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성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연구위원

[투데이에너지] 우리나라는 지난 2019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수소에 대한 법을 제정할 정도로 수소산업 육성과 수소경제를 향한 전환에서 순발력을 보인 국가이다.

우리가 약칭 ‘수소법’이라 부르는 이 법의 정식 명칭은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다. 즉 경제적인 측면에서 수소산업을 육성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안전을 관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이다. 

이 법에서 수소경제는 이렇게 정의되고 있다. “(수소경제란) 수소의 생산 및 활용이 국가, 사회 및 국민생활 전반에 근본적 변화를 선도해 새로운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수소를 주요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경제산업구조” 수소가 이를 생산하고 활용하는 과정에서 경제성장을 이끌기를 기대함을 이 정의는 보여준다.

수소 붐은 지난 2000년대 초반에 처음 일었던 바 있어서 지금의 붐은 두 번째라고 볼 수 있는데 이번에는 그저 바람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실증프로젝트와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수소가 최근 더 중요한 주제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기후대응이 워낙 매우 급하고 중대해졌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를 비롯한 많은 국제기구들이 동의하듯 2050년 넷 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에너지 시스템이 달라져야 한다.

그런데 재생에너지를 대표하는 태양광과 풍력은 특유의 간헐성 때문에 시스템이 수요변화나 공급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유연성 자원이 많이 필요하다. 

베터리나 수소는 이렇게 유연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또 한 가지는 수소가 산업부문이나 대형 상용차, 철도, 선박, 항공 부문처럼 전력화가 쉽지 않은 부문이 탈탄소화하는 데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리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가스 망과 액체연료들을 탈탄소화하는 데 있어 수소가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도 매우 뜨겁다.

IEA의 글로벌 수소 리뷰(Global Hydrogen Review 2022)는 현재 전 세계 최종에너지 수요의 2.5%를 차지하고 중량으로 9,400만톤으로 집계되는 수소수요는 각국 정부의 관련 정책대로라면 2030년에는 1억3,000만톤으로 증가하리라 예상한다.

더욱이 2050년 탄소중립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0년 2억 톤의 수소 수요가 필요하다고 이 보고서는 전망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에너지 전환이 지속된다면 세계 수소수요는 매우 빠르게 늘어날 것 같다.

수소 기술 실증프로젝트에도 속도가 붙고 있어서 2021년에는 첫 번째 수소환원철(Direct Reduction Iron, DRI) 생산 실증 프로젝트가 시작됐고 독일은 연료전지 기차를 운영하고 있다. 

수소경제 역시 기후대응에서 동떨어져있지 않다.

그런데 제러미 리프킨이 수소경제를 얘기했을 때 그는 저탄소 수소가 우리의 주된 에너지원이 되면 모두가 에너지의 생산자이자 소비자가 되는 분산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연구자에 따라 여러가지 방식으로 정의되지만 기본적으로 수소경제는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에 기여하는 수소를 사용한다는 전제를 공유한다. 

그런데 우리 ‘수소법’은 그 정의에서만큼은 저탄소 수소생산을 그다지 강조하지 않는다. 물론 세부조항을 살펴보면 ‘청정수소’ 생산과 이용촉진을 강조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최근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수정안을 발표한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에서도 수소 부문의 배출량은 이전 배출전망에서 7,600tCO2.eq.에서 8.4tCO2.eq.로 오히려 늘어났다.

이 목표치는 기본적으로 천연가스를 이용한 수소생산을 가정하고 있고 생산량은 더욱 늘리려 하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제거는 여전히 미래과제로 여기는 시각을 보여준다. 이래서는 수소가 탄소중립에 기여하기 어렵다.

인구밀도가 높고 에너지 수요는 많은데 가용토지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에너지 수입은 탄소중립으로 가는 중에도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이웃 나라와 전력망도 연결되지 않는데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국내에서 생산하려면 농지며 산지며 전 국토가 지나친 개발압력을 받게 된다.

이러한 부작용을 피하려면 국내자원을 충분히 활용하면서도 상당한 에너지원을 수입해야 하고 전력을 수입하지 않는 이상 수소, 또는 수소를 만들 수 있는 자원 수입이 우리의 대안으로 들어온다. 하지만 그 수소는 탄소가 제거된 수소여야 한다.

우리 수소경제가 갈 경로도 탄소중립에서 멀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수소의 생산-유통-활용 전주기에 대한 투자가 모두 늘어야 하나  역시 탄소 없는 수소 생산이 가장 중요하다.

맥킨지 역시 ‘넷 제로 미래에서 수소의 역할에 대한 다섯가지 차트’를 통해 수소의 생산-유통저장-활용에 대한 투자 중에서 수소 생산을 위한 투자가 가장 크다고 말한 바 있다. 

지금까지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활용한 수전해와 CCUS를 부착한 천연가스 개질이 대표적인 탈탄소 수소 생산방식이지만 폐자원의 가스화와 열분해, 메탄의 광분해, 메탄올과 암모니아의 추출 등 아직 가능성만을 보여주고 주목받지 못한 기술도 더 투자가 필요하다.

특히 매립장도 소각장도 증설이 어려운 현실에서 폐자원 활용은 지금보다 더 큰 주목을 받을 가치가 있다.

정부가 할 일은 수소산업계가 탄소중립 경로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시장을 통해 신호를 주는 것이다.

시장이 클 때까지 힘든 시기를 이기도록 하는 적절한 지원도 빠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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