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기선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전력계통PD

[투데이에너지]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는 우리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산업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일거에 바꾸어 놓았고 미래차, 바이오 등 5개 소부장특화단지가 7월에 새로이 추가 지정돼 현재 전국에 10개소의 소부장특화단지를 운용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첨단산업에 대한 전세계의 치열한 경쟁속에서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국가첨단산업 육성전략’을 발표하고 국가첨단산업벨트 조성계획에 따라 첨단산업 생태계로서 지역 특화형 클러스터를 발전시킬 계획이다.

이중 시스템 반도체 분야는 압축도약 전략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경기도에 조성한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은 곧 국가의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첨단산업 및 소부장 지역 특화형 클러스터에 신규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하기 위한 핵심 관건은 클러스터에서 사용할 전력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적기에 공급하느냐는 것이다.

클러스터 전력공급은 더 나아가 국가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신규로 병입되는 친환경 발전설비와 폐지되는 발전설비를 감안한 기존 전력망 활용과 신규 전력망 확충을 아우르는 전력당국의 미래 전력망 구상과도 반드시 함께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탄소중립 실현과 미래성장동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스마트하고 유연한 전력망 구축을 통해 잡아야 한다.

이에 선제적으로 전력망 계획, 건설, 운영, 그리고 신기술 관점에서 우리가 준비해야할 주요 사안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전력망의 계획은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장기송변전계획에 담고 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매 2년 주기로 수립하는 연동계획이기 때문에 전력산업 주변 여건을 그리 길지 않은 시간안에 반영할 수는 있다.

다만 국가적으로 시급하거나 대규모 수급을 야기할 사안에 대해서는 사전에 전력당국이 인지하고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후에 전력당국이 대처하는 방식은 정책의 합리성이 떨어질 수 있어 사안의 논의 단계에서부터 전력당국의 참여가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입지제약 등의 사유로 전력공급이 불가하거나 아니면 매우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장기송변전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계획에 반영하는 대상과 절차에 대해서 다시금 점검할 필요가 있다. 

둘째 전력망의 건설에서 중요한 것은 계획된 준공시기를 맞추는 데 있다.

문제는 건설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변수를 고려할 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주요한 건설지연 사유에 대한 대비책을 준비하고 사업을 착수하나 항상 복명은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건설지연에 대한 대책을 계획단계에서부터 철저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주민의 수용성 문제는 어떤 현장에서도 발생하므로 수용성 제고를 위한 법·제도적 수단을 시의성 있게 점검하고 주요 쟁점에 대한 선제적인 해결방안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셋째 전력망의 운용측면에서 보면 전력망 계획이 실제 전력망 운용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상당한 여유도를 가지고 전력망이 계획되면 실제 운용단계에서 넓은 선택폭을 가져 안정적인 전력망 운용이 가능해지지만 여유도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때문에 전력망 운용자는 전력망 운용상에서 직면하고 있거나 직면할 우려가 있는 사안 등의 운용상 쟁점을 선제적으로 식별하고 선조치하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어떤 목적에서든 새롭게 전력망에 병입할 발전원(재생설비, 수소설비 등)을 선택했다면 발전원의 기술적 특성을 고려한 체계적인 운용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이유가 되어 발전원을 배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다만 대응책을 마련하는데 필요한 절대적인 시간과 비용을 고려하여 신규 발전원의 보급 속도는 조절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에너지 신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활용 자세가 필요하다.

스마트하고 유연한 전력망을 구축하기 위해서 발전설비의 기술적·지리적·환경적·사회적 특성을 고려할 수 있는 다양한 신기술 대안이 존재할 수 있다.

직류송배전기술과 함께 전력계통 강건도 향상, 예비력 확보, 송배전용량 증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대안기술들을 적극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전력망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강화하는 시장 서비스를 전력시장에서도 속도감 있게 검토해야 한다. 

우리의 전력망은 그간 그 어느 나라 못지 않게 높은 운전 성능을 자랑해 왔으나 전력망 주변여건이 빠르게 바뀌고 안정 운용을 위협하는 다양한 도전과제가 표출되고 있다.

이러한 전력망의 도전적인 상황은 곧 전력망을 새로이 변화시킬 가장 적기일 것이기에 합리적인 전력망으로서 스마트하고 유연한 전력망 구축을 위해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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