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욱 KERI 전력반도체연구단장(좌 2번째)과 박수용 세미랩 코리아 대표(좌 3번째)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방욱 KERI 전력반도체연구단장(좌 2번째)과 박수용 세미랩 코리아 대표(좌 3번째)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투데이에너지 이정헌 기자] 한국전기연구원(KERI)이 ‘탄화규소(SiC, silicon carbide) 전력반도체 이온 주입 평가기술’을 헝가리 업체에 기술이전 하는데 성공했다.

전력반도체는 전기·전자기기의 핵심 부품으로 전류 방향을 조절하고 전력 변환을 제어하는 등 사람의 몸으로 치면 근육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전력반도체의 소재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SiC가 높은 내구성과 전력 효율을 보이는 등 재료 특성이 뛰어나 가장 주목받고 있다. 

SiC 전력반도체가 전기차에 탑재될 경우 배터리의 전력 소모를 덜고 차체의 무게와 부피를 줄여 최대 10%의 에너지 효율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정도다.

SiC 전력반도체의 장점이 많은 만큼 제조 공정도 매우 까다롭다. 기존에는 전도성이 강한 웨이퍼(기판) 위에 에피층(단일 결정의 반도체 박막을 형성한 층)을 형성하고 그 영역에 전류를 흘려보내 소자를 형성하는 방법을 활용했다. 

그러나 이 과정 중 에피층의 표면이 거칠어지고 전자의 이동 속도가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에피 웨이퍼 자체 가격도 비싸서 양산화에 큰 걸림돌이 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KERI는 에피층이 없는 반절연 SiC 웨이퍼에 이온을 주입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웨이퍼가 전도성을 가질 수 있게 만드는 이온 주입은 반도체의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다. 

SiC 소재는 딱딱해 아주 높은 에너지로 이온을 주입한 뒤 고온에서 열처리해 활성화해야 하는 등 실제 이온 주입 구현이 어려운 기술이었다. 하지만 KERI가 10여년에 걸쳐 쌓아온 SiC 전용 이온 주입 장치의 운용 경험을 통해 관련 기술들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김형우 KERI 차세대반도체연구센터장은 “이온 주입 기술은 반도체 소자의 전류 흐름을 높이고 고가의 에피 웨이퍼를 대체해 공정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고성능 SiC 전력반도체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양산화에 기여하는 큰 기술”이라고 전했다.

이번 성과는 헝가리 부다페스트 소재의 반도체 측정 장비 전문업체인 ‘세미랩(주) (회장 Tibor Pavelka)’에 최근 기술이전 됐다. 30년 업력의 세미랩은 헝가리와 미국에 제조 공장을 가지고 있고 중견 정밀계측 장비 및 소재특성 평가 장비 특허를 소유한 기업으로 반도체 특성 평가 장비 기술로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양측은 이번 기술이전을 통해 고품질의 SiC를 규격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미랩은 KERI 기술을 활용해 SiC 전력반도체의 이온 주입 공정을 평가할 수 있는 전문 장비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세미랩 코리아 대표 박수용 지사장은 “전문 장비 개발을 통해 이온 주입 공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량률을 낮추고 소자의 수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우수한 균일도와 재현성이 있는 고품질의 이온 주입 양산 공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데 큰 기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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