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독일 ISH에서 선보인 실내외기 일체형 히트펌프 ‘써마브이 R290 모노브럭’.
LG전자가 독일 ISH에서 선보인 실내외기 일체형 히트펌프 ‘써마브이 R290 모노브럭’.

[투데이에너지 홍시현 기자] 히트펌프는 에어컨과 난방기능을 모두 갖춘 기기로 액체나 기체의 열을 이용해 실내온도를 유지하거나 조절한다. 전기 에너지를 사용해 열을 이동시키기 때문에 전기 사용량에 따라 에너지 비용이 발생하지만 일반적으로 전기·가스난방기보다 효율적으로 작동하며 에어컨과 비교하면 더욱 저렴하다. 다만 초기 설비비용이 상대적으로 비싸다. 

유럽에서는 최근 몇 년간 이러한 가정용 히트펌프(Heat Pump)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는 러-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은 가정용 히트펌프 시장 확대를 더욱 가속화하는 촉진제로 작용하고 있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 국가에서는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가정용 히트펌프의 보급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또한 유럽 연합(EU)에서는 에너지 효율성과 지속 가능한 에너지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 정책과 규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이는 가정용 히트펌프 시장의 성장을 더욱 촉진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2019년 EU는 건축물 에너지 성능 지침을 수정해 건축물의 열 손실을 최소화하고 히트펌프 등의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것을 권장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이러한 추세는 가정용 히트펌프 제조업체들의 연구개발과 제품 기술력 향상 등 과감한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LG전자, 삼성전자 등도 최근 독일에서 개최된 국제 냉·난방공조전시회 ‘ISH 2023’에 참가해 가정용 히트펌프를 전면에 내세우며 럽 시장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가정용 누진제 ‘정당’
하지만 국내 상황은 다르다. 

가정용 히트펌프 보급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전기요금 누진제다. 3단계 구간으로 나눠져 있는 누진제는 전력 사용량이 많을수록 더 많은 요금이 부과되는 제도로 에너지 절약을 장려하고 전력 수급을 안정화시키는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는 특히 하절기에는 ‘전기요금 폭탄’으로 돌아온다. 

히트펌프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전력을 사용해야 하기에 전력 사용량이 증가한다. 예를 들면 1단계 요금을 내던 가구에서 히트펌프 사용으로 인한 전력 사용량 증가로 2단계 요금으로 넘어갈 경우 전기요금이 크게 오르게 된다. 

최근 대법원에서는 소비자들이 한국전력을 상대로 제기한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에서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세는 정당하다”며 한국전력 손을 들어줬다. 이로인해 가정용 히트펌프 보급 확대에 최대 걸림돌인 누진제는 가정용 히트펌프 보급 확대 방안에서 더 이상 논할 수 없게 됐다. 

■공기열 신재생에너지 지정
누진세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면 새로운 방안을 찾아야 한다. 

가장 우선적으로 공기열의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지정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유럽은 공기열을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지정해 설치 지원자금 지원 등 혜택을 주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유럽에서 가정용 히트펌프 급성장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지열, 태양광, 풍력 등 여러 에너지원을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지정해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공기열은 여기서 제외돼 있다. 다만 농업에 활용되는 공기열은 지자체에서 일부 지원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송갑석 의원은 공기열을 신재생에너지원에 포함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이하 신재생에너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했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다. 다행히도 이와 같은 개정안이 재추진될 전망이다. 

가정용 히트펌프는 공기열을 활용한다. 공기열은 말 그대로 공기가 가지고 있는 열을 활용하는 것으로 기후나 환경 조건에 구애받지 않아 보다 유연한 사용이 가능한 친환경에너지다. 공기열을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지정할 경우 가정용 히트펌프 보급 확대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신재생에너지 개별요금제 신설도 방안이 될 수 있다. 현행 지열, 심야전력 등 일부에서는 계량기를 따로 설치해 요금을 산정하고 있다. 즉 신재생에너지 설비 가동에 사용되는 전력과 일반 가전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다르게 산정하는 것이다. 이는 신재생에너지 활성화와 누진세의 목표인 에너지 절감과 전력 수급 문제 해결을 실현시킬 수 있는 방안이다.  

또 다른 방안은 에너지효율 등급제다. 해외 히트펌프 제조업체에서는 효율 향상을 위해 기술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처럼 국내에서도 이와 같은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현행 운영 중인 효율등급제도(멀티전기히트펌프시스템)를 보완 또는 참고해 히트펌프 효율에 따른 차등 지원 방안을 강구해 히트펌프 제조기업에게는 기술개발을 유도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정책 수립에 활용해야 한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는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위기 극복과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동일한 상황에 놓인 만큼 국내에서도 가정용 히트펌프 보급 확대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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