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제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현제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투데이에너지] 기후변화로 이상기온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추운 겨울과 더운 여름을 견디기 위해 우리는 예전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

이에 에너지 사용의 경제적 부담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겨울에는 난방비 대란이 있었고, 이제 다가올 여름의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우려가 벌써 나타나고 있다.

연중행사로 에어컨을 작동하던 시절은 부모님 세대와 함께 지나갔으며, 이젠 시스템 에어컨이 집안 온도를 상시 일정하게 유지하는 쾌적한 환경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다수를 이루는 시대를 살고 있다. 

에너지의 95% 이상을 해외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에너지 안보가 매우 취약하다.

이미 두 차례의 석유 위기를 겪으면서 우리 경제는 국제 에너지 시장의 충격에 그대로 노출돼 있음을 알게 됐다.

그런데도 우리의 경제구조는 정유, 석유화학, 철강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을 바탕으로 성장해왔으며 이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편 2022년 2월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으로 국제 에너지 시장의 불안은 쉽게 진정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개전 초반에 러시아가 강력한 화력을 바탕으로 수일 내로 이길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전황은 점점 결말을 짐작하기 어려운 진창으로 빨려 들어가는 형국이다.

이 전쟁으로 양국의 국민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으며, 다음으로는 우리나라와 같은 에너지 수입국의 소비자라고 생각된다.

2022년 우리나라의 에너지수입액은 약 240조 원이었다.

이를 작년 무역수지 적자액 60조 원과 비교해 보면 에너지수입액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막대한 에너지수입액은 국내 에너지 시장을 교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국제 에너지 시장의 가격 변동은 연료비 연동제에 따라 국내 에너지 가격에 전가돼야 한다. 이전보다 비싸진 천연가스나 석탄을 수입해서 전기를 생산하게 되면 이 전기의 도매가격은 상승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인상된 도매가격은 소비자의 전기요금에 반영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한국전력거래소의 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22년 4월에 200원/kWh을 돌파한 전력도매가격은 12월에는 267.63원/kWh으로 급등했다.

한국전력이 발전회사로부터 구매하는 전기의 구입단가는 2022년 12월 기준으로 195.46원/kWh인 데 반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판매단가는 140.4원/kWh에 불과하다.

즉 도매가격의 인상이 소매가격의 인상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독점적 지위를 가진 한국전력이 소비자에게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충실하게 본연의 임무를 다하면 적자가 계속 쌓이게 되는 것이다. 

최근 한국전력의 수십조 원에 달하는 누적 적자를 전력사업을 방만하게 운영한 전기사업자의 탓만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이는 전기요금이 공공요금으로 분류돼 있어서 구입단가에 맞춰서 판매단가를 적기에 조정하지 못한 데 기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의 가격규제에 대해 한국전력공사의 어느 사장은 “콩보다 콩으로 만든 두부가 더 싸다”라는 자조 섞인 한탄을 하기도 했다.

천연가스의 경우 천연가스 도입의 책임을 지고 있는 한국가스공사가 도입단가의 인상분을 소매공급자인 도시가스사업자에게 전가하지 못한 채 미수금 형태로 손실을 떠안고 있다.

이를 통해 국제시장의 천연가스 가격 인상분만큼 소비자의 소매가격에 그대로 반영되지 않도록 정책당국이 가격을 관리하고 있다. 

물가안정과 에너지 취약계층 보호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책당국은 에너지 도매가격이 소매가격에 제대로 전가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이러한 정책당국의 지나친 시장개입은 에너지 시장에서 가격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한다.

가격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는 경우 생길 수 있는 에너지 시장의 문제점은 다양하다. 우선 에너지 절약이 제대로 시행될 수 없다.

에너지 가격이 낮게 유지된다면 누가 자발적으로 에너지 효율 향상에 투자하고 에너지 절약을 위해 노력할 것인가? 비효율적인 에너지 소비행태는 장기적인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을 해치게 된다.

그리고 에너지산업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민간의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다.

이산화탄소 저감에 대한 기술혁신의 유인을 떨어뜨려 에너지 전환 부문이 담당해야 할 국가 감축목표의 조기 달성을 힘들게 할 것이다. 

결국 도매가격의 변동을 소매가격에 적절하게 반영하는 에너지 가격의 정상화에 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그리고 무더운 여름이 오기 전에 정책당국은 에너지 가격 정상화를 위한 로드맵을 조속하게 마련해 시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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