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이정헌 기자] 정부가 한국전력의 누적적자를 2026년까지 해소한다는 정책 방향을 제시했으나 정작 당면 과제인 전기요금 인상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며 적자 해소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 發 공공요금 속도조절…전기요금 인상은?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서민 부담이 최소화하도록 에너지 요금을 비롯한 공공요금의 인상 폭과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공공요금을 상반기 동결하겠다고 발표했고 서울시와 인천시 등이 이런 정부 정책 기조에 호응해 대중교통 요금 등의 인상 결정을 하반기로 미루기로 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가스·전기요금 인상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속도조절을 하면서 융통성 있게 하자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어 “에너지요금 인상은 국제에너지 가격 동향과 한국전력, 가스공사의 적자 및 미수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에너지공기업의 적자와 미수금을 해소하려면 점진적인 가격 정상화가 필요하고 또 우리나라가 에너지 고효율 저소비로 산업구조나 국민 생활 행태가 바뀌려면 가격 (인상) 시그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동결 가능성에 관한 질문에 이 장관은 “가스공사 미수금은 작년말 9조원이고 올해는 10조, 12조원까지 갈 우려가 있다”며 “현재까지 원가 이하의 요금 하에선 계속 적자가 누적될 수밖에 없는데 과거 인상 요인을 눌러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한 상황을 볼 때 (동결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올해 경제운용계획에서 발표했듯이 2026년까지 한전의 적자와 가스공사의 미수금을 국민 부담 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융통성 있게 (해소하는) 운영을 하겠다”며 “긴 시야를 갖고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한전 적자해소 불가피…1분기 인상 폭 못 미칠까? 
대표적 에너지 요금인 전기요금의 인상은 한전 대규모 누적적자로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미 지난해 말 기준 한전의 적자는 3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 바 있다. 

게다가 지난해 1~3분기 영업손실은 21조8,342억원을 기록하는 등 최악의 실적을 거두고 있다. 부채비율도 지난해 9월 말 기준 352.60%에 달했다. 이에 자본금과 적립금을 더한 2배까지 발행할 수 있는 한전채 발행도 제약이 예상돼 한전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발행한도를 최대 6배까지 늘리기도 했다.

앞서 한전은 올해 1분기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13.1원 인상했다. 역대 분기 조정 중 가장 큰 폭의 인상안이었다. 한전이 2026년 누적적자 해소를 목표로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올해 연간 전기요금 인상 적정액(51.6원)의 4분의 1 수준이다. 이에 2분기에도 1분기와 같은 수준의 인상이 진행될 것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공공요금 인상 폭에 속도조절을 지시하면서 전기요금 인상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일각에서는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하반기에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에너지 요금 인상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앞서 증권가에서는 2023년 한전의 영업적자가 4조9,500억원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1원/kWh의 요금 인상은 약 5,500억원의 영업이익 개선효과가 있어 이번 1분기 인상으로 7조원의 영업이익 개선이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1분기 인상 당시 2분기에도 전기요금을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무엇보다 한전의 적자를 지속 방치했다가는 자본잠식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전의 자본금과 적립금의 합산액은 45조원이다. 만일 정부의 예상대로 한전이 지난해 30조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 자본금과 적립금은 15조원만 남게 된다. 올해 영업손실이 15조원을 넘어서면 자본잠식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한전의 올해 영업손실이 15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한전은 올해 영업손실로 25조원을 자체 추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분기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재무개선 효과 7조원을 차감해도 영업손실은 18조원에 달한다. 

외부 자금조달 역시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해 한전법 개정으로 한전채 발행 한도는 최대 6배로 확대됐다. 지난해 영업손실이 30조원일 경우 한전의 채권발행 한도는 80조원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한전의 채권 발행잔액은 약 74조원에 달한다. 

추가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이 6조원에 불과한 셈이다. 한전이 지난해에만 약 30조원 규모의 채권을 신규 발행한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전기요금 인상이 정치적 당락을 떠나 현실적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즉 자본잠식을 피하려면 전기요금 추가 인상이 불가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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