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규 에너지경제연구원 실장
해외 LNG 시장의 공급여건 변화와 발전용 천연가스 수요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천연가스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가스산업신문 10월 26일자 정부의 가스산업정책에 대한 평가와 관련된 기사에 첨부된 자료에서도 이 점을 잘 지적하고 있다. 이 자료에서는 2002년 이후 매년 동절기에 발생하는 “수급불안의 실체는 대외적인 국제 LNG 시장의 공급여력 제약에도 기인하고 있으나, 대내적으로는 발전부문 천연가스 수요의 구조적인 불확실성 증가로 인해 파생된 결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자료에서는 가스산업 구조개편에 장애가 되는 장기계약을 불허함에 따라 현물 도입 소요가 발생하였으며, 이로 인해 도시가스 소비자들이 2003~2005년 기간 중 수천억 원을 추가 부담하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추가부담액 산정의 적정성 여부를 떠나 수급관리에는 비용이 수반된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발전부문의 수요 불확실성에 따른 비용 유발 문제를, 장기도입을 허용하지 않고 ‘현물시장 의존식’ 수급관리에 따른 비용 유발 문제로 치부하는 것이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심야전력 사용의 급증세가 몇 년간 이어져 최근 동절기 피크는 연간 피크에 근접하고 있는 실정이며, 동절기 일부하율(日負荷率)이 90%를 이미 넘어서고 있다는 점, 열 공급을 위한 천연가스 발전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 등과 같은 전력수급상의 비효율성에 따른 천연가스 수급불안을 도입방식 선택문제와 관련짓는 것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동절기에만 도입하는 조건으로 장기 도입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그래서 어느 나라의 가스회사라 하더라도 경중의 차이는 있지만 안정과 효율을 조화하는 수급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려 노력하고 있다.

즉 다양한 공급서비스 메뉴를 통한 수요관리, 저장용량의 확보, 계약기간은 상대적으로 짧지만 성수기에 집중할 수 있는 도입방식 등을 조화시키려 하고 있다. 따라서 발생한 비용을 ‘현물시장 의존식’ 수급관리에 따른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또한 현물이 장기계약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경우도 있으며 현재와 같은 수급관리 여건에서는 ‘현물시장 의존식’ 수급관리가 아니라 ‘장기계약 의존식’ 수급관리를 하더라도 동절기의 수급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고 어느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앞의 주장처럼 발전용 수요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수천억 원의 손실을 도시가스 소비자가 부담했다고 하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비싼 현물도입을 유발한 것도 문제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추가비용을 도시가스 소비자가 부담하도록 방치하는 발전용 천연가스 공급계약의 내용이나 발전용 천연가스 요금결정 방식에 더욱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꼼꼼히 따져 볼 일이다.

문제해결의 방향을 애매하게 하거나 현재의 수급문제를 산업정책의 문제로 호도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주변 여건이 열악해지면 혹시 내부적으로 낭비나 비효율이 없는지를 먼저 살피는 것이 제대로 된 수순일 것이다. 그렇다면 도입의 주체나 방식보다 우선 현재의 왜곡된 전력 수요의 시정, 비상업적이거나 모호한 천연가스 공급계약조건의 개정, 발전용 천연가스 가격결정 방식의 변경 등을 통해 내부적인 비효율성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만약에 이러한 내부적인 개선이 가능하지 않다면 ‘장기계약 의존식’이던 ‘현물시장 의존식’이던 발전용 수요의 불확실성에 따른 도시가스 소비자의 부담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며 결국 발전사업자들로 하여금 자기 책임 하에 천연가스를 직접 도입하도록 하여 비용 전가를 막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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