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권 해상풍력 실증단지(60MW)
서남권 해상풍력 실증단지(60MW)

[투데이에너지 최인영 기자] 해상풍력발전소 이용률을 높이면서 그린수소를 싼 가격에 생산할 수 있는 사업모델이 국제학술대회에서 등장했다. 해상풍력발전소 인근 바다 위에 연안 부유식 그린수소 플랫폼을 건설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제안이다. 생산비와 운송비는 줄이면서 지역 전기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내다 봤다. /편집자 주

■조선·케이블 산업과 시너지

풍력발전은 설치 장소에 따라 육상과 해상으로 구분된다. 육상풍력은 부지 부족 등의 문제로 신규 발전이 어려운 반면 해상풍력은 높은 풍속과 균일한 바람에 따른 이점을 누릴 수 있다. 터빈 대형화 등 기술발전에 힘입어 향후 신규 설비투자가 늘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상풍력은 풍력발전기를 해저면에 고정하는 고정식과 깊은 해역에 띄우는 부유식으로 나뉜다.

초기 설치비용은 부유식이 더 비싸지만 바다의 풍력자원을 더 많이 이용할 수 있어 유리하다.

부유식 해상풍력은 연안에 설치되는 고정식 해상풍력과 달리 어업 활동을 방해하지 않는다. 바람의 막힘도 없어 상대적으로 균일한 풍속으로 전력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발전설비 이용률은 고정식 대비 약 15~25% 더 높다.

육지에서 수십 km 떨어진 먼 바다에 위치하기 때문에 주민수용성도 높일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기술경쟁력을 갖춘 조선 해양, 해저케이블 산업과 연계해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청정수소 생산 밑그림

해상풍력 업계가 그린수소 생산 플랫폼에 주목하고 있다. 바닷바람이 돌린 터빈에서 나온 전기를 이용하는 셈이다.

당장은 풍력으로 생산하는 수소단가가 비쌀 수밖에 없지만 픙력발전 설비의 효율, 설치·운영비를 낮추면 수소를 보다 저렴하게 생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상풍력 설비로 전기를 생산한 뒤 물을 전기분해하는 수전해 설비와 연동하면 발전 사업과 탄소중립 모두를 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좁은 육지와 부족한 풍량으로 인해 육상풍력 발전에 한계를 지닌다고 말한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지형조건을 활용할 수 있는 해상풍력은 소음 등 환경문제를 방지할 뿐만 아니라 바다의 강한 바람으로 전력을 생산하기 때문에 발전 효율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연안 부유식 그린수소 플랫폼

싱가포르 엑스포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스산업 컨퍼런스 ‘가스텍(GASTECH)2023’ 당시 황지현 한국에너지공대 교수는 HD한국조선해양과 공동으로 논문을 발표하면서 해상풍력발전소 이용률을 높이려면 바로 옆에 그린수소 플랫폼을 지어 잉여전기로 수소를 생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황지현 교수는 “연안 부유식 그린수소 플랫폼은 조선소에서 모듈을 만들고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지을 수 있어 육지에서 건물을 지을 때보다 돈이 적게 든다”며 “그린수소 플랫폼에서 생산한 수소를 액화해 인근 육지의 수요처까지 배로 싣고 가면 운송비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신안 해상풍력발전소 옆에 연안 부유식 그린수소 플랫폼을 지으면 주변 섬 지역의 전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잉여전기로 생산한 그린수소를 광양 철강공장과 여수 석유화학공장 등지에 공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안 그린수소 플랫폼은 제주도 등 다른 지역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상풍력발전소 인근에 그린수소 플랫폼을 지을 경우 토지 수용 관련 민원을 줄일 수 있고 육지에 비해 법적 규제도 덜하다고 전망했다.

황 교수는 “국제해사기구(IMO)가 규제를 강화하면 선박 연료가 그린수소로 바뀔 것”이라며 “연안 그린수소 플랫폼 또한 각광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교수의 제안은 향후 예정된 국내외 해상풍력 단지 조성에 필요한 그린수소 인프라 구축에 고려될 만한 옵션으로 예상된다.

황 교수는 “연안 부유식 그린수소 생산과 액화 플랫폼 모델은 매우 안전하기 때문에 사회 수용성도 높을 것으로 본다”며 “경제성이 육·해상 인프라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향후 수요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황지현 한국에너지공대 교수팀이 HD한국조선해양과 함께 개발하고 있는 연안 부유식 그린수소 플랫폼.
황지현 한국에너지공대 교수팀이 HD한국조선해양과 함께 개발하고 있는 연안 부유식 그린수소 플랫폼.

■다국적 기업과 협업

한국에너지공대(KENTECH, 이하 켄텍)는 지난 5월 독일 린데, 미국 ABS, 영국 ITM파워, HD한국 조선해양과 업무협약을 맺고 부유식 그린수소 액화 플랫폼 기술을 공동 개발키로 했다.

황 교수가 이끄는 해당 연구팀은 HD한국조선해양과 함께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연안 부유식 그린 수소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전라남도에서 2030년까지 신안군 임자도 30km 해상에 8.2GW 해상풍력단지를 건설키로 하는 등 그린수소 에너지 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먼저 황 교수 연구팀은 2022년부터 HD한국조선해양과 함께 연안 부유식 그린수소 생산 및 액화 플랫폼 모델 개발을 위해 연구개발을 추진했다.

2022년 플랫폼 모델 개념에 대한 공정 최적화 연구에 이어 다국적 기업과 함께 각 기술에 대한 상용화 연구를 시작했다.

올해에는 모델 상용화를 위한 경제성 평가 연구를 진행했다. 현재 TRL(Technology Readiness Level, 기술성숙도) 2단계 기술개발을 완료했다.

황 교수 연구팀은 2024년까지 기술 개발을 통해 TRL 3단계인 기본설계를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참여 기업에는 수소 액화 등 극저온 기술을 보유한 독일 린데(Linde)사, PEM(고분자전해질) 수전해 스케일 업(Scale-up) 기술을 확보한 영국 ITM Power사, 해양플랜트분야 강자로 꼽히는 HD 한국조선해양, 수소에너지 연구 역량을 갖춘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 해양플랜트 글로벌 스탠다드와 인증 관련 역량을 보유한 미국 ABS, 수소에너지 전주기 연구 역량을 갖춘 켄텍 등이 있다. 한-독-미-영 4개국 컨소시엄을 구성한 셈이다.

황지현 교수(우 두번째)가 싱가포르에서 열린 가스텍2023 컨퍼런스에서 수소에너지 전문가들과 토론하고 있다.
황지현 교수(우 두번째)가 싱가포르에서 열린 가스텍2023 컨퍼런스에서 수소에너지 전문가들과 토론하고 있다.

■에너지전환 게임체인저 역할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산을 벌목하고 짓는 육상풍력발전이나 해저에 기둥을 박아 짓는 고정식 풍력발전이 주를 이루다 보니 환경훼손 등 부정적 이미지가 짙었다.

부유식 해상풍력발전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닻과 쇠줄로 연결한 부유체 위에 발전타워를 세우기 때문에 해안 훼손 없이 설치할 수 있다.

풍력발전의 효율을 높이려면 연중 평균 초속 8m 이상의 바람이 불어야 하는데 대부분 수심 50m 이상 먼 바다에서 확보할 수 있는 수치다.

우리나라는 대형 조선사들이 해외 해양 석유 시추 사업 수주에서 쌓아 온 기술과 건조 경험을 큰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 즉 국내 부유식 해상풍력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높은 잠재력을 갖춘 시장인 셈이다.

여기에 세계 1등 수소산업 육성이라는 정부 목표에 걸맞은 수소 활용분야 기술이 수소 생산분야에도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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