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 풍력 2공장 전경.
두산에너빌리티 창원 본사 풍력2공장 전경.

[투데이에너지 이정헌 기자] 경상남도 창원시 귀곡동. 마산만을 끼고 있는 드넓은 대지에 두산에너빌리티 창원공장이 위치해 있다. 이곳은 전체 면적만 430만m²에 달한다. 축구장 660개가 붙어있는 격이며 여의도 면적 1.5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5월의 쾌청한 날씨와 함께 기자는 15일 이곳 창원공장을 찾았다. 

지난 정부 당시 탈원전 정책으로 침체기를 맞았던 원전 산업이 현 정부 출범과 함께 다시금 꽃을 피우면서 이곳의 분위기도 사뭇 활기를 띠고 있었다. 특히나 부활의 첫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는 신한울 3·4호 원전의 주기기 제작 소식이 더해져 원자력 Shop(이곳에서는 각각의 공장을 Shop이라고 칭한다)의 작업자들의 얼굴에도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창원공장은 1976년 착공해 1982년 준공됐다. 주요 시설로는 원자력공장, 주조·단조공장, 터빈·발전기공장, 풍력공장 등 대단위 생산공장과 제품 수출을 위한 자체 부두가 있다. 이곳에서는 국가 기간 산업에 필요한 대부분의 초대형 플랜트 설비가 제작되고 있으며 소재 제작부터 완제품까지 일괄생산이 가능한 단일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현재 창원공장에는 협력사 직원을 포함해 약 5,000여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최고 수준을 가진 기술자들이 땀과 열정으로 국내·외로 설치되는 에너지 설비들을 제작하고 있다.

■원자력공장, 신한울 3·4호기 제작 준비 분주 
우선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제작 소식에 바빠진 원자력 공장을 찾았다. 방문 당시에는 아직 주기기가 단조공정을 시작하는 단계라 이들 설비의 중·대조립을 맡고 있는 원자력공장은 조금 한산한 모습이었다. 

본래 대형 원자력 발전소의 핵심 주기기인 원자로, 증기발생기, 가압기, 냉각제펌프 등을 제작하는 곳으로 최근 전세계적으로 부상하고 있는 SMR(소형모듈원자로)의 글로벌 파운드리(생산전문기업) 전략의 핵심 공장이다.

현재까지 원자로 34기 증기발생기 124기를 국내외 대형 원전에 공급했으며 최근 준공된 UAE 바라카 원전에 공급된 주기기도 이곳에서 생산됐다.

SMR의 경우 뉴스케일파워의 핵심 기자재 소재 제작을 세계 최초로 시작했고 엑스에너지 등 글로벌 선도 SMR 기업들과 협력을 진행 중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향후 국내 I-SMR에서도 파운드리로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총 4개 베이로 구성된 원자력 공장은 베이당 가로 395m, 세로 35m의 대형 구조로 증기발생기와 원자로 고중량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또한 폐 핵연료를 처리하기 위한 금속저장용기 ‘캐니스터’부터 운반, 이송, 저장까지 아우르는 용기들도 생산 중이다. 

이날 설명을 맡은 이동현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공장장은 SMR 주기기가 지난달부터 단조작업 중이라 내년 6월부터는 원자력공장에서 SMR도 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현재 6기 정도 수주된 SMR의 추가 수주가 있을 시 공장을 증설하는 것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두산에너빌리티 창원 본사 원자력공장에서 직원이 교체형 원자로헤드를 살펴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창원 본사 원자력공장에서 직원이 교체형 원자로헤드를 살펴보고 있다.

이날 본격 제작에 들어간 신한울 3·4호기와 함께 물량이 늘어나면 이곳의 인력은 늘어날 것이며 2025년 최대 인력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공장장은 원자력공장의 철저한 품질 보증 체계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각각의 단계에 대해 품질 검사를 틈틈이 실시하고 있으며 원자로 내부의 경우 5~6mm의 스테인리스 스틸 등 부식 방지 소재로 꼼꼼한 용접을 진행한다고 전했다.

■단조공장, 세계 최대 프레스 ‘압도’
옛날 대장간 역할을 하는 단조공장은 현대 기술이 접목돼 대형화, 자동화된 형태로 구성돼 있었다. 대장간에서 사용되던 망치, 집게, 화로는 각각 프레스, 메니퓰레이터, 가열로가 역할을 대체하는 식이다. 

두산에너빌리티 창원 본사 단조공장에 설치된 1만7,000톤 프레스기가 신한울 3∙4 주기기 중 하나인 증기발생기 단조 소재 작업을 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창원 본사 단조공장에 설치된 1만7,000톤 프레스기가 신한울 3∙4 주기기 중 하나인 증기발생기 단조 소재 작업을 하고 있다.

입장과 동시에 눈길을 끈 것은 단연 1만7,000톤 규모의 프레스 설비였다. 쇳물을 녹여서 만든 버스 한 대 크기의 쇳덩어리를 1,200℃까지 달군 후 성인 남성 24만명이 동시에 누르는 힘으로 누르고 두드리면서 다양한 형태로 가공하는 장비다. 

이날 단조공장에서는 신한울 3·4호 원전 주기기의 첫 제작 준비로 분주했다. 프레스 설비 앞 행사를 위해 마련된 단상에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역사와 단조 공정을 소개한 영상물이 틀어져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이후 참석자들이 동시에 버튼을 누르면서 크레인을 통해 프레스로 옮겨진 쇳덩이가 가공되기 시작했다. 뜨거운 쇳덩이는 넓은 단조공장 내부를 열기로 가득 채웠다. 찜질방과 같은 열기 속 첫 단조 공정이 시작된 것이다.

이 자리에서 정연인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은 “오랜 시간 인내해 주신 협력사 대표님들께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 오늘 행사가 가뭄의 단비가 되길 기원한다”며 “두산에너빌리티와 협력사는 신한울 3·4호기의 무결점 품질을 달성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터빈공장, 대형 가스터빈 국산화 결실
이어서 방문한 터빈공장은 2019년 세계 5번째로 발전용 가스터빈(270MW급)을 개발해 낸 곳이다. 지난해 서부발전 김포열병합발전소에 설치해 가동 중이며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직원들이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의 최종조립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직원들이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의 최종조립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곳의 주요 생산제품은 원자력 발전소용 1,400MW 급 초대형 증기터빈과 LNG 발전소용 대형 가스터빈과 증기터빈, 원전과 LNG 발전의 대형 발전기 등이다. 특히 발전용 가스터빈은 1,500℃ 이상 고온에서 마하 1 이상의 속도로 회전하는 기기로 기계기술의 집약체라고 할 수 있다. 

터빈공장은 가스터빈 개발에 이어 수소터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 LNG를 연소하는 가스터빈에 수소 연소가 가능한 연소기만 부착하면 수소터빈으로 전환되는 원리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 수소터빈 연소기의 30% 혼소 시험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들은 현재 국책과제로 50% 수소 혼소 및 수소 전소 연소기를 동시에 개발 중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7년 380MW급 수소 전소 터빈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핵심 기기인 수소 전소 터빈용 연소기를 2026년까지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이상언 파워서비스BG GT Center 담당 상무는 “기존 100% 외국산에 의지하던 가스터빈이 국산화됨에 따라 국부 유출 방지와 해외 수출 시 가스터빈 블레이드 하나 당 중형차 1대 값에 달하기에 수출액 증대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풍력공장, 국내 해상풍력 출발점
두산에너빌리티의 풍력공장은 국내 해상풍력 최다 공급실적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이곳은 연간 400MW 규모를 공급할 수 있는 설비가 구축돼 있으며 주요 제품은 3MW, 3.3MW, 5.5MW, 8MW 해상풍력 발전기다.

두산에너빌리티 창원 본사 풍력2공장 내부 모습.
두산에너빌리티 창원 본사 풍력2공장 내부 모습.

풍력공장은 풍력발전기의 핵심 기자재인 나셀과 허브를 조립하고 제품의 성능을 검사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2005년부터 풍력발전기를 만들기 시작해 현재 제작 중인 한림해상풍력을 포함, 지금까지 총 98기, 347.5MW의 풍력발전기를 제작·공급했다.

지난해부터 300억원 가량의 부유식 해상풍력 과제에 착수했으며 내년 4세대 모델로 일컬어지는 20MW 이상 용량의 국책과제 개발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송치욱 두산에너빌리티 파워서비스BG 상무는 “이곳 창원공장에서 연간 30대의 풍력설비를 생산할 수 있다”며 “8MW급 제품의 경우에는 국내의 자연환경을 고려했을 때 연간 아파트 4,300세대에 공급할 수 있는 전력이 생산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송 상무는 “두산에너빌리티의 풍력발전기는 바람의 방향에 따라 나셀 양쪽 3개씩 장착된 모터를 통해 방향을 조정하는 요잉 기술과이 탑재돼 있다”며 “25m/sec 이상의 풍속에서 블레이드를 바람의 방향과 수직으로 조정하는 피칭 기술도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풍력발전기는 최대 70m/sec까지 버틸 수 있도록 설계됐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연간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지난 2021년 풍력 2공장을 준공해 현재 2개의 풍력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풍력 1공장에서는 소조립 공정을 맡고 있으며 2공장에서는 허브와 나셀의 대조립을 전담하고 있다. 향후 이들은 글로벌 협력을 통해 대형화되고 있는 해상풍력 발전기도 제작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