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 한국석유유통협회 회장.
김정훈 한국석유유통협회 회장.

[투데이에너지 조대인 기자] 김정훈 한국석유유통협회 회장이 지난 2023년 2월 제35차 정기총회에서 제12대 회장으로 재추대됐다. 제10대에 이어 제11대, 제12대 회장으로 3연속 선임된 김정훈 회장은 2026년 2월까지 3년간 협회를 이끌게 됐다. 김정훈 석유유통협회 회장은 석유대리점 회사인 SJ오일(주)을 30년간 경영하면서 쌓은 석유유통전문 경영인으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2017년 2월 제10대 한국석유유 통협회장으로 선임된 후 정부와 소통을 통한 제반제도 개선과 회원사간의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강화, 적자 상태의 협회를 흑자로 전환시키는 등 어려웠던 석유업계와 협회 발전에 큰 역할을 하는 등 굵직한 성과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연임된 김정훈 석유유통협회 회장을 만나 탄소중립 및 에너지전환 따른 유류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 알뜰주유소의 급속한 확장, 지역별 유류 도소매 가격공개 등 최근 급박하게 돌아가는 석유유통업계 현황은 물론 앞으로의 대응책에 대해 들어봤다. / 편집자 주

알뜰주유소에 대한 부작용을 지적하고 있는데 이유와 개선방향은
지난 1995년 거리 제한이 완전 폐지되면서 급증했던 주유소들이 2010년을 기점으로 감소하고 있는 반면 2011년 말 도입된 알뜰주유소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일반주유소는 1만1,959개에서 9,651개로 2,308개(19.3%) 줄었는데 알뜰주유소는 844개에서 1,303개로 459개(54.4%)나 늘었다.

알뜰주유소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숫자로는 전체의 12% 정도인데 판매량에서는 18% 이상을 차지한다.

주유소 한 곳당 매출이 훨씬 많다는 얘기다. 정부와 공기업의 석유유통시장에 직접 개입하고 알뜰을 편중 지원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알뜰주유소 정책은 자유시장 경제원리에 반하고 시장기능을 훼손해 공정경쟁을 저해하고 있다.

우선 공기업이 직접 시장에 참여하는 문제이다. 정부가 민간시장에 개입하는 것이다. 알뜰주유소를 운영하는 석유공사와 농협, 도로공사가 알뜰 주유소 물량을 정유사 경쟁입찰로 저렴하게 공동 구매한 후 일반주유소보다 리터당 30~60원 정도싼 가격에 알뜰주유소에 공급하고 있다.

같은 정유사 기름을 알뜰은 싸게, 일반주유소는 더 비싸게 사게 되니 석유유통시장에서 ‘일물이가 (一物二價)’가 형성돼 불공정경쟁이 제도화되고 정부(공기업)의 민간시장에 대한 과도한 직접적 개입으로 석유유통시장이 구조적으로 왜곡되고 있다.

알뜰에 편중된 혜택, 편파지원도 큰 문제이다. 석유공사는 알뜰주유소로 전환할 때 정부 예산 으로 3,000만원까지 시설개선지원금을 주고 연간 100억원 이상 되는 알뜰 사업수익금으로 알뜰주유소 한 곳당 매년 3,000~4,000만원씩 추가 인센티브까지 지급하고 있다.

경영난으로 휴폐업에 내몰리는 일반주유소는 외면하면서 알뜰만 편파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어떤 법적 근거도 정당성도 없는 일이다.

알뜰주유소가 도입된 지도 벌써 12년이 됐다. 지난 4월23일 국회에서 열린 ‘알뜰주유소 12년, 성과와 과제' 토론회에서도 나온 얘기지만 정부가 내세우는 유류가격 인하 효과보다는 기존 석유대리점과 주유소를 시장에서 내몰고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알뜰주유소만 늘어나는 역효과를 보고 있다.

정부는 ‘알뜰주유소 도입으로 기름값이 하락하고 그만큼 소비자 후생이 증가했다’고 하지만 불공 정한 공급구조를 제도화하고 정부 예산과 공기업 수익금을 퍼부어 알뜰주유소 운영자와 일부 이용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게 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결론적으로 알뜰주유소 제도개선 없이 석유유통 시장에서 공정경쟁을 기대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알뜰 공급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석유공사와 농협의 물량 취합을 통한 공동입찰 대신 개별입찰로 바꾸고 일반주유소와의 공급가격 차등을 확대하는 거래조건(계약물량 외에도 정유사에 무한대로 추가공급의무 부여, 물량 추가 시 전체 물량에 대한 할인가격 적용 등)도 개선돼야 한다.

둘째, 석유공사의 알뜰 사업수익금을 자영 알뜰 인센티브 대신 ‘석유유통산업 발전기금’ 또는 ‘주유소 혁신 및 전·폐업지원기금’으로 돌리면 석유 유통산업 발전은 물론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 목표 달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

셋째, 중장기적으로 알뜰주유소 사업에서 공기업이 손을 떼야 한다. 알뜰주유소를 없애라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직접 시장에 개입하지 말고 알뜰 사업을 민간에 이관해서 혁신과 변화를 화두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게 만들자는 거다.

정부가 석유제품 판매가격 보고 및 공개 범위를 확대하겠다는데.
정유사와 대리점·주유소 간에는 영업전략이나 지역 특성, 거래처별 물량, 시설자금 지원 수준과 조건, 사별 유통구조 등 다양한 조건과 요인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가격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즉 석유유통 단계별 공급가격은 수송비와 지가·임대료, 기타 시장환경 등 원가비용의 차이를 반영한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정유사별로 유통단계별·지역별 ‘평균가격’을 공개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앞서 말씀드린 석유유통업종의 특성이나 개별적인 차이는 무시되고 ‘평균가격’이 대리점·주유소의 ‘구매원가’처럼 인식돼 가격 경쟁만 부추길 위험이 있다.

지금도 주유소 판매가격이 실시간으로 공개되고 있어 소비자가 값싼 주유소를 선택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또 현행 석유사업법도 ‘영업비밀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석유제품의 판매가격을 공개하 도록 규정하고 있는데(법 제38조의2 제2항), 영업 비밀에 속하는 도매가격까지 공개하라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석유제품 도매 가격 공개는 가격 인하라는 정책효과는 불분명한 반면 공개 가격의 실효성 논란, 과도한 가격 경쟁 조장, 영업비밀 침해 및 가격 상향 동조화 등 부작용이 훨씬 더 클 것으로 우려된다.

그래서 정유사들은 물론 우리 협회와 석유협회· 주유소협회 모두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혔고 현재는 국무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 심의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기 및 수소차 중심 정책이 석유유통업계의 설자리를 위협하는데.
미래 주유소는 휘발유·경유 판매만으로는 존립 할 수 없다. 주유소도 전기·수소차 중심의 친환경 미래 모빌 리티 환경에 적응해 변화하고 혁신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 협회는 석유협회·주유소협회 등과 함께 2021년부터 ‘에너지전환시대의 석유유통산업’을 주제로 세 차례에 걸쳐 국회 정책토론회를 개최했고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주유소의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전환을 위한 규제 완화와 지원을 건의해 왔다.

주유소 유외사업 확대와 사업 다각화를 위한 규제 개선, 주유소 전·폐업 지원과 공제조합 설립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앞으로도 주유소를 비롯한 석유유통산업이 에너지전환의 높은 파고를 넘어 경쟁력을 키움으로써 미래 교통 인프라와 생활 네트워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오랜기간 협회를 이끌면서 만감이 교차하실 것 같은데.
한동안 정부와 협회 사이에 석유유통업계의 현실과 정책 방향에서 인식의 차이가 좀 있었다.

제가 협회장으로 일하면서 정부와 소통하고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주력했고 산업부에서도 지난해 ‘주유소 혁신 및 사업 다각화 지원방안’, ‘알뜰주유소 10면 평가와 과제’ 연구용역을 수행하고 자원산업정책국장이 주재하는 석유시장점검회의를 통해 수시로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전향 적인 자세를 보여줘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협회 내부적으로는 조직 축소개편을 통해 경영 효율을 제고시켰고 회원사 간 교류 확대와 의견수렴에 특히 공을 들인 결과 협회 활동에 대한 회원사 참여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었다.

석유유통산업이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미래 친환경 에너지 유통과 다양한 부대 사업을 통해 국민과 더 가까운 ‘미래 에너지 허브’로 거듭날수 있도록 협회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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