됐던 현안들이 하나, 둘 공론화 되면서 오히려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사회가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마냥 감춘다고 뒤로 미룬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에너지 가격 현실화 문제도 이제는 공론화할 때가 됐다. 에너지를 사용한 양만큼 에너지 생산에 투자된 비용을 공정하게 지불하는 건강한 에너지생태계 조성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딜 때가 온 것이다.

에너지비용의 합리적인 체계 수립의 기본은 에너지 절약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불필요한 에너지의 낭비를 방관하면서 아무리 사회적 비용으로 퍼부어 봤자 시간이 흐르면 독은 비게 돼 있다.

에너지보존 법칙이 적용되는 것이다.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에너지공급이 여의치 않다면 수급 불안정 해결은 우선 내부적인 절약을 통한 수요관리로부터 시작돼야 하며 그 이후에 에너지 효율화를 통한 에너지 절감이 이뤄져야 한다.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추경 예산의 규모가 무려 30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지난해 한전의 1년 치 적자 규모이다. 가구당으로 환산하면 30~40만원 수준에 해당한다고 한다. 일회성 에너지비용 지급으로 과연 향후 지속 가능한 해결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차라리 그 돈으로 시일은 다소 걸린다 할지라도 발전소 추가건설, 대륙붕 가스전 개발, 혹은 해외 가스전 및 유전에 투자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더 실효적인 파급효과를 유발하지 않을는지 진정 국민, 서민들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고민해보길 희망하며 당장 불필요하게 켜져 있는 전등 하나 소등하는 소소한 에너지 절약을 실천해보시길 권유 드린다.

에너지 가격 현실화? 이제는 시작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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