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발 중인 대용량 수열원 히트펌프.
국내 개발 중인 대용량 수열원 히트펌프.

[투데이에너지 홍시현 기자] 친환경, 에너지 위기 등으로 히트펌프가 전세계 메가트렌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히트펌프는 냉매의 발열 또는 응축열을 이용해 저온의 열원을 고온으로 전달하거나 고온의 열원을 저온으로 전달하는 냉난방장치로 구동 방식에 따라 전기식과 엔진식으로 구분된다. 열원을 공기, 물, 지열 등 천연 에너지원을 사용한다. 

히트펌프의 구조는 압축기·증발기·응축기·팽창밸브 등으로 이뤄져 있다. 작동원리는 난방용의 경우 압축기에서 고온·고압으로 압축된 냉매를 기화시킨 다음 응축기로 보내 높은 온도의 열을 온도가 낮은 바깥 쪽으로 내뿜는 사이클을 반복하도록 구성돼 있다. 냉방용은 이와 반대로 응축기는 증발기로, 증발기는 응축기로 작용하도록 만들어 응축된 냉매가 더운 바깥 공기와 열교환됨으로써 냉방을 하고자 하는 대상 지점을 차갑게 만들도록 시스템이 구성돼 있다. 

히트펌프의 장점은 효율이 높다는 것이다. 단점은 지열, 수열의 경우 초기 투자비, 공기열은 겨울철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석유, 가스 등의 연료를 이용하는 난방기기의 효율은 80%, 전기히터의 효율은 발전효율을 고려하면 36% 정도다.

히트펌프는 저온에서 열을 흡수해 고온으로 열을 방출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히트펌프가 사용한 전기에너지에 비해 더 많은 열을 난방 시 공급하게 된다.

일반적인 히트펌프의 난방용량은 사용한 전기에너지의 3배 이상이 되며 발전효율을 40%로 가정했을 때 난방용량은 연료의 120% 정도로 나타난다. 이에 따라 히트펌프는 전기히터의 효율 36%에 비해 2~3배, 연료를 이용하는 난방기기의 효율 80%에 비해 1~1.5배의 효율을 나타내게 된다.

■에너지 위기, 히트펌프 성장 동력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인한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은 히트펌프 시장을 더욱 확대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0년 연구개발특구의 ‘히트펌프 시장’에 따르면 전세계 히트펌프 시장은 2018년 543억3,000만달러에서 연평균 성장률 11.68%로 증가해 올해에는 944억1,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전세계 산업용 히트펌프 시장은 2018년 5억4,939만달러에서 연평균 성장률 4.89%로 증가해 2023년에는 6억9,765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전망치는 전세계 에너지 위기가 발생하기 전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망치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 히트펌프 시장은 제품에 따라 2017년을 기준으로 83.0%의 점유율을 차지했으며 공기/물이 17.0%로 뒤를 이었다. 

출력에 따라 10kw 이하는 2017년을 기준으로 47.0%의 점유율을 차지했으며 그 뒤를 10~20kw가 32.4%, 20~30kw가 11.8%, 30kw 이상이 8.8%로 나타났다. 

용도에 따라 주택용, 상업용, 산업용으로 분류되며 주택용은 2017년을 기준으로 48.3%의 점유율을 차지했으며 그 뒤를 상업용이 40.2%, 산업용이 11.5%로 집계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히트펌프 시장은 2018년 6억1,400만달러에서 연평균 성장률 15.90%로 증가해 올해 12억8,41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공기/공기가 가장 많았으며 공기/물 순이다. 

■해외 열풍 ‘히트펌프’
전세계적으로 입증된 히트펌프의 효율은 전세계가 봉착한 에너지 위기의 대안으로 급부상 중이다. 특히 유럽에서 히트펌프 보급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영국 정부에서는 2028년까지 연간 60만대의 히트펌프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영국 정부에서는 2028년까지 연간 60만대의 히트펌프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에서 히트펌프가 주목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친환경이면서도 에너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가스나 기름을 사용하는 기존 난방시스템보다 효율성이 높기 때문에 유럽에서 꾸준히 활용돼 왔으며 최근에는 전쟁 이슈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유럽 국가들의 에너지 자립과 탈화석연료 정책으로 인해 보급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건물 냉난방을 하는 히트펌프는 화석연료 난방 방식보다 2~5배 에너지 효율이 높으며 히트펌프와 친환경에너지를 연계 시 탄소배출량도 최대 20~25배 가량 적게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은 가정 내 난방용 가스 소비량이 높으며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재생)전기를 사용하면 고효율을 낼 수 있는 히트펌프 보급이 필요했다. 

히트펌프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건물의 우수한 단열 기능이 필요하기 때문에 단열 인프라가 갖춰진 신축 건물에 많이 설치되고 있으며 구축 건물의 경우 단열공사와 함께 설치되고 있는 추세다. 신축 건물에 가스 난방이 아닌 전기 히트펌프 설치를 의무화하는 유럽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벨기에는 2025년부터 의무화, 독일·네덜란드 등도 의무화를 추진 중이다. 

유럽 히트펌프협회에 따르면 2020년 유럽국가 21개국에 총 1,500만대 가량의 히트펌프가 보급됐고 독일의 경우 2020년 12만대, 2021년 15만4,000대로 연간 약 3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벨기에 또한 2021년 약 3만대 가량 보급돼 2019년 이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 독일에서 판매된 히트펌프의 82%는 공기/물 방식의 히트펌프이며 지열방식의 경우 2만7,000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독일 연방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신축 건물 절반 이상에 히트펌프가 채택되고 있으며 2015년 31.4%의 점유율을 보였던 히트펌프는 2021년 신축 건물의 50.6%에 1차 난방으로 설치됐고 2021년 완공된 1~2세대 주택의 54%에 설치됐다. 다세대 주택은 30.6%가 설치됐다. 

벨기에는 2020년부터 히트펌프를 설치하는 가정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공기/물 방식의 히트펌프와 하이브리드 형태 히트펌프에 지급되는 보조금을 점점 높이고 있다. 

■유럽 히트펌프, 가격 경쟁력 ‘주도’
유럽 히트펌프 시장은 독일·프랑스·이탈리아·네덜란드 등의 유럽국가와 중국·일본 등의 아시아 국가의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최근 LG전자도 독일 기업 테르몬도와 협력해 히트펌프 사업에 착수했다. 

유럽 히트펌프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히트펌프 제조사에서는 히트펌프 생산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독일 비스만은 향후 3년간 기술개발에 10억유로 이상을 투자, 독일 보쉬 역시 향후 5년간 3억유로를 기술개발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바일란트, 스티벨 엘트론 등 독일의 히트펌프 제조사들도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다. 

일본의 미쓰비시, 다이킨, 히타치 등 아시아 기업들도 유럽 히트펌프 시장에 진출한 상태이며 중국 기업들도 우수한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고 있다. 

벨기에 시장은 중국 기업의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이며 2021년 벨기에 히트펌프 수입 현황은 중국이 7,000만유로로 가장 많았으며 독일 3,000만유로, 태국 2,500만유로, 프랑스 1,100만유로 순으로 나타났다. 

유럽 전체 히트펌프 수입국별 비율에서도 중국은 절반이 넘는 58%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일본 10%, 말레이시아 8%, 한국 3% 수준으로 전문가들은 가격 경쟁력이 높은 히트펌프 제품이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일본 다이킨은 유럽 내 히트펌프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초 벨기에에 2,300만유로를 투자해 히트펌프 공정라인을 추가로 신설했고 2024년까지 히트펌프 R&D센터 건설도 완성할 예정이다. 

LG전자와 협력하고 있는 독일 테르몬드는 히트펌프 렌탈 사업 확장을 중심으로 유럽 시장 점유율을 높일 계획이다. 

유럽 히트펌프 산업은 글로벌 공급망 차질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고 REPowerEU 에너지 정책에서 히트펌프 기술개발과 보급 확대를 통해 가스 소비를 줄이겠다고 명시돼 있어 유럽의 히트펌프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역시 히트펌프 보급이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유럽 등 해외 시장 진출은 LG전자가 간접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수준이다.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기술개발, 즉 가격 경쟁력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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