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너지공대연구부총장

▲ 박진호 한국
에너지
공대
연구부총장

[투데이에너지] 최근 발표된 국제에너지기구 태양광발전분과 보고에 의하면 2022년 전 세계는 240GW의 태양광을 설치하며 기록을 다시 경신했고 누적 설치량은 약 1.2TW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태양광 확산 추세는 경제 불황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러 불안 요소에도 불구하고 더욱 가속될 전망이다. 전력부문의 탈탄소화에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는 태양광발전량이 현재 공급되고 있는 것에 비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향후 열, 연료 등 비전력 에너지 부문의 전기화가 확대될 경우 태양광발전의 확대는 더욱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현재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화석연료를 대체할만한 수단이 많지 않고 태양광발전이 가격경쟁력과 함께 설치방식의 다양성 확대, 전력계통 선진화 등에 따라 수용성이 점점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폴리실리콘, 잉곳·웨이퍼, 셀, 모듈, 인버터 등 태양광 제조 가치사슬 전 분야에서 주도권을 틀어쥐고 있는 중국은 2022년에도 가치사슬 전 분야의 생산량을 전년대비 60% 이상 늘리면서 태양광제조 공급사슬에 있어 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웨이퍼의 경우 중국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90%에 이르는 등 독과점이 극히 심화되는 양상이다.

지난 10여년간에 걸친 중국의 태양광제조 확대에 따라 가격이 전체적으로 급락해 태양광발전이 그리드패러티에 빨리 도달하도록 한 순기능은 분명히 있었다고 하겠으나 한 국가에 특정 산업의 공급사슬이 모두 예속되는 것은 다른 국가들에게는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 태양광산업의 이러한 공급사슬 주도권 확보 행보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직간접적 보조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최근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태양광 제조업의 글로벌 공급사슬을 재구축해 중국과 대항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일명 IRA)이 그 대표적인 대응조치로 태양광 설치 및 태양광 전력 생산에 대해서는 각각 투자 세액공제(Investment Tax Credit, ITC)와 생산 세액공제(Production Tax Credit, PTC)를 제공하는데 주택용, 산업용 및 유틸리티 급 태양광 설비에 대해 ITC 최대 30%와 PTC 지원을 모두 한다는 것이다.

특히 태양광은 유일하게 민간, 제조(상업) 모두 지원 대상에 포함됐으며 2006년 폐지됐던 PTC가 이번 IRA로 다시 도입되면서 선택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가장 큰 수혜를 받는 업종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미국은 IRA 법안 발의를 통해 태양광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전반의 미국 내 공급망 강화, 신재생에너지 수익 누출 방지, 기술 패권, 탈탄소, RE100 달성 등의 목표를 한꺼번에 달성하고자 하고 있다.

유럽은 최근 발표된 REPowerEU를 통해 표면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독립을 구현함과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ESMC (European Solar Manufacturing Consortium) 등을 조직하고 이를 통해 유럽 내 태양광 가치사슬 전반에서의 제조를 부활해 공급사슬의 중국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한 지난 3월에는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유럽 그린딜 산업계획(Green Deal Industrial Plan)의 일환으로 탄소중립산업법(Net-Zero Industry Act) 초안을 발표했는데 그 내용을 보면 미국과 마찬가지로 역내 청정에너지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보호조치가 대거 포함돼 있고 그 혜택의 중심에 태양광 공급사슬 제조업이 있음을 잘 알 수 있다.

중국의 공급사슬 독점에 대응하는 측면도 있으나 미국발 IRA법 시행에 따라 미국으로 제조업이 이동하는 이른바 진공효과를 감쇄하기 위한 조치로도 평가된다.

이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인 대응은 아직 공식적으로는 나타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최근 발표되는 바에 따르면 중국의 핵심 태양광 기술의 해외 유출 제한(특히 웨이퍼 분야) 움직임이라던지 대규모 투자에 의한 공급과잉을 통해 단가를 현재보다 30% 이상 떨어뜨려 미국과 EU의 지원정책에 의한 자국 내 생산 제품과의 관세 차이를 해소할 만큼의 가격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것이라던지 아니면 미국이나 유럽에 제조라인을 구축하려는 움직임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바야흐로 태양광 제조를 사이에 두고 글로벌 슈퍼파워들 간의 힘겨루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급속히 확대될 태양광 설치 확대를 앞두고 공급사슬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현재 태양광 제조 주요 기업들의 미국행은 명확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태양광 기업인 한화가 미국 조지아주에 대규모 투자를 동반한 생산용량 확대를 선언했고 폴리실리콘에서 모듈에 이르는 태양광 전주기 공급사슬을 미국 내에 구축해 IRA의 혜택을 최대한 누리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OCI나 태양광 제조 기업들의 미국 내 확장이 대세로 읽히는 추세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는 분명하다. 강대국 간 힘겨루기의 한복판에 위치한 태양광 공급사슬 재구축 과정에서 우리는 어떠한 전략을 가지고 이에 임해야 할지 답을 꾸준히 모색해야 할 것이다.

민간기업들은 기업성장과 이윤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최선책을 찾아 나갈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국내 산업 생태계와 일자리,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모두를 민간에게 맡겨둘 수는 없다.

국가의 전략적인 태양광 공급사슬 전략을 치열히 고민하고 정부가 할 역할을 찾아 적기에 시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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