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성 중앙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투데이에너지] 최근에 많은 언론보도와 해외 사례 등을 중심으로 히트펌프의 중요성이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필자가 이전 몇 번의 칼럼에서 언급한 대로 전세계 히트펌프 시장은 현재 급성장세에 있다.

국제에너지기구에서 발표하는 보급목표와 필요량 등은 기존에 히트펌프 시장 보급 전망을 기준으로는 거의 믿을 수 없을 만큼 큰 숫자를 나타낸다.

이미 유럽에서는 많은 양의 히트펌프 보급이 가져올 제반 제도, 인력양성까지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흐름이 우리나라 히트펌프 시장에서는 그 성장세가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2개의 히트펌프 관련 글로벌 기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성장세를 찾아볼 수 없는 건 국민이 직접 체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히트펌프는 공학을 전공하는 이에게는 어렵지 않은 개념이지만, 이를 대중에게 이해시킨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상가나 사무실과 같은 상업용 히트펌프가 국내에 적지 않게 보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을 위한 인터뷰나 언론기고문에서는 히트펌프의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된다.

실제 대중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쉬우며 이익이 수반되는 상품에 매력을 느낀다.

즉 히트펌프와 같이 복잡하고 비싼 가격을 가지고 있지만 뭔가 미래에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고 하는 막연한 기대만으로 시장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영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BUS 프로그램은 Boiler Upgrade Scheme의 약자로 가정용 히트펌프를 보급하기 위해서 만든 정책으로 이를 통해 600만대의 가스보일러를 히트펌프로 전환하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갖고 있다.

10년간 지속될 이 프로그램은 연간 60만대의 적지 않은 양의 히트펌프를 가정에 보급해야 하는데 이미 진행된 수년간의 경험을 보면 기존의 가스보일러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히트펌프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매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알 수 있었던 사실은 기존 보일러에 익숙한 사람들은 히트펌프를 설치에서 발생할 성능과 비용의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 많았다.

여러 방향으로 우수성을 강조하고 지원책을 강조하더라도 선택하지 않는 사람이 많았다는 사실이다.

조사에 의하면 지원책에 의해 히트펌프로 전환한 사람은 40%에 불과하며 오히려 규제에 의해서 전환하는 사람이 40%라고 한다.

그리고 나머지 20%의 사람은 어떤 규제나 지원에 의해서도 선택을 하지 않았고 마지막에 주변 사람들이 모두 다 바꾸거나 더 이상 보일러를 생산하지 않을 때 바꾸게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히트펌프가 널리 보급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향후 가정용으로 내 집에서 히트펌프를 사용하고 긍정적인 효과를 느낄 수 있어야 보급이 활발히 진행될 것이라 생각한다.

에너지 비용이 절감되고 지구환경에 기여한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알려질 때 그 속도가 빨라질 것임은 자명하다.

비교 대상으로 전기자동차 보급을 생각해 봐야 한다. 전기자동차는 매연을 내뿜지 않는다는 장점 이외에는 큰 매력이 없다고 느꼈다.

오히려 전기를 충전해야 한다는 불편함과 배터리 수명이 다되면 많은 비용이 들어가야 한다는 점들 때문에 초기에는 거부감이 컸었다.

그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빠른 속도로 보급되는 것은 기름값보다 훨씬 싼 전기값과 자율주행이라는 첨단 기술이 결함이 됨으로써 실현됐다.

즉 전기차라고 하면 친환경적이고 앞서간다는 생각을 대중에게 심어줌으로써 시장의 확대가 가능했던 것이다.

유사한 방법으로 히트펌프의 보급환경을 생각해보면 넘어야 될 벽이 매우 많다. 우선 가정용 전력 누진요금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히트펌프가 설치돼야 할 공간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이런 점들은 정책에 의해 해결될 수 있지만 정책이라는 것을 전문가들의 의견만으로 만들기는 쉽지 않으며 일반 대중이 이를 느끼고 요구할 때 가능하다. 

에너지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에너지 시장을 주도하는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은 펜데믹이 끝이 나면서 상승을 시작했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급등을 했다.

최근에 다시 상당부분 정상화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경험은 친환경 에너지의 전환에 의심을 가지게 한다.

예를 들어 친환경 에너지 공급으로 유명한 독일은 작년 유례없이 많은 석탄소비를 기록하는 등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부작용에 결과로서 친환경 에너지전환에 역행하는 추세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도 지구온난화에 의한 혹서, 혹한, 홍수, 태풍 등 이상기후 현상은 점점 더 잦아지고 그 강도도 더욱 강해지고 있다.

앞서 여러 어려운 환경에서도 탄소중립을 위한 미래 방향은 변함없이 우리 앞으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히트펌프가 중심이 되는 이때 가정용 히트펌프 시장를 쳐다보고 이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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