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
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

윤석열 정부 집권 1년이 지났다. 윤 정부는 정치·사회뿐만 아니라 경제·문화 등 모든 분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재생에너지 분야는 더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태양광 업계는 마치 집중적인 폭탄 세례의 한가운데 놓인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난 1년간 윤 정부의 태양광에 대한 대표적인 정책과 조치를 평가하고 전망해본다. 

■태양광 정책 및 관련 조치
지난 1년간 윤 정부의 정책과 조치는 여러 형태로 태양광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그중 대표적인 정책과 조치 15개를 뽑으면 다음과 같다.

① 산업부, 이격거리 규제 가이드 발표
산업부(재생에너지정책과)가 올해 1월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 가이드안을 발표했다. 도로 이격거리 규정은 없애고 주택은 100M 이내로 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그 실효성 여부를 떠나 지난 1년간 윤 정부로부터 태양광 업계에 전해진 유일한 긍정적인 메시지였다.

② 대구시, 경북도 산단 태양광 추진
태양광 시장과 산업이 급속도로 위축되는 와중에 2022년 12월 대구시의 1.5GW 산단태양광 추진은 업계에 단비와 같은 소식이었다. 뒤이어 올해 2월 2.5GW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방정부의 계획은 정부의 규제·제도 개선, 정책지원이 뒷받침될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산업부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차례다.

③ 재생에너지 정책 개선방향 발표
2022년 11월 정부는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합리적 조화를 비전으로 5대 부문 16대 과제를 발표했다. 합리적이고 실현가능한 재생에너지를 추진 방향으로 내세웠으나 실제로는 “원전확대를 위해 태양광 축소, 소규모·협동조합 등 분산전원 지원 정책 후퇴 성격이 짙다”는 비판을 받았다.

④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2022년 8월 말 초안을 발표하고 11월 하순에 최종 확정했는데 2021년 전임 정부가 UN에 제출한 2030 NDC 계획보다 원자력은 23.9%→32.4%로 8.5% 늘고 신재생은 30.2%→21.6%로 8.6% 축소했다.

 

⑤ SMP 상한제 추진
가스요금을 비롯한 화석연료비 폭등으로 인한 한전 적자를 메우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2022년 12월부터 시행됐다. SMP가격을 지난 10년간 SMP 평균가격의 1.5배 이하로 제한하고 그 이상 수익을 낸 민간발전사업자의 이익을 강제로 환수하는 것이다. 한전 적자는 연료비를 전기요금에 정상적으로 반영해 해결하거나 가스요금 기준제 등의 실시로 바로잡아야 함에도 연료비가 전혀 들지 않는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에 책임을 전가했다.

⑥ 출력제어 확대
정부는 2021년부터 시작된 제주도 태양광 출력제한이 올해 5월부터 호남과 경남 일부 지역에서도 실시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태양광 풍력 발전비중이 5% 정도밖에 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출력제어가 발생하는 것은 재생에너지 보급확대 계획에 걸맞은 계통망 보강혁신, 화석연료 발전소 감축, 산업시설·백업장치·에너지효율화 연계 등 효과적인 정책 추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정부와 한전의 책임임에도 적절한 보상대책 없이 태양광 발전사업자에게만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⑦ 재생에너지 공급의무비율 하향
정부는 지난 1월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비율을 하향 조정했다. 재생에너지의 신속한 보급확대와 에너지전환을 위해 RPS 공급의무비율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업계와 전문가들의 요청에 의해 2021년 3월 신재생에너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고 그해 9월 연도별 목표도 상향됐다. 하지만 윤 정부는 연도별 의무공급비율을 대폭 하향조정한 것이다. 

⑧ 태양광 발전사업 허가기준 강화
산업부는 지난 3월14일 발전사업세부허가기준(산업부 고시) 개정안을 발표하고 발전사업 인허가 심사지침을 제정했다. 총 사업비 중 자기자본 비율을 10%에서 20%로 상향하고 신용평가 B등급 이상만 발전사업 가능하게 한 것으로 중소기업의 사업참여는 더욱 어려워지게 됐다.

⑨ 태양광 23년 상반기 장기고정가격계약 발표
한국에너지공단이 3월7일 발표한 올 상반기 태양광 장기고정계약 경쟁입찰은 지난해 상반기 2GW에서 1GW로 물량이 대폭 줄어들고 입찰 기준가도 16만603원/MWh에서 15만3,494원/MWh로 7,100원 감소했다. 정부의 태양광 시장에 대한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⑩ 염해지 태양광 기준 강화
지난해 4월 농림부는 염해지 태양광 판정기준을 5.5 데시시멘스퍼미터(dS/m)에서 8.5(dS/m)로 강화했다. 농지도 보전하면서 재생에너지를 신속하게 확대하는 영농형태양광 솔루션이 있는데도 무조건 태양광만 막는 근시안 정책이다.

⑪ 윤 대통령, 태양광 이권 카르텔 비리 규정
지난해 9월13일 국무조정실은 전력산업기반기금 태양광 지원사업 조사 결과 위법·부당 사례 2,267건(2,616억원 규모) 의혹이 적발됐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은 “태양광 예산이 이권 카르텔의 비리에 사용됐다”며 “사법 시스템을 통해 처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후 8개월 동안 대통령의 발언에 맞춰 감사원, 국세청, 금감원에서 태양광 전체를 이 잡듯이 뒤졌지만 소위 이권 비리 카르텔은 밝혀지지 않았다. 건축, 부동산, 원전 등의 사업에 비해 태양광은 비즈니스 구조가 매우 단순명쾌하고 투명하다. 베란다·미니 태양광, 소규모 자가발전자들은 물론 중대규모 발전사업자들도 햇빛연금, 이익공유제 등을 통해 주민과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있다. 일부 부처의 의혹발표를 대통령이 마치 확정된 범죄처럼 기정사실화하고 자국의 재생에너지 핵심인 태양광 산업을 이권 카르텔 비리로 규정해 사법처리를 언급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 재생에너지를 통해 기후위기 극복에 기여하고 사업보국 하려는 태양광 기업가와 종사자들에 대한 폄훼와 모욕이 아닐 수 없다. 
 
⑫ 집권 여당 태양광 비리 진상규명 특위 구성
지난해 9월19일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태양광비리진상규명 특별위원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하고 박성중 의원을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집권 여당이 재생에너지의 보급확대와 태양광 산업육성 특위를 구성해도 모자랄 판에 태양광비리진상규명 특위를 구성했다는게 믿기지 않는다.

⑬ 금융감독원, 은행권 태양광 대출 전수 조사
금감원은 지난해 9월부터 5조6,088억원(문재인 정부 당시 대출 5조3,931억원) 태양광 대출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은행권을 전수조사했다. 대출 부실을 점검한다는 것인데 지금까지 눈에 띄는 태양광 대출 부실 사례는 없는 상황이다. 태양광 금융시장만 꽁꽁 얼어붙고 말았다. 저수지를 어지럽히는 미꾸라지를 잡기 위해 저수지 물을 다 퍼내 버리는 격이다.

⑭ 감사원 감사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산업부, 한전, 발전공기업, 에너지공단에 대한 신재생 분야 감사가 해를 넘겨 9개월 째 계속되고 있다. 신재생 업무에 문제가 있는지를 조사하고 감찰하는 것인지 신재생 업무를 못하게 하려는 감사인지 알 수가 없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 재생에너지 흐름에 맞춰 탄력적이고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야 할 공무원과 공기관 담당자들, 관련 부서가 9개월째 감사받느라 꼼짝달싹 못하고 있다. 

⑮ 환경부, 태양광 재활용 사업권 특수관계 단체에 부여
2019년 8월28일 환경부, 산업부, 한국태양광산업협회는 협회와 모듈업계가 재활용 공제조합을 준비해 올해 1월1일부터 태양광 재활용제도를 시행하는 것을 협약했다. 하지만 2022년 12월 환경부는 이를 헌신짝 버리듯 내팽개치고 태양광과는 1도 관계가 없는 환경부 특수단체에 재활용 사업권을 부여했다. 정부의 약속을 믿고 실무책임자로서 5년간 준비한 나로서는 지금도 분노와 함께 피눈물이 솟는다. 지난 2월7일 감사원에 접수한 국민감사청구는 아직도 실시 여부조차 결정되지 않고 있다. 감사원은 무얼 하고 있는가? 

■평가
지난 1년 윤 정부의 태양광에 대한 정책과 일련의 조치들은 태양광 산업계에 종사하는 기업가, 전문가, 관계자들에게 자괴감과 참담함을 안겨줬다. 초록별 지구와 인류를 위한 기술과 사업이라는 신념 아래 헌신해왔지만 도매금으로 이권 카르텔 비리 집단으로 폄훼됐다. 업계의 자존감은 무너지고 의욕은 땅에 떨어졌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지고 있다. 금융은 얼어붙고 시장은 한겨울이다. SMP가격 급등으로 모처럼 웃었던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은 SMP상한제 실시와 대책 없는 출력제어 확대 우려로 딱딱하게 굳고 있다. EPC 업체들은 일감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시장 축소의 여파로 올해 중소 모듈기업을 비롯해 제조업체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올 하반기에 30-40%가 파산·사업철수 기로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정책과 상관없이 미국의 IRA, EU의 REPowerEU 정책 수혜주인 한화, 현대 등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첩첩산중이다. 지난 1년의 결과는 2022년 태양광 보급량 수치가 웅변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 태양광은 40% 이상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40% 이상 마이너스 성장했다.

 

■전망 
2022년 글로벌 태양광 수요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를 거치며 에너지 가격 상승, 에너지 안보 이슈 등으로 40% 이상의 성장세(2021년 182GW→2022년 260~280GW)를 기록했다. 2023년 글로벌 태양광 시장은 설치량 350GW 시대로 진입이 예상된다. 글로벌 태양광 산업은 그리드패리티 도달, 기후변화 이슈, 에너지 안보 이슈 등 여러 긍정적인 요인으로 폭발적인 성장기에 진입하고 있다. 향후 태양광 산업은 2025년부터 연 500GW 규모 이상의 태양광 빅뱅시대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대한민국만 세계와는 정반대로 역주행하고 있다. 정부 정책이 전환되지 않는다면 지난해 –40%(역성장)에 이어 올해도 –10%에서 –20% 정도 역성장이 예상된다. 중소규모 발전사업자와 설치시공기업 대부분이 감원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워 30-40%가 도산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국내 중소 모듈기업, 인버터기업 등 제조기업 생태계가 벼랑끝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태양광 기업들과 금융은 매력과 희망이 사라진 국내 시장을 등지로 빠져 나가고 있다. 새로운 무역기준이 된 RE100과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를 준비해야 하는 대기업, 수출기업, 협력사들 역시 국내에서 재생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없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대한민국의 막대한 국부가 유출되고 국내 산업이 공동화될 처지에 있다. 현재의 수출감소 무역수지 적자행진은 국내 산업 생태계의 불안한 미래를 예감케 한다. 

세계는 재생에너지가 산업과 경제의 경쟁력을 결정하고 수출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로 진입했다. 세계가 재생에너지의 확대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다. 이러한 때 우리나라만 재생에너지 역주행 기어를 넣고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의 핵심인 태양광은 적서차별을 넘어 죄인 취급을 당하는 형국이다. 재생에너지 정책의 실패는 윤 정부의 성패를 넘어 대한민국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것이다. 

정부가 냉철하게 1년을 뒤돌아보고 과감하게 태양광과 재생에너지 정책의 전환에 나서줄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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