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수 마포구청장이 지난달 21일 쓰레기 소각장 예정지 불소 초과 검출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경수 마포구청장이 지난달 21일 쓰레기 소각장 예정지 불소 초과 검출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투데이에너지 차기영 기자] 서울시가 새 광역자원회수시설 예정지를 마포구로 최종 결정했지만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입지 선정에 이어서 이번에는 불소 검출 문제를 놓고 서울시와 마포구 간 공방이 계속되면서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님비’(NIMBY)는 내 뒷마당에는 안 돼(Not In My BackYard)의 약자로 지역 주민이 지대와 치안, 환경, 정서 등을 이유로 교도소, 쓰레기 매립지, 발전소 등혐오시설의 유치를 거부하며 반대하는 행동을 뜻한다.

소각장은 님비 현상을 야기하는 대표적인 지역기피 시설이다. 이런 시설은 사회적 필요성이 인정되지만 이런 시설이 들어서는 지역에서는 오염과 악취, 사회적 낙인과 지가하락 등의 환경적·사회적 피해를 초래 하는 등 부정적인 외부효과 때문에 입지 과정에서 해당 지역의 강력한 반발이 일어난다.

서울에서 나오는 쓰레기 발생량은 하루 3,000여톤으로 2,100여톤은 서울 소각장에서 태우고 있고 나머지는 인천 매립지로 보내는데 3년 후부터는 직매립이 막혀 이를 직접 처리해야 한다. 

따라서 1,000톤 가까이를 상암동에 쓰레기 소각장을 새로 만들어 처리한다는게 서울시 최종 결정이다. 현 마포자원회수시설 옆 2개 필지인 부지 면적은 2만1,000㎡ 규모이다. 서울시는 시설을 모두 지하화하고 1,000억원 규모의 주민 편익시설도 약속했지만 주민 반발은 여전한 상황이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쓰레기 소각장을 신설하겠다는 서울시 결정에 대해 마포구가 전쟁도 불사하겠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근본적으로 신규 소각장 신설밖에 답이 없다는 확고한 입장이다.

마포구 토양오염도 조사지점 현황도.
마포구 토양오염도 조사지점 현황도.

마포구, 토양오염 ‘심각’···서울시에 토양정밀조사 명령
마포구는 지난 8월28일 한국환경수도연구원에 의뢰해 신규 소각장 부지 근처 토양 시료를 채취해 오염도를 조사한 결과 504~779㎎/㎏의 불소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토양오염에 따른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는 가운데 마포구가 지난달 18일 서울시에 토양정밀조사를 요구하는 등 강력한 행정조치를 예고했다.

마포구 관계자는 “예산, 행정, 인력 등 서울시에 의존도가 높은 자치구에서 시를 상대로 토양정밀조사를 요청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강한 조치”라며 “그런 만큼 토양 오염이 심각한 상황이다”고 전했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마포구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토양오염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며 “서울시와 한국중부발전에 정밀조사를 요구한 만큼 조사 결과에 따라 강력한 행정조치 해 구민들의 건강권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와 한국중부발전은 토양 오염문제를 경시하지 말고 즉각적인 정밀조사와 책임있는 조치를 통해 마포구민의 불안을 반드시 해소해야 할 것”이 라며 “마포구는 서울시와 한국중부발전에서 실시하는 토양정밀조사에 적극 참여해 관리‧감독을 철저히 할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마포구는 지난달 21일 마포구 쓰레기소각장 예정지 불소 초과 검출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소각장 주변 환경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발표를 수십 년간 철썩같이 믿어 온 마포구민들로서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것이나 다름없다”며 울분을 토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마포구 소각장 예정지 14개 지점을 대상으로 토양오염도를 측정한 결과 이상이 없다는 내용의 전략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지난 5월 국립환경과학원, 한국환경공 단이 실시한 토양환경오염조사 결과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으며 서울시 평가서를 작성한 업체 두 곳이 허위 보고서 작성으로 영업정지를 받은 이력이 있다는 사실이 언론으로 보도되며 구민들의 불안을 야기했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토양오염분석 시 공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해 서울시 관계자, 주민 등이 함께 참석한 가운데 동일 시료를 채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마포구의 분석 결과에 반박해 서울시에서 밝힌 불소검출량이 많게는 4배 가까이 낮은 것 또한 신뢰하기 힘들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또한 서울시가 그간 불소 오염이 확인된 민간, 공공 사업장에 대해서는 철저히 토양 정화를 지시해 온 데 반해 지난 7월20일 소각장 전략환경영향 평가와 관련한 환경부의 ‘대기오염 저감 방안 마련과 토양오염 정밀조사 및 정화 조치’에 대해서는 여태 후속조치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마포구는 법적 허용치를 떠나 서울시민 전체가 즐겨 찾는 해당 지역에 과다 노출 시 피부나 간, 폐에 손상을 주는 독성 물질인 불소가 다량 검출되는 것 자체가 주민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서울시와 한국중부발전은 마포구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토양오염 문제를 경시하지 말고 즉각적인 정밀조사와 책임있는 조치를 시행해 마포구민의 불안과 고통을 하루 빨리 해소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촉구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가 세계 최고 수준의 오염방지 설비와 검증 시스템을 도입해 관리하겠다는 신규 소각장 역시 원점으로 돌아가야 마땅하다”며 “무리하게 소각장을 새로 짓겠다는 계획을 세우기 앞서 현재 쓰레기소각장 운영의 안정성과 주민 건강부터 돌아봐야 한다”고 전했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 8월 28일 상암동 신규자원회수시설 입지 예정지에서 토지오염 조사를 하고 있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 8월 28일 상암동 신규자원회수시설 입지 예정지에서 토지오염 조사를 하고 있다.

서울시, 측정결과 우려기준 이내
한편 서울시는 지난 8월28일 마포구가 서울시에 제공한 상암동 입지 주변 토양 시료를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이 분석한 결과 22개 물질 모든 항목이 적합했으며 불소(F) 항목은 87~507mg/kg으로 측정돼 우려기준 이내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상암동 신규 광역자원회수시설 부지는 폐기물처리시설로 도시계획시설이 결정된 부지이며 ‘잡종지(쓰레기처리장 및 오물처리장)’로 3지역인 800mg/kg을 적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마포구의 토양 기준적용은 착오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며 마포구가 검사 의뢰한 한국 환경수도연구원의 측정 결과를 보더라도 상암동 입지의 토양은 우려기준 이내로 판단되므로 마포구는 서울시와 협의를 통해서 주민 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구는 감사원에 감사 청구를 하고 주민들 역시 행정소송과 집회를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라 소각장을 둘러싼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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