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박찬균 기자] 정부가 올 초 난방비 대란 당시 취약계층을 두텁게 지원하겠다며 바우처 예산을 당초 예산 대비 1,800억원 증액했으나 이 중 1,200억원 가량이 지원되지 못하고 남은 것으로 드러났다.

에산 증액 당시 야당은 대상자 확대를, 정부 여당은 기존 취약계층 지원에 한정하되 단가 인상을 주장한 바 있는데 결과적으로 취약계층 지원 단가만 인상하면서 대부분의 지원대상자가 증액된 예산 상당부분을 소진하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야권에서는 치밀한 준비 없이 졸속으로 예산을 편성하면서 예견된 난방비 참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에너지바우처 대상 가구수는 115만가구, 발급가구 수는 동·하절기 평균 112만가구로 에너지바우처 발급률은 97%인데 이들이 쓴 바우처 예산은 당초 편성된 예산 3,900억원 중 2,6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1,200억원 넘는 예산이 소진되지 않고 남은 것이다.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편성된 바우처 예산이 이토록 많이 집행이 되지 않은 사례는 처음 있는 일이다. 이에 대해 김용민 의원은 “난방비 참사에 가깝다”고 밝혔다.

에너지바우처 예산이 1,000억원 넘게 남은 이유는 증액된 단가만큼 신청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예산편성 당시 동절기 바우처 대상자는 87만가구, 단가는 11만8,000원이었다. 이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추경을 통해 대상자는 117만가구로, 단가는 13만원2,000원으로, 총 사업비는 2,034억원으로 1차 증액됐다.

이후 7월 고물가 민생안정대책으로 바우처 단가는 총 사업비 변동 없이 집행잔액을 활용해 또다시 14만5,000원으로 2차 인상됐다. 그리고 올 초 설 민생 대책으로 단가는 다시 15만2,000원, 총 사업비는 2,116억원으로 증액됐다.

그러나 설 명절 이후 난방비 대란이 일어났다. 당시 난방비 폭등으로 중산층까지 난방비 부담이 폭증했는데 야당은 난방비 지원 대상자 확대를 주장했고 여당은 취약계층에 집중하자고 주장했다. 결국 정부여당 주장대로 기존 117만가구 대상으로 기존 15만2,000원의 두 배인 30만4,000원으로 바우처 단가가 증액됐고 총 사업비는 3,904억원으로 증액됐다.

이렇게 4번이나 증액되면서 에너지바우처 총 예산은 최초 예산 1,126억원에서 3,900억원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에너지특별회계로 편성할 예산이 부족하자 1,000억원은 예비비로, 나머지는 올해 예산을 당겨 쓰는 편법까지 동원했다.

그런데 결산을 해보니 에너지바우처 신청자들은 가구당 평균 19만원을 신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구당 11만원 정도 잔액이 남은 것이다. 이 때문에 취약계층을 두텁게 보호하겠다던 정부가 예산을 3분의 1이나 남기게 된 것이다. 이는 1년간 바우처 예산만 4번이 변경되면서 짧은 기간 급격한 정책변화로 제대로 된 집행 가능성 검토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예산을 편성한 결과다.

만약 야당 주장대로 올 초 증액된 1,800억원의 예산을 기존 취약계층뿐만 아니라 대상자를 확대해서 지원했다면 무더기로 예산이 남는 참사는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많은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았음에도 산업부는 국회에 이를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 국회에 제출한 결산서 어디에도 이러한 내용을 명시한 내역이 없다.

김용민 의원은 “집행 가능성도 보지 않고 졸속으로 예산을 편성하더니 그 혹독한 추위에 난방비 대란에서 증액한 예산을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무더기로 남겼다”며 “이러한 난방비 참사에 반드시 정부여당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