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기학회 이병준 회장

대한전기학회 이병준 회장

[투데이에너지 이성철 기자] 정부 에너지 정책의 변화는 곧 국민들의 삶의 질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특히나 전력 분야에 있어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전국 각지에서 필요로하는 장소에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문제는 전력 산업의 최대 이슈가 됐다. 결국 대규모 전력망 확충이 필요하다는데 정부와 산업계는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그러나 송변전설비 구축 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적기 공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정부가 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을 위한 특별법 제정 등 해결책 마련에 나선 상황에서 안정적 전력 계통을 위한 방안을 모색 하기 위해 이병준 대한전기학회장(고려대 교수)을 비롯한 회원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들어봤다.

■탄소중립과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 등으 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가 불가피한데 전력 계통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지.

재생에너지 확대 보급이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 표의 달성을 위한 주된 수단인 것은 분명하다. 다만 현재 우리 전력망은 기존의 원자력과 석탄, 가스 등을 연료로 하는 동기발전기 중심의 전력공급 체계에 적합하도록 구성·운영돼 왔기 때문에 재생 에너지 중심의 전력공급에 적합한 새로운 전력망 체계로의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재생에너지 감시 및 제어 그리고 재생에너지 관련 기준 개정 등 상당한 기술적 인 진보가 있었으나 당초 예상보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 전력망 유연성 증대, 대규모 전력 수송 및 안정화 기술 등을 적기에 확 보 및 적용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속도에 비해서 전력망의 대응이 늦어질 경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달 성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전력망 운영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고 심각한 경우 대규모 정전의 발생 가능성까지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영·호남 일대 대규모 태양광 설비로 인해 계통 포화 문제와 출력제어마저 우려되는 상황에서 전력 망 부족이 큰 문제로 지적되는데 해결책은.

태양광 및 풍력발전은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하고 입지 조건이 유리한 지역에 집중돼 개발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장의 논리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전력망의 부족에 따른 확충 비용이 반영되지 않고 있는 현실 때문에 영남과 호남 등 특정한 지역에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편중돼 있다. 더욱이 사회적 수용성의 문제로 신규 송전선로의 건설이 어려운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편중 개발에 따른 전력 망 부족은 장기적인 문제가 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유연한 전력망의 운영전략을 통 해 최대한 기존 송전선로의 용량을 효율적으로 활 용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며 중기적으로는 현실적인 보상 방안 등을 수립해 신규 송전선로의 건설을 신속하게 추진하고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송전 방식(HVDC Highway 등)을 적용해 대용량 전력을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수송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무엇보다 재생에너지가 균형있게 개발돼 지역별로 전력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이루는 분산형 전력망 구축이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발전원의 다원화 등 기술 개발 뿐만 아니라 송전요금 등의 관련 제도 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현재 송변전설비 구축 시 지역 주민들의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어려워 사회경제적 손실이 막대한데 지역 내 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송전선로 건설에 따른 수혜지와 경과지가 상이 하기 때문에 경과지 지역 주민들의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송전선로 건설의 수혜를 공유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며 정부가 마련하려고 하는 ‘수요자 맞춤형 보상제도’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만 경제적인 보상만으로 지역 주민의 수용성 을 높이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신기 술의 적용과 법제도 체계를 정비해 전력망 확충을 국가적 중요 사업으로써 균형감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선 전력망 후 발전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최적의 전력망 건설에 우선적으로 나설 계획인데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소통 문제 등 현실적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무엇인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의 증가에 따른 재생에너지 잠재량 분석 등 예측을 기반으로 전력망 설비 계획을 선제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전력수요-절 전-전력망 설비 계획이 조화롭게 수립되는 것을 ‘선 전력망 후 발전원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여겨진다. 다양한 시나리오 기반의 전력망 보강계획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고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국가의 전력 관련 계획의 수립 시 가이드 라인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지자체와의 소통은 매우 중요하며 전력망 확충을 국가적 중요 사업으로 관리함으로써 지자체와 함께 균형감 있는 종합 개발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지자체의 적극적인 행정도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첨단산업단지에 안정적 전력공급 등 국가 에너지 안보 확립을 위한 `제10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이 발표됐는데 그 배경이 될만한 현재의 에너지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는지.

정부는 무엇보다 국가적으로는 이번 제10차 장 기 송변전설비계획을 통해서 오는 2050년 탄소중 립 달성을 위한 전력인프라를 충분히 마련하고 국가 첨단전략사업의 적기·안정적인 전력공급에 기여하는 것이 국가 차원에서의 시급하고 중대한 과 제임을 강조하고 있다. 다시 말해 전력산업은 기본적으로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전력공급을 통해 국민 삶의 질 향상과 경제성장을 지원해야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국가 첨단전략사업을 위한 매우 중요한 사업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재생에너지와 함께 대규모 전력수요에 대 한 지역 균형 개발을 유도할 수 있는 제도의 마련을 통해서 근본적인 전력망의 문제의 해결을 하는 것을 장기적인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제10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서는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해 HVDC, 동기조상기, FACTS, ESS 등의 다양한 계통안정화 설비를 도입하고 전력망 건설 대안 기술들을 활용할 계획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무탄소 전원의 확대에 대한 영향이 최소화된 안정적 전력망을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한전기학회에 참여하고 있는 전기 분야 학계 전문가들이 최근 관심을 갖고 연구 또는 수행하시는 에너지 분야 이슈는 무엇인지.

전기요금은 전기소비자의 합리적 소비와 전기 공급자의 안정적 전력공급과 지속적인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부분이다. 때문에 학회에서는 최근 총부채 201조에 달하는 한전의 경영여건 악화 문제에 대한 원인을 찾고 체계적인 분석과 더불어 전기요금과 가격에 대해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메커니즘과 거버넌스에 대한 자체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소비자와 공급자를 아우르는 합리적인 요금 결정 방식과 해외 사례 등에 대해서도 자체 기술보고서(Technical Report)를 작성해 공개할 예정이다. 또한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지역차등 전 기요금에 대해서는 해외 사례를 중심으로 정리하 고 앞으로 우리나라가 중장기적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대안을 제시하는 부분이 기술보고서에 포함될 예정이다. 추가적으로 최근 정부가 발표한 ‘전력계통 혁신 방안’에 대해 학회 차원에서는 자체 토론회 개최 및 안정적인 전력망 구축을 위한 종합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전기학회는 전력과 에너지산업에 대해 중립적인 차원에서 우리나라 경제와 공급자 및 소비자에게 모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중요 에너지 정책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으며 이와 함께 국민과의 소통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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