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 주배관 건설 공사현장.
한국가스공사 주배관 건설 공사현장.

[투데이에너지 최인영 기자]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를 위해 도시가스에 수소를 섞는 ‘도시가스 수소혼입’이 추진 중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2월 2026년 20% 혼입을 목표로 안전성을 검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2021년 11월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 발표에서도 같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연내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내년부터 단계별 실증을 예고한 가운데 도시가스 공급 시설 수소 혼입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안전상 문제는 없는지 확인해 봤다. /편집자주

■전국 5만km 배관망 수소공급

도시가스 공급배관에 수소(H₂)를 도시가스와 섞어 공급하는 도시가스 수소혼입은 2021년 11 월 제1차 수소경제이행 기본계획 발표 이후 도시가스와 수소 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가스도매사업자인 한국가스공사의 정압기지 또는 일반도시가스사업자(도시가스사)의 정압 시설에 수소혼입시설을 설치하고 도시가스 배관망을 통해 수소와 천연가스를 섞어 최종 사용 자에게 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수소가 혼입되는 만큼 도시가스 사용량을 줄여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는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2월 민관합동 ‘도시 가스 수소혼입 실증 추진단’을 발족하고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는 산업부 제2차관과 수소경제정책관, 에너지안전과장, 가스산업과 등을 비롯해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에너지경제연구원, 도시가스 3개사, 한국도시가스협회, 한국기계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경동나비엔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도시가스 수소혼입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산업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간 천연가스 사용량은 4,000만톤 수준으로 수소를 10vol% 혼입하면 연간 129만톤의 천연가스 사용량을 줄이면서 연간 355만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할수 있다.

또한 전국 5만km 길이의 도시가스 배관망을 사용해 수소를 공급할 수 있어 수소 전용 배관망을 갖추기 전까지 전국적이면서 효율적으로 수소를 공급할 수 있다.

향후 수소혼입 상용화 시 가정용 가스보일러나 가스레인지, 산업용 보일러, CNG버스, 발전용 가스터빈 등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모든 가스기기에 수소를 함께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6년 수소 20% 혼입 상용화

산업부는 2026년까지 도시가스 배관망에 수소를 20vol% 혼입해 사용자에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수소혼입 실증을 위해 1단계로 2023년부터 정부 R&D 과제(천연가스 배관망 수소혼입 안전성 검증 및 안전기술 개발)를 통해 도시가스 배관에 대한 수소 호환성과 안전성을 검증한다. R&D 과제에 필요한 시험설비는 가스공사 평택인수기지에 구축된다.

2단계는 2024년부터 R&D 검증결과를 바탕으로 배관재질, 배관망 형태, 주민수용성 등을 고려해 제한된 구역에서 실제 도시가스 배관망에 수소혼입을 실증한다. 도시가스사에서 추진 후 가스공사 주배관에서 진행 예정이다.

2026년 3단계에는 ‘도시가스사업법’을 개정해 수소 혼입을 제도화한다.

이를 위해 가스안전공사는 도시가스 배관에 대한 수소취성 평가, 수명예측, 사용기기 안전성 등을 검증한 다.

가스공사와 도시가스사는 해외 실증사례를 분석하고 시험설비 구축, 수소혼입 실증, 운영기술 개발 등을 맡고 있다.

수소와 다른 도시가스의 주성분인 메탄 간의 특성을 비교·분석해 배관 공급 시 발생 가능한 위험성을 사전 도출해 사고를 예방하자는 취지다.

혼입비율은 최대 20%를 목표로 5%, 10%, 15%, 20% 단계별로 연소기, 비금속재료 등의 안전성을 검증한다. 기존 도시가스 시설인 배관, 가스레인지 등을 바꾸지 않고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최적의 수소 혼입 비율을 도출할 계획이다.

아울러 수소혼입 R&D 안전성 검증 결과에 따라 권역별 도시가스사 공급 여건을 고려해 지역실증도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수소 취성 문제 해결 관건

수소는 크기가 작고 가벼운 특성으로 인해 △금속에서의 수소취성 △누출가능성 △재질투과성 △폭발가 능성 등의 위험을 갖고 있다.

즉 수소가스는 비중과 밀도가 매우 작은 기체이기 때문에 인화성과 확산성을 갖고 있다. 금속 배관에서 수소가 누출될 경우 산화제를 만나면 연소 범위가 넓어져 폭발할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무색무취이기 때문에 식별이 어렵고 확산속도도 LNG(액화천연가스) 보다 6~7배 빠르다. 분자 크기도 작아 밀폐 재질을 천천히 투과할 수 있다.

수소 취성은 철강에 흡수된 수소에 의해 강재의 인성과 연성의 저하가 일어나면서 변형없이 파괴되는 현상을 말한다.

현재까지 도시가스 업계가 취합한 논문에 따르면 최대 4년간 수소에 노출된 PE배관에서 기계·화학적 성질 변화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영남에너지서비스가 6년간 부생수소를 이송한 배관에 대해 기계적 특성 평가를 실시한 결과 KS품 질기준을 만족했으며 PLP배관에 대한 수소 취성 현상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도시가스 혼입과는 다른 환경이므로 별도의 추가 검증이 필요하며 중압 배관에 대한 수소 취성 평가도 시행돼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도시가스배관에 수소혼입 계통도
도시가스배관에 수소혼입 계통도

■정압기 수소 누출 가능성

국내 한 도시가스사가 조사한 공급 시설별 수소주입 영향 평가에 따르면 정압기에서 수소 누출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가스 공급배관, 연결부, 정압기, 매몰형 밸브, 계량기 등 각 영역을 구분한 뒤 △배관 및 용접부의 기계적 특성 △정압기의 누설 여부 △매몰형 밸브의 적용 가능성 △계량기의 정확성 등을 실험했다.

수소 취성은 1%, 100% 모두 동일하게 나타난다는 외국 연구사례를 토대로 수소 비중을 100% 적용해 정적인 상태에서 점검했다고 설명했다.

실험장은 정압기의 중압부와 저압부, 배관의 기계적 특성을 평가하기 위해 PLP배관과 PE배관으로 구성했 다. 마지막 단계에는 계량 성능 평가를 위한 소유량 계량기를 설치했다. 또 정압기와 각 연결부에 KGS Code(FS552 2922) 기준에 맞춰 질소가스를 주입 후 기밀검사를 진행했다.

배관부는 수소 주입 3개월, 12개월 경과 후 기계적 특성을 평가하고 정압부는 누설여부와 부속품의 수소 영향성을 검토했다.

실험 결과 배관·용접부, 계량기, 밸브에는 이상이 없었으나 정압기의 경우 미세 누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누설 원인에 대해서는 현장에 기존 설치된 정압기를 재사용하면서 정압설비 재설치 과정에서 연결 부위가 느슨해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배관부, 3개월간 수소취성 안전

수소 주입 후 3개월 경과한 배관부에 대한 인장시험 결과 인장강도와 연신율은 수소 주입 전 배관과 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모두 KS품질 기준을 만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연신율의 차이가 없기 때문에 수소 주입 후 3개월까지는 배관부에 수소취성으로 인한 영향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PLP·PE배관, 1년간 품질 유지

PLP배관과 PE배관의 수소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배관, 융착부, 부속품을 포함한 실험배관을 제작 후 수소를 100% 주입해 12개월 경과 후 배관 성분분석, 기계적 특성 변화를 확인한 결과 품질기준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몰형 밸브, 10년간 사용 가능

수소 주입 시 사용여부를 검토한 결과 매몰형 밸브의 사용 기간인 10년 이내에는 기존 밸브 사용으로 인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수소 전용 밸브가 개발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 밸브를 사용해도 현재까지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도시가스 배관망은 전국에 2,000만개 이상 수요시설과 연결돼 있는 만큼 안전성 검증이 보다 철저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시가스 수소 혼입은 수소가 수송용 연료뿐 아니라 가정과 산업시설을 위한 주요 에너지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2050년 에너지믹스 시나리오에 따르면 재생에너지와 수소에너지는 60~70%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하지만 신규 수소배관 설치 시 km당 약 30~40억원 가량의 비용이 발생한다. 기존 도시가스 인프라를 활용하면 설치 비용을 절약하는 동시에 수소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다. 청정수소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하는 도시가스 수소혼입의 안전 기준 개발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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