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액화플랜트 조감도./SK E&S 제공
인천 액화플랜트 조감도./SK E&S 제공

[투데이에너지 최인영 기자] 2023년 인천 지역에 연간 3만톤의 액화수소, 2025년 충남 보령에 연간 25만톤의 블루수소를 생산하는 플랜트가 잇따라 지어지면서 대용량 수소시대의 포문을 열고 있다. 수송·산업·발전용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서 수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의 세계 1등 수소산업 육성 전략에 이바지하고 있다.

■수소 대량 생산 체제 구축

지난 2020년 12월 SK(주)는 그룹 차원의 수소사업 목표를 제시하고 20여명의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수소 사업 전담 조직 ‘수소사업추진단’을 신설했다.

SK E&S를 중심으로 2023년부터 연간 3만톤 규모의 액화수소 생산설비를 건설하고 수도권 지역에 액화수소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액화플랜트를 통해 수소를 액체 형태로 가공함으로써 수소가 기체 형태로 운송·충전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을 개선할뿐 아니라 안정성을 대폭 강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의 부생 수소를 공급받게 되는데 SK이노베이션 산하 SK인천석유화학은 수소에너지의 최대 수요지인 수도권에 인접한 사업장으로 수소 장거리 운송에 따른 비용 문제를 해결하는 최적의 입지를 갖추고 있다.

이와 함께 SK E&S는 연간 300만톤 이상의 LNG(액화천연가스)를 직수입하는 국내 최대 민간 수입자라는 이점을 활용해 이산화탄소를 제거한 25만톤 규모의 블루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사업에 나서면서 친환경 수소공급 체계를 완성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수소 생산, 유통, 소비에 이르는 친환경 수소 밸류체인 구축 전략을 추진하는 셈이다.

■액화수소 충전 마중물 역할

우리나라는 2022년 제5차 수소경제위원회 당시 2030년까지 액화수소충전소 70개소 보급이라는 목표를 내세웠다.

SK E&S는 수소 생태계 구축 전략 1단계로 액화수소를 생산·유통하는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대한민국 액화수소 시대’를 이끌고 있다.

인천 지역에서 세계 최대 규모인 연간 3만톤의 액화수소를 생산해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에 공급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생산된 액화수소는 전국 거점 지역 충전소를 통해 보급된다.

SK인천석유화학으로부터 수급받은 부생수소를 액체 형태로 가공한 뒤 공급하는 방식으로 SK인천석유화학이 부생수소를 SK E&S에 공급하면 SK E&S가 부생수소를 고순도로 정제하고 액화해 수소충전소 등 수요처에 공급하는 구조다.

이를 위해 2022년 11월 SK E&S는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효성, 하이창원, 현대자동차와 ‘액화수소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 당사자들과 함께 국내 액화수소 생태계를 조성하고 수소버스를 포함한 수소 상용차 보급 확산에 나선 셈이다.

SK E&S는 미국 플러그파워사와 공동 설립한 SK 플러그하이버스를 통해 버스차고지 등 수요처 인근에 액화수소충전소 약 40개소를 구축하고 있다.

정부와 액화수소 공급기업, 차량제조사가 함께 수소 저장·유통 방식 진화를 이뤄내는 초석을 다진 점에 의미를 지니고 있다.

지난해 12월18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6차 수소경제위원회 당시 정부는 2030년까지 수소차 30만대 보급, 수소충전소 660기 이상 구축을 목표로 △수소버스 등 상용차 중심 수소차 보급 확대 △액화수소충전소 및 융복합 수소충전소 등 인프라 확충 △수소 수요 증가에 따른 수급 대응체계 강화와 공급망 다변화에 관한 정책방안을 발표했다.

수송 부문 수소 활용 촉진과 함께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액화수소는 상온에서 기체 형태로 존재하는 수소를 -253℃의 극저온 상태로 냉각해 액체 형태로 만든 수소다. 기체수소 대비 부피 800분의1, 1회 운송량 약 10배 수준으로 대용량 저장·운송에 유리해 운송비를 줄일 수 있다.

충전속도는 기체 대비 약 4배 이상 차량에 충전할 수 있고 대기압 수준에서 저장할 수 있어 폭발과 화재 위험성도 낮은 편이다.

지금까지 국내 수소생태계는 기체수소를 기반으로 성장한 반면 2023년부터는 액화수소 생산·충전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 미국, 일본, 독일 등 해외에서는 이미 250개소 이상의 액화수소충전소가 운영되고 있다.

보령 블루수소 생산기지 조감도./SK E&S 제공
보령 블루수소 생산기지 조감도./SK E&S 제공

■블루수소 경제성 실증

LNG 냉열을 활용한 블루수소 생산모델이 2022년 12월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에서 실증특례 승인을 받으면서 환경성과 경제성을 높인 블루수소 대량 생산의 길을 열었다.

SK E&S는 수소생태계 구축 전략 2단계로 2026년 이후 충남 보령 LNG터미널 인근 지역에 블루수소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이산화탄소(CO₂)를 제거한 연간 25만톤(액화 5만톤, 기화 20만톤)의 블루수소를 공급할 계획을 밝혔다.

기존에 보유한 핵심 인프라 설비인 보령 LNG터미널을 통해 호주 바로사 가스전에서 생산한 저탄소 LNG를 도입한 뒤 보령 플랜트에서 블루수소를 생산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CO₂는 CCS(탄소포집·저장) 기술로 포집한 뒤 SK E&S가 보유한 해외 폐가스전에 매립할 계획이다.

생산한 수소 가운데 5만톤은 액화수소 형태로 탱크로리 운송해 수소충전소 등에 공급하고 나머지 20만톤은 기체형태로 파이프라인을 거쳐 연료전지발전과 혼소발전 등에 쓰일 예정이다.

특히 블루수소 생산·액화공정에서 LNG 냉열을 활용하는 점이 특색이다. LNG 냉열은 -162℃의 LNG를 기화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로 이를 수소 개질 또는 이산화탄소·수소 액화 공정에 활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LNG배관이 블루수소 플랜트 내에 도입돼야 하는데 LNG터미널의 경계를 넘어 배관을 설치·검사하는 기준이 없어 LNG 냉열 활용에 한계를 지녔다. 보령 블루수소 사업이 실증특례를 받으면서 LNG 냉열을 활용한 블루수소의 대량 생산 가능성을 제시한 셈이다. SK E&S는 블루수소 생산과 액화 공정에 LNG 냉열을 활용해 전기소비를 줄여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약 15만6,000톤의 탄소 간접배출량 감축을 기대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SK E&S는 환경성, 안전성, 편의성을 두루 갖춘 블루수소를 국내에 공급할 뿐 아니라 수소차, 수소연료전지, 수소터빈 등을 비롯해 관련 소재·부품을 아우르는 수소분야 대·중소·벤처기업에 새 사업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美 플러그파워사와 협업

SK E&S는 글로벌 수소기업 플러그파워(Plug Power)와 합작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2년 1월 아시아 수소사업 공동 추진을 위해 플러그파워와 합작법인 SK 플러그 하이버스(SK Plug Hyverse)를 설립했다.

양사는 합작법인을 통해 1조원을 투자하고 R&D센터와 기가팩토리(Giga Factory)를 건설했다.

기가팩토리는 차량·발전용 수소연료전지와 수전해 설비 등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수소 핵심설비 생산기지로 2025년부터 양산해 국내와 아시아 시장에 공급하고 국내에 액화수소충전소를 구축·운영하는 등 수소 사업 공동 추진을 위한 파트너십을 다지고 있다.

플러그파워는 지난해 4월 대통령 방미 기간 동안 투자신고식 행사에 참석해 이같은 내용을 담은 1조원 규모의 합작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양사는 SK 플러그 하이버스를 통해 총 1조원을 국내 수소산업에 투자할 계획으로 △액화수소충전소 구축·운영 △수전해·연료전지 제품 생산·공급분야에 투자할 예정이다.

전국 주요 지역에 액화수소충전소를 구축하고 공급·인프라를 조성해 수소 모빌리티 확산을 지원하는 것이다. 액화수소는 기체수소 대비 대량 운송과 빠른 충전이 가능해 버스, 트럭, 중장비 상용차 연료로 활용 시 이점을 지닌다.

SK E&S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수소 유통이 액화수소 중심으로 확대되는 반면 아직까지 한국은 액화수소 생산·유통 기반이 부족하다”며 “지난해 말부터 인천 액화수소플랜트에서 연 3만톤 생산을 본격화하면서 생산된 액화수소를 SK 플러그 하이버스가 구축·운영하는 액화수소충전소를 통해 수소 모빌리티 연료로 공급하는 등 액화수소 개화기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유운단 가스전 전경./SK E&S 제공
바유운단 가스전 전경./SK E&S 제공

■블루수소파트너십 강화

SK E&S는 지난해 12월 UAE 두바이에서 열린 COP28(제28차 유엔기후변화회의)에서 충남도, 한국중부발전, GE, 에어리퀴드와 함께 충남 보령에서 추진 중인 블루수소 사업의 성공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글로벌 기업 에어리퀴드는 수소 생산·액화 주기기 설비, GE는 혼소발전에 쓰일 수소터빈을 제작한다. 충남도는 행정지원과 인허가, 중부발전은 플랜트 건설 전반의 프로젝트 관리와 유지보수를 뒷받침하고 있다.

SK E&S는 블루수소 생태계 구축 과정에 6조7,000억원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 10만5,000명의 일자리와 59조원 규모의 사회·경제적 편익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간 220만톤의 탄소감축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SK E&S는 재생에너지, 수소, 에너지솔루션, CCUS(탄소포집·활용·저장)기술과 친환경 LNG 사업의 유기적 연계를 통해 SK E&S만의 그린포트폴리오(Green Portfolio)를 완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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