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박찬균 기자] 내년도 예산안 제출당시 대통령이 “성과 없는 R&D사업에 대해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발언이 나온 이후 실제로 R&D 사업이 대폭 삭감된 가운데 ‘발전용가스터빈연료다변화기술개발사업’ 등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3년도 국가연구개발 성과평가 실시계획’에서 중간평가 ‘우수’ 등급을 받은 사업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이장섭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예산이 삭감된 R&D 사업 중 중간평가 상위 1% 기관들 마저 대폭 예산이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R&D사업을 연구비 카르텔이라 지칭하며 R&D 사업예산 구조조정에 나설 것을 지시했으며 이러한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2024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전체 R&D 사업 중 66%에 해당하는 사업이 감액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의 R&D 예산도 역시 5조 4,000억 원에서 4조 6,000억 원으로 13.6%(8,000억 원)가량 감액됐다.

산업통상자원부의 R&D사업 중 국가가 선정한 우수사업의 예산도 대거 삭감됐다. 22년 성과평가 우수사업에는 산업부의 10개의 사업이 선정됐는데, 이 중 에너지국제공동연구 사업을 제외한 나머지 9개 사업의 예산이 대폭 감소했다. 삭감된 총예산은 1,276억 원에 달하며, 많게는 95%가 삭감됐다.

해당 사업 중에는 발전용가스터빈연료다변화기술개발사업, 제조업 활력제고를 위한 산업기계 에너지저감형 재제조 기술개발, 수소차용 차세대연료전지시스템 기술개발, 전기차 통합유지보수 기반구축, 에너지국제공동연구 사업 등이 포함됐다. 이들 예산이 삭감된 사업 중 전기차 통합유지보수 기반구축 사업은 무려 92.7%나 삭감됐다.

또한 감액된 우수사업리스트 중 6개 사업은 24년 종료 사업이 아닌, 계속사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R&D 사업은 계획에 맞춰 꾸준한 지원이 필요한 사업이다. 지원이 갑자기 끊길 경우, 연구인력 급여ㆍ연구기간ㆍ연구목표를 축소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 학계의 설명이다.

한편, 정부는 ‘국가연구개발사업 등의 성과평가 및 성과관리에 관한 법률’ 제15조에 따라, 예산편성 시 사업의 성과등급을 고려하게 돼 있다. 해당 법령 제15조 평가결과의 활용 항목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은 제7조, 제8,조 제10조 및 제11조에 따라 실시한 평가의 결과를 연구개발사업에 대한 예산의 조정과 배분에 반영해야 한다’라고 명시돼있다.

우수사업은 해당법률 제7조 연구개발사업에 대한 자체평가에 해당하므로, 우수등급 사업들의 예산이 삭감된 것은 법 위반의 소지도 있다. 그러나 연구개발사업이 연구비 카르텔이라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정부 부처들이 법 기준도 무시하고 정부의 입맛에 맞춰 예산을 편성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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