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기후위기가 인류 생존의 문제로 대두되면서 국제사회는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과하던 교토의정서 체제를 넘어 2015년 파리 기후변화 협정을 통해 모든 국가가 참여하는 보편적 기후변화 대응 체제를 마련했다. 

주요국들은 탄소중립 선언과 함께 RE100 확대, ESG 경영 강화 등 탈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EU의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CBAM)의 도입,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효 등의 사례와 같이 탄소중립은 더 이상 환경에 국한된 이슈가 아닌 에너지 안보, 산업, 기술, 금융 등을 포괄하는 새로운 국제질서의 핵심 키워드가 됐다.

파리협정의 당사국들은 자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설정하고 목표 이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1990년 배출량 대비 55% 감축목표를 제출했으며 영국은 2035년까지 1990년 대비 78%, 미국은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50~52%, 일본은 2030년까지 2013년 대비 46% 감축목표를 제출했다. 

우리나라도 2020년 12월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과 함께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를 감축하겠다는 NDC를 UN에 제출했다. 국가별 NDC의 기준 연도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최고점에 이른 해를 기준으로 결정하는데 유럽, 미국 일본 등의 기준 연도는 각각 1990년, 2005년, 2013년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정점에 도달한 이후 감소 추세로 접어들었으며 온실가스 배출과 GDP 성장이 탈동조화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은 1990년 이후 해마다 증가해 2018년 7억2,760만톤에 이르렀고 2018년 이후 감소하는 추세로 전환돼 2022년 국가 온실가스 잠정배출량(6억5,450만톤)은 2018년 대비 약 10% 감소했다. 그러나 선진국 대비 제조업 및 탄소 다배출 업종의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의 여건상 아직 탄소 배출과 경제성장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CCUS 보급을 위한 주요 정책 수단/출처: CCS 국내외 현황 및 정책제언 연구보고서 (2023)
CCUS 보급을 위한 주요 정책 수단/출처: CCS 국내외 현황 및 정책제언 연구보고서 (2023)

주요국들은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화석연료 사용량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로부터 수소 및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전망에 따르면 2050년에도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산업 등 중공업 분야의 50%에서는 여전히 화석연료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산업활동에 불가피하게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처리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 CCUS 기술의 탄소중립 기여도가 18%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특히 중공업 부문에서는 CCUS 기여도가 30%로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탄소 다배출 업종의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는 탄소중립 국제질서에 대응하고 안정적인 탈탄소 산업 전환을 위해 CCUS 기술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우리나라는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에 탄소 다배출 업종의 탄소중립 전환을 이끌 중요한 수단으로 CCUS 기술의 개발과 상용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으며 2023년 4월 ’탄소중립‧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제1차 국가 기본계획‘에 2030 NDC 달성을 위한 부문별 세부 감축목표를 확정하면서 CCUS를 통한 감축목표를 종전의 1,030만톤에서 1,120만톤으로 상향 조정하였다. 우리나라 2030 NDC 목표 달성에 CCUS 기술의 기여도는 3.8% 수준이며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 기여도는 8.0~12.3% 수준으로 높아진다.

전 세계적으로 CCUS 기술이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지만 아직 기술이 탄소 다배출 산업에 적용되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 현재 한국의 CCUS 기술 수준은 미국, EU와 같은 기술 선도국의 80~85% 수준으로 기술격차는 3.5~5년으로 평가된다. 선도국과의 기술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내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의 대규모 실증연구가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저장소를 확보하지 못한 국가는 대규모 저장소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해외저장소를 활용하는 CCS 프로젝트에는 각국의 기업들이 참여면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또한 국내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국경을 넘어 해외저장소에 수송·저장하기 위해서는 국가 간 협약이 선행되어야 하므로 정부의 발 빠른 외교적 역할이 요구된다. 더불어 연구개발 단계에 있는 이산화탄소 활용 기술의 성숙도를 상용화 단계로 높여야 한다. 

CCUS 기술이 국내 탄소 다배출 산업현장에 보급되어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민간기업의 적극적인 CCUS 도입 의지와 R&D 및 설비 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아직 CCUS 시장은 초기 단계로 불확실성이 크고 연구개발 기간과 비용이 소요되어 기업이 CCUS 사업에 착수하기에 위험 요소가 많다. 

국내 배출권거래제 탄소 가격이 EU에 비해 낮아서 CCUS 사업을 통한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더불어 우리나라는 대규모 저장소가 확보되지 못해 해외저장소로의 수송 비용을 고려할 때 경제성이 낮아질 우려가 있다. 이러한 기술도입 초기의 위험 요소들을 해소하기 위하여 주요 선진국들은 관련 세제 혜택과 법률 제·개정,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등 과감한 지원을 통해 CCUS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세계 주요국들이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에 대한 인센티브를 늘리며 관련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CCUS 선도국 중 하나인 미국은 2008년부터 ‘45Q Tax Credit’ 법안을 제정해 CCUS 기술에 대해 온실가스 감축분만큼의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2022년에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CCUS 설비 설치 등 관련 프로젝트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대폭 강화하여 이산화탄소 1톤당 최대 180달러의 세금 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미국의 CCUS 산업 육성을 위한 45Q 세금 공제 요약/출처: CCS 국내외 현황 및 정책제언 연구보고서 (2023)
미국의 CCUS 산업 육성을 위한 45Q 세금 공제 요약/출처: CCS 국내외 현황 및 정책제언 연구보고서 (2023)

캐나다도 CCS 투자비의 50%, 대기 중에서 직접 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인 DAC 투자비의 60%에 대해 세금을 공제해 준다. 앨버타주는 CCS 프로젝트 수행 시, 포집된 이산화탄소와 저장된 이산화탄소에 대하여 2중으로(double-counting) 탄소 감축 크레딧(포집인식톤)을 제공함으로써 CCS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기업의 수익성을 보장해 주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0년 CCS를 친환경 산업으로 규정하고 각종 환경 규제에서 제외하여 자유롭게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네덜란드와 독일에서는 탄소 다배출 산업에 탄소차액계약제(CCfD)를 도입하여 CCS 기술이 완성되지 않은 단계에서도 기업이 생산 설비 및 공정 개발 투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정부가 고정된 탄소 가격을 보장해 주고 있다.

탄소차액계약제(CCfD)의 개념/ 출처: CCS 국내외 현황 및 정책제언 연구보고서 (2023)
탄소차액계약제(CCfD)의 개념/ 출처: CCS 국내외 현황 및 정책제언 연구보고서 (2023)

이처럼 민간기업이 CCUS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위험 요소들을 해소하고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기술도입 초기에 명확한 정책적 뒷받침이 요구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CCUS 기술의 중요성 대비 산재된 규제와 관련 제도를 통합할 수 있는 명확한 법률 및 지원제도의 미비로 인하여 민간기업의 적극적인 참여 및 투자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아직 CCUS 기술을 대상으로 하는 단일법이 제정되어 있지 않아 기술 단계별로 다른 법의 적용을 받고 있으며 각 법률에 따라 관할부처가 다양해 인허가에 복잡한 행정절차가 필요하다. 또한 CCS는 산업통상자원부, CCU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담당하는 등 아직 CCUS 관련 정책지원을 총괄하는 책임 부처가 명확하지 않은 실정이다. 

CCUS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체계적 법, 제도 마련과 더불어 관련 인허가 및 관련 정책을 관할하는 부처의 단일화가 필요하다. 2023년 2월과 9월에 발의된 이후 계류 중이던 CCUS 법안이 2023년 11월 국회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 심의를 마쳤다.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되는 과정을 앞두고 있어 CCUS 단일법 제정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탄소 다배출 산업의 탄소중립 산업 전환과 더불어 2030 NDC 및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탄소 다배출 업종의 CCUS 도입이 필수적이다. 기술적 우위와 정책적 지원을 앞세운 글로벌 탄소중립 기술 확보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의 과감한 R&D 투자 및 민간 참여 촉진을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CCUS 단일법의 조속한 제정과 더불어 선도국 사례와 같이 대규모 CCUS 사업에 정부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포집·저장·이용된 이산화탄소에 대한 세금 공제, 탄소차액계약제(CCfD)를 통한 운영비 지원 등과 같은 구체적인 지원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기업은 저탄소 산업구조로 변화를 모색하기 위한 수단일 뿐만 아니라 기업의 새로운 가치 창출의 수단으로써 CCUS 도입에 대한 투자를 적극 검토해야 하며 연구개발 단계에서부터 주도적으로 참여해 기업의 수요를 반영함으로써 상용화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줄여야 한다. 2030년이 머지않았다. 국내 CCUS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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