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희용 한국
가스학회 회장

[투데이에너지] 국내 가스시장의 변혁을 가져올 수 있는 가스위원회 설립에 관한 입법 발의와 정부 용역이 추진 중에 있고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가스위원회 설립에 관한 찬반 의견을 떠나 해외 사례와 시사점을 찾아보고 우리나라의 가스위원회가 지향해야 할 기능과 역할을 살펴보고자 한다. 

가스산업 선진국들은 독립된 가스(시장)규제기관을 갖고 있다. 미국은 1977년에 설립한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와 주 공공유틸리티위원회(PUC)를 운영 중에 있고 영국은 Ofgem, 프랑스와 독일은 에너지규제위원회(CRE)와 연방네트워크기구(BNetzA)를 운영 중에 있다.

가스위원회 운영의 기본 원칙은 독립성과 함께 전문성, 지속 가능한 예산의 확보이다. 세 가지 원칙은 상호보완적인 성격을 가지면서 이하에서 제시하는 네 가지 기능과 역할이 맞물려야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국내 가스시장 선진화에 기여할 것이다.

첫째 합리적인 요금규제로 소비자를 보호하고 산업 발전에 기여하므로써 가스의 도입, 유통, 이용 전 체인에 유연성을 제공하는 기능이다.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15조원에 달해 매일 수 억원의 이자가 발생한다. 시장을 무시한 정치적 판단은 기업의 유동성 불안은 물론 시장의 실패로 국민을 곤궁하게 한다. 뼈를 깍는 자구책은 필요하나 원료비는 별개의 문제다. 원가주의가 보장돼야 하는 이유이고 가스위원회가 필요한 이유이다. 

소매요금은 물가안정을 이유로 총괄원가에 대한 임의적인 조정이 빈번하다. 미국의 PUC와 같이 규제기관과 공급자가 대응한 관계에서 원가의 투명성을 함께 대조, 분석하며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요금을 결정하는 요금산정 시스템이 요구된다. 독립된 위원회가 도시가스 요금산정에 관한 공정성 확보 가이드라인(원칙, 승인 절차의 합리성, 불필요한 규제 제어수단 등)을 제시해야 한다.

둘째 합리적인 네트워크 망 중립성 관리기능이다. 가스망은 누구나 공정한 대가를 지불하면 이용(access)에 차별이 없어야 한다. 영국에서 시작된 EU의 가스산업구조개편도 독점 운영되던 British Gas의 망에 대한 차별없는 이용에서 시작했다. 단 이용자는 안전하고 안정적인 망운영에 필요한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직도입자의 편익을 위한 망중립성 요구는 엄격히 검증돼야 한다. 망중립성과 함께 역 망중립성, 즉 망 안전운영 규제도 필요하다.

셋째 적정 규제와 함께 가스산업과 시장 발전을 위한 진흥 기능(promotion)도 필요하다. 예를 들면 Ofgem은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을 위해 기존 천연가스배관망에 수소를 혼입하는 ‘Leeds City 프로젝트’에 3조원을 투입해 수소의 생산, 유통, 이용에 이르기까지 수소경제 조기구축에 매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스이용 효율개선에 관한 규제 기능도 확보해야 한다. IEA는 World Energy Outlook(2022.10)에서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에너지 안보강화를 위한 도구로 “에너지효율 향상” 을 최우선과제로 제시했다.

직접적인 핵심자원은 아니지만 에너지효율개선은 가장 중요한 정책수단인 만큼 위원회의 핵심 기능에 가스이용의 효율성을 높힐 수 있는 기능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예를 들면 하절기 전력 피크를 위해 중후장 대한 발전소를 건설할 필요가 없다. 대신 분산전원이나 가스냉방으로 피크부하를 관리하면 에너지 이용효율을 극대화 할 수 있다. 전력시장의 수요예측 실패에 따른 대규모 추가 LNG 구매비용의 발생으로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는 원료비 배부에 관한 합리적 조정력도 요구된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의 에너지 다소비국이면서, OECD 평균보다 1.7배나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심각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전기위원회의 역할을 보고 가스위원회의 설립에 회의적인 의견도 많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선진국의 사례에서 보듯 반드시 물리적으로 독립된 기관일 필요는 없다. 기능과 역할이 중요하며, 가스위원회로 출발해서 여건이 성숙하면 전기위원회와 통합 운영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독립성과 전문성에 관한 우려를 불식하고, 우리나라 가스산업의 실정에 맞는 가스위원회의 기능과 역할을 주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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