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용훈 숙명여
자대학교 기계시
템학과 부교수

[투데이에너지] 최근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재생에너지 보급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소형열병합발전, 히트펌프 등 우수한 설비효율에 비해 그동안 시장에서 큰 반향을 끌어내지 못했던 기존 소규모, 분산에너지 모델 또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따라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전력계통 불안정성 대응 측면에서 집단에너지 사업과 특성이 겹치는 자가형 열병합발전 모델보다는 잉여 재생전력 활용이 용이한 히트펌프 기반의 사업모델이 향후 시장에서 더 선호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생발전 비중이 높은 독일,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잉여 재생전력을 열로 전환·활용하는 Power to Heat(PtH) 기술의 상용화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현행 대규모, 중앙집중형 집단에너지 사업모델에 적합한 대용량 축열조 기반의 고온형 PtH 모델 보급이 우선 추진되고 있으나 4, 5세대 집단에너지 모델로 분류되는 히트펌프 기반의 저온형 PtH 모델이 향후 더 큰 보급 잠재력을 가질 것으로 평가되고 있음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향후 분산에너지 보급 활성화는 건물 부문에서부터 촉발될 것으로 예측해볼 수 있는데 최근 2023년 신축건물 제로 에너지 실현 추진을 천명한 ‘서울시 녹색건축물 설계기준’ 개정 사례에서 엿볼 수 있듯이 지자체별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건물 단위의 에너지사용 규제 강화가 점쳐지고 있어 전체 열 공급 수요의 80% 이상을 공동주택에 의존하고 있는 현행 지역냉·난방 사업의 경쟁력 유지를 위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그동안 지역냉·난방 사업에 히트펌프 기술을 접목하고자 하는 시도는 여러번 있었으나 50oC 전후의 낮은 열 공급 조건이 110oC 내·외의 고온 열 공급을 특성으로 하는 3세대 집단에너지 모델에 적합하지 않아 실제 사업화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낮은 열 수요 밀도에 따른 경제성 미비로 인해 저온 열 공급 기반의 4세대 집단에너지 모델 보급이 주춤하는 사이 최근 제로 에너지 건물과 단지를 중심으로 지열 히트펌프를 기반으로 한 개별에너지공급 방식 적용이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있어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마련으로 재도약을 기틀을 마련하고자 하는 국내 지역냉·난방 산업계에 향후 적잖은 파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가장 현실적인 대응방안으로는 수요처에 설치되는 히트펌프가 대응하지 못하는 난방 피크 부하 및 급탕 부하를 집단에너지가 담당하는 방안을 꼽을 수 있으나 이 경우 집단에너지 사업의 막대한 배관 투자비 대비 열수요 급감에 따른 시장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해진다는 점에서 좀 더 실효적인 대안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현재 도심 건물 및 건물군에 적용 가능한 히트펌프 열원으로는 지열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데 지열 천공에 따른 막대한 투자비, 지중 열원 조건에 대한 지역별 불균형 및 불확실성, 그리고 다수의 지열공 천공에 따른 지반 안정성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난제 또한 산적해 있어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면서 집단에너지 모델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분산형 집단에너지 모델이 제안된다면 시장에서의 큰 반향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역난방 회수 배관의 미활용 열을 활용한 히트펌프 연계 모델을 고려해볼 수 있는데 현행 기존 지역난방 회수 배관 온수의 온도는 안정적인 히트펌프 열원으로서의 충분한 열량 공급이 가능하며 히트펌프 열원으로의 활용을 통해 지역난방 회수 배관 온도를 낮추게 되면 기존 열병합발전 설비의 발전효율 증대가 가능하고 무엇보다도 기존 지역난방 시스템을 대체하는데 소요되는 막대한 천공 투자비 회피와 지역난방 시스템 중심의 열 공급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응한 탄소 중립형 집단에너지 사업을 표방하며 시장에서의 재도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효율성 기반의 기술적 비교 우위와 규모의 경제성 달성을 위한 사업전략도 필요하겠지만 기후위기에 따른 유연한 사업화 추진 또한 요구된다는 점에서 향후 건물 단위의 분산에너지 시장을 주도하게 될 히트펌프 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분산형 집단에너지 모델의 수립과 확산이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