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도시 구상도.
수소도시 구상도.

[투데이에너지 최인영 기자] 美금융·경제 언론 포브스(Forbes)는 수소도시 (Hydrogen city)를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도시경제와 기반시설에 수소를 결합한 도시로 정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입법 발의한 ‘수소도시법’에 주거·교통 등 다양한 시민 생활분야와 산업분야에 수소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도시로 규정하고 있다. 즉 시민, 활동, 도시기반시설이라는 도시 3요소에 수소를 접목한 것으로 정의했다.

국토교통부는 2019년 수소도시 로드맵을 마련하면서 울산, 전주·완주, 안산 등 3개 시범도시를 선정한데 이어 2023년 수소도시 조성사업에 따라 평택, 남양주, 당진, 보령, 광양, 포항 등 6개 도시에서 사업을 새롭게 추진 중이다.

탄소배출 없는 수소도시 추진 현황을 알아보고 수소시범도시의 성과와 과제 등을 점검해 봤다. /편집자주

■ 수소도시, 지역 특화요소 가미

수소도시 조성사업은 올해 1월 윤석열 대통령의 UAE 국빈방문 당시 양국 간 ‘도시 내 수소의 생산·유통·저장·활용에 관한 양해각서’ 체결로 해외 시장 개척이 기대되면서 다시금 조명을 받았다.

이 사업은 수소에너지원이 공동주택, 건축물, 교통시설 등에 적용되도록 수소 △생산시설 △이송 시설(파이프라인, 튜브트레일러 등) △활용시설 (연료전지 등)과 같은 도시기반 시설을 구축하는 것이다.

수소차 보급이나 충전소 건설, 연료전지 보급사업 등 개별 인프라 확충만으로는 수소경제 확산에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20년 시작된 수소시범도시사업은 기술· 제도적 제약, 수용성 문제, 낮은 경제성 등을 안고 출발했다. 하지만 울산, 전주·완주, 안산 시범도시 사업을 통해 주거, 교통분야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올해 순차 준공되는 수소시범도시를 통해 이 사업은 실질적인 빛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토부는 수소시범도시 3곳을 포함해 평택, 남양주, 당진, 보령, 광양, 포항 등 1기 수소도시 조성에 국비 200억원, 지방비 200억원 총 4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올해는 국비 52억5,000만원과 이에 상응한 지방비 52억5,000만원 총 105억원이 투입된다.

1기 수소도시는 올해 사업을 착수하며 내년부터 본격 조성될 예정이다. 지자체별 여건에 따라 수소 도시 인프라 가운데 필요에 따라 총 사업비 100억원 또는 200억원 수준의 소규모 사업으로도 추진할 수 있도록 사업유형도 다양화했다.

■도시 내 에너지시스템 전환

국토부는 에너지를 대량 소비하는 산업, 운송, 주거 등 우리 생활 전반에서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종합적 접근을 시도했다.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가 이뤄지는 삶의 공간 ‘도시’에 주목한 셈이다.

수소 생산, 저장·운송, 활용에 이르는 밸류체인 전반에서 기반시설을 구축하고 주거, 교통 등 주된 도시활동에서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시민이 있을 때 수소경제 이행 또한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수소시범도시는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삼아 수소 인프라의 설계, 제작, 준공 전반의 공정 관리를 통해 신뢰성을 담보하고 여러 부처와 함께 연구개발을 통해 기술 제약을 확산시켜 나가는 것이 목표다.

수소도시 조성사업은 크게 주거·교통분야로 나뉜다. 주거분야는 공공청사와 같은 공동주택 등에 수소에너지 보급을 위한 도시기반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골자다. 화석연료 기반 중앙집중형 송전 방식에서 벗어나 단지 또는 개별 건축물 단위로 연료전지를 설치하고 냉·난방, 전기 등 에너지를 공급하는 모델이다.

교통분야는 수소차, 수소버스 등 모빌리티 보급을 위한 도시인프라를 건설하는 것이다. 도시 내 또는 인근 복합환승센터, 주차장, 버스차고지 등에 충전소를 설치해 수소에너지 기반 교통체계를 구축하고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모델이다.

수소도시는 중장기적으로 도시 내 수소생태계 구축의 요람 역할을 하는 셈이다.

올해 추진하는 수소도시 사업은 바이오매스를 기반으로 그린수소 생산 시설과 연계한 도시기반 시설 설치 등 지역 여건을 살린 아이디어를 접목하고 있다.

주요 내용에는 △공동주택 등에 연료전지 설치 △수소 기반 교통 모빌리티 도입 △수소생산시설 및 수소충전소 구축 △튜브트레일러 및 파이프라인 설치 △통합운영관리센터 운영 등 핵심 인프라 구축 지원에 관한 것으로 수소시범도시 조성과 맥락을 같이 한다.

국토부 추진전략에 따르면 2022년 시범도시 건설을 시작으로 2030년 확산기에는 전국 시·군·구의 10%, 2040년 고도화기에는 30%를 수소도시로 조성한다. 아울러 2040년까지 그린수소 비중도 20%까지 확대한다.

 

■평택, 대한민국 수소경제벨트 중심

평택시는 평택항 중심 탄소중립 수소복합지구 추진을 위해 △수소항만 △블루수소 생산특화단지 △수소모빌리티특구 등을 조성해 ‘대한민국 수소경제벨트의 중심’이라는 비전을 내걸었다. 항만과 연계한 자족형 수소도시를 꾀하는 셈이다.

수소특화단지에서 생산된 블루수소(하루 7톤)를 활용해 경제자유구역 내 공동주택, 상업시설 등에 수소연료전지를 설치한다. 연계사업으로 수소교통 복합기지 수소충전시설 등을 구축할 계획이다.

공공건물에 440kW급 연료전지 3기를 설치하고 수소버스충전소 1개소를 건설한다. 이를 위해 수소버스 50대, 카캐리어 100대를 도입한다.

수소생산시설부터 교통복합기지, 항만, 수소연료전지를 연결하는 약 15km의 수소배관과 통합안전 운영센터 등 수소도시 인프라도 구축할 예정이다.

지역특화사업으로는 수소도시 확장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수소 관련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수소도시 기술지원센터와 스마트팜 테마파크 수소 연료전지 설치 등이 있다.

■남양주, 수소경제 중심 자족도시 조성

남양주시는 3기 신도시인 왕숙지구에 수소도시 인프라를 구축해 다른 신도시와 차별화된 ‘수소경제 중심 자족도시 조성’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자원순환단지에서 생산한 수소를 신도시 내 공공주택, 공공청사, 체육문화센터 등에 공급한다.

440kW급 연료전지 3기를 설치해 공공주택 1,200 세대에 열과 전기를 공급한다. 공공청사에는 100kW 규모 2기를 설치한다.

하루 3.5톤의 수소를 생산하는 시설과 더불어 수소생산시설부터 수소연료전지시설과 수소충전소를 연결하는 약 5km의 수소배관을 건설하고 통합 안전운영센터를 구축한다.

이와 함께 3곳의 수소충전소를 구축하고 수소버스, 수소청소차 등을 도입한다.

지역특화사업으로는 도시 내 발생한 유기성 폐기물을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시설 구축과 자원순환단지 내 바이오가스 기반 수소생산시설 구축 등이 있다.

■당진, 사람 살기 좋은 클린 수소도시

당진시는 국내 최대 석탄화력발전단지를 비롯해 제철소, LNG기지(예정), 당진항 등이 입지해 수소 생산·활용 여건이 우수한 지역이다.

인근 관련 기업과 지난해 10월 수소도시 조성 관련 업무협약식을 체결하는 등 ‘사람 살기 좋은 클린 수소도시’를 비전으로 제시했다.

부생수소(제철소), 청정수소(바이오가스, 재활용 플라스틱) 연 2.2만톤을 생산해 사원아파트, 공공· 상업·교육시설, 충전소에 공급한다.

사원아파트(440kW), 문화센터(100kW), 산단관리동(100kW), 호서대기숙사(440kW) 등에 연료전지를 설치하고 수소청소차(2대), 수소버스(8대)를 도입 예정이다.
인근 수소생산공장부터 수소연료전지, 수소충전소를 연결하는 약 7.5km의 수소배관과 통합안전 운영센터 등 인프라도 구축할 계획이다.
지역특화사업에는 가축분뇨 등 유기성 폐자원을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실증, 수소에너지 홍보관 구축 등이 있다.

■보령, 2030 글로벌 수소경제 선도도시

보령시는 충남도, 관련 기업 등과 5조원을 투자해 보령LNG터미널과 연계한 세계 최대 블루수소 밸류체인 구축사업을 추진하면서 ‘2030 글로벌 수소경제 선도도시’를 비전으로 선언했다.

연간 LNG 기반 블루수소 25만톤, 축산분뇨 활용 그린수소 5만톤을 생산해 실버타운, 대학기숙사, 산업단지, 충전소 등에 공급한다.

수소생산시설과 수소연료전지, 수소트레일러· 버스차고지 충전소 등을 잇는 약 8km 길이의 수소배관과 통합안전운영센터 등 수소도시 인프라도 구축한다.

수소 활용분야에는 실버타운(440kW), 대학기숙사(100kW), 수소-냉열 특화단지(1MW)에 연료전지를 건설하고 수소버스(45대), 수소트레일러(100대)를 운행할 계획을 추진한다.

지역특화사업에는 냉열 특화사업단지 내 수소연료전지 설치와 더불어 가축분뇨 등 유기성 폐자원을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 실증단지 구축 등이 있다. 

■광양, 수소경제 중심도시 조성

광양시는 인근 제철소에서 생산되는 부생수소를 사용할 수 있어 수소공급여건이 우수한 지역이다. 지역 내 기업과 협력해 수소전용 항만터미널을 구축하는 등 ‘수소경제 중심도시 광양’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스코에서 생산된 연 4.5만톤의 부생수소를 공동주택, 스포츠센터, 충전소 등에 공급한다.

수소 기반 대중교통체계 확립을 위해 수소충전소 3개소를 구축하고 수소청소차(2대), 수소버스(6 대), 수소드론(3대)을 도입한다.

아울러 수소가 생산되는 제철소에서부터 수소 연료전지설비, 수소충전소를 연결하는 약 19km의 수소배관과 통합안전운영센터 등 수소도시 인프라를 건설한다.

또한 광양칠성 행복주택 150세대(100kW), 수영장(50kW 4기) 등에 연료전지를 설치해 열과 전기를 공급한다. 지역특화사업으로는 광양항 내 수소트랙터, 수소드론 등을 실증하는 수소모빌리티 특화사업을 추진한다.

■포항, 친환경 수소경제 허브도시 전환

포항시는 인근 제철소를 통한 수소공급여건이 우수한 지역으로 블루밸리산단 내 수소연료전지 산업을 위한 기반구축사업을 추진하는 ‘친환경 수소경제 허브도시로의 전환’을 내걸었다.

포스코에서 생산된 연 1만톤의 부생수소를 공동 주택, 다가구주택, 공공복합시설, 충전소 등에 공급한다.

제철소 수소생산시설과 수소연료전지, 수소충전소, 블루밸리산단 등을 연결하는 약 15.4km의 수소배관과 통합안전운영센터 등 도시 인프라를 건설한다.

아울러 행복주택 408세대(440kW), 다가구주택 60세대(1kW 60기), 공공복합시설(440kW) 등에 연료전지를 설치한다. 수소충전소 3개소 건설과 수소버스 4대 도입 등의 계획도 갖고 있다.

지역특화사업에는 블루밸리산단 내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수전해 수소생산시설 실증 등이 있다.

수소시범도시 모델안.
수소시범도시 모델안.

■울산, 수소 활용 기반 마련

울산은 공공임대주택 등에 수소연료전지 열병합발전으로 전기와 열을 공급하고 수소충전소와 공동주택 연료전지 등을 수소배관으로 연결하는 사업 성과를 거두고 있다.

율동 국민임대주택 437세대 부지에 440kW급 연료전지 3기 총 1,320kW를 설치했다. 태화강에는 10km 길이의 수소배관을 구축했다.

태화강역에는 총 4개의 충전기를 보유한 수소충전소를 준공하고 수소배관으로 수소를 공급하고 있다. 6대의 수소시내버스와 카쉐어링 수소차 10대를 운행 중이다.

울산시는 중소벤처기업부와의 협업으로 지게차, 무인운반차, 이동식 수소충전소, 소형선박, 선박용 수소충전소 등을 실증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는 수소산업 기업지원 혁신클러스터 조성과 수소트램 실증 사업에서 협업하고 있다.

■전주·완주, 수소공급기지 구축 박차

전주·완주는 대학교생활관, 공공청사, 수영장 등에 수소연료전지를 설치해 열과 전기를 공급하고 수소추출기 등을 포함하는 수소공급기지를 구축 했다.

완주군청, 우석대학교 생활관(완주), 완산수영장 (전주) 등에 연료전지를 설치하고 전주와 완주를 잇는 수소시내버스 39대를 운행하고 있다. 전주자연생태관 부지에는 홍보시설인 수소놀이체험관을 건립했다.

완주수소충전소에는 하루 1.2톤의 수소를 생산하는 추출설비 2기를 설치해 수소공급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기존 충전소에 출하설비를 구축해 증설한 것이다.

아울러 수소 500kg을 운송할 수 있는 45MPa급 튜브트레일러 6대를 구축해 3개 충전소에 수소를 공급하고 있다. 배관 대신 튜브트레일러로 수소공급망을 확보한 셈이다. 산불감시용 수소드론은 전주·완주만의 특화사업이다.

■안산, 풍력발전 연계 수소생산 실증

안산은 주택, 병원 등에 수소연료전지를 설치하고 수소생산설비를 구축해 수소배관으로 수소충전소까지 연결하고 있다. 풍력발전과 연계한 수전해 설비 실증이 이곳의 특화사업이다.

440kW급 연료전지 1기를 원포공원(예정)에 설치해 공동주택 504세대, 단원병원 등에 열과 전기를 급한다. 지역 열배관망과의 연계를 추진 중이다.

수소배관은 단원, 안산도시개발, 상록구를 잇는총 10.5km 길이로 건설된다.

또한 국토부 수소교통 복합기지 구축사업 후보지에 선정되면서 단원구 원시동 안산스마트허브 200m² 부지에 수소충전소, 전기차충전소, 대형주차장, 정비소, 휴게소 등을 포함한 복합기지가 조성된다.

한국수자원공사와의 협업으로 대부도 방아머리 내 한국수자원공사가 보유한 풍력·태양광 발전과 연계한 수전해 수소 생산 실증설비는 안산 수소시 범도시만의 특색이다.

태양광 1MW, 풍력 3MW 규모로 연간 전력량은 5,432MWh 수준이다. 하루 약 200kg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여기에 수소공급 시설과 튜브트레일러를 추가해 하루 300kg 이상의 수소를 충전하는 그린수소 충전소를 전국 최초로 상용화할 계획을 갖고 있다.

■수소 공급방식 활용처 다변화 필요

수소도시 조성사업을 통해 도시별 에너지원 다변화와 탄소중립 실현에 이바지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3곳의 수소시범도시에서 연간 총 1만996 톤의 이산화탄소와 484톤의 미세먼지를 저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사업 데이터를 기반으로 KGS 기술기준 코드 6건을 제정하고 지자체별 조례 제·개정도 이뤄졌다. 다만 수소생산시설이 화석연료 기반 부생수소와 추출수소에 국한된 점은 개선돼야 할 점으로 보고 있다. 블루·그린수소 생산 여건을 확보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수소 배관망 구축과 튜브트레일러 도입으로 수소 운송은 촉진된 반면 대용량 또는 내륙지역 운송에는 여전히 한계를 지녀 액화수소공급망 추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수소 활용부분에서도 건축물에 열과 전기를 공급하는 연료전지 모델과 수소충전소 등에 국한돼 있어 지역 특화 산업과 연계한 다양한 사업 모델 발굴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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