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신영균 기자] 지난해 말 통화당국의 긴축 기조가 이어진 가운데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률 추이와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국제유가는 물가 향방을 좌우할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올해 국제유가는 어떨지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장을 만나 다양한 전망을 들어봤다.

■지난해 국제유가에 가장 큰 영향을 준 변수는

“아시다시피 국제유가는 수급적 요인 외에도 다양한 변수의 영향을 받는다. 올해 역시 다양한 변수가 국제유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국내외 모든 전문가가 그렇듯 김태환 실장 역시 국제유가를 전망하는 게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국제유가에 가장 큰 영향을 준 변수는 단연 이스라엘-하마스 간의 전쟁에 따른 ‘중동 정세 불안’이었다. 여전히 전쟁이 진행 중이나 글로벌 석유 수급에는 제한적 영향을 미치며 국제유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이 발발하자 국제유가는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확대됐으나 국제금융시장 및 실물 부문의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다만 국제유가는 90달러 수준까지 상승했다. 당시 중동 정세가 불안정한 형국이라 국제유가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이 됐으나 2개월 후 서부텍사스산원유 WTI 가격은 배럴당 68.61달러로 급락하며 최저치를 기록했다. 

세계 최대 원유 소비국인 중국의 경기 부진과 미국의 소비 둔화로 원유 수요가 위축될 것이라는 관측이 중동 리스크를 누르고 유가를 끌어내리는 요소로 작용했다. 이처럼 글로벌 경제의 펀더멘털이 지정학적 리스크보다 국제유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또한 미국의 원유 생산량 증산 등 에너지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것 역시 국제유가의 변동성을 완화하고 있다.

■중동정세 불안이 국제유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원인은

“여기에다 중동의 석유 공급 비중이 과거에 비해 줄었다. 그 결과 중동 정세가 국제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비중이 제한적인 경우가 발생한다. 참고로 2023년 기준 세계 석유 공급에서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OPEC의 물량은 대략 33% 수준이었다. 2019년에는 약 35% 정도 됐었다. 2019년을 비교하는 이유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2021년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차질, 2022년 러-우 전쟁으로 세계 석유 시장에 구조적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OPEC의 점유율 하락이 시장 영향력 축소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OPEC의 점유율 하락은 유가를 부양할 목적으로 자발적인 생산량 감축에서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시장점유율은 줄었지만 2023년 국제 유가가 2019년 수준보다 약 30% 높으므로 원유 수출에 따른 수익은 더 커진 상황이다”라고 강조했다. 

■OPEC+가 원하는 시나리오는

“현재 전 세계는 석유·가스 부문의 투자를 아주 제한적으로만 진행하고 있다. 탄소중립 목표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안정적인 석유공급이 탄소중립 이행에 매우 중요한 조건이다. 지금처럼 비OPEC+의 공급 확대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OPEC+가 일부 점유율을 스스로 포기하고 수익을 더 높이는 시나리오가 바로 그들이 원하는 바라고 생각한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OPEC+의 시장지배력은 비OPEC+의 공급능력과 비례해 축소된다는 점이다”라고 덧붙였다. 

김실장은 “참고로 지난해 국제 유가는 세계 경기둔화에 따른 석유 수요 부진 우려(하방 압력)와 이에 대응하는 OPEC+ 회원국의 감산 합의(상승압력)가 팽팽한 힘겨루기를 했다. 이를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보면 지난해 1분기부터 시작된 중국의 석유 수요 회복과 2분기 OPEC+의 감산 영향으로 상반기 내내 재고가 축소됐고 3분기에는 계절적 요인으로 수급이 초과수요 상태로 전환됐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4분기 국제유가가 하락했던 이유는

“2024년부터 세계 경제가 침체로 들어서며 석유 수요 증가세가 둔화할 것으로 우려됐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국제유가는 물가 향방을 좌우할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올해 국제유가는 세계 경기 회복세 정도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OECD가 발표한 ‘2024년 글로벌 GDP’에 따르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은 2.7%로 완만하게 둔화되고 2025년에 3.0%로 소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OECD 국가별 GDP 성장률 전망치는 상당수가 1% 이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미국은 예상을 뛰어넘는 호조세를 보이며 2% 중반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으나 올해는 1.5%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5.2%에서 올해 4.7%, 내년 4.2%로 계속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국제유가를 어떻게 전망하는지

“배럴당 83달러를 기록하면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과 7개 주요 투자은행(IB)의 WTI 기준 올해 국제유가 전망 중간값 또한 연간 82.5달러로 지난해 평균 77.7달러보다 소폭 높다. 전체적으로 수요가 생산보다 조금 더 빨리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지난해보다 국제유가가 소폭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김실장 역시 “올해 상반기에는 OPEC+ 감산 대응으로 일정 부분 초과수요가 예상되고 3분기부터 계절적 성수기로 국제유가는 연중 최고점을 기록한 후 4분기에는 공급 초가로 유가가 하락 전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올해 가장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는 것은

“올해 국제유가 전망에 있어서 세계 경제의 회복탄력성을 가장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현재 석유 시장 참여자들은 올해 세계 경기침체로 석유 수요 증가세가 더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경제 회복 속도가 시장의 예상보다 더 빠르거나 느린 양상을 보일 경우 국제유가 전망치는 더 높아지거나 낮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다른 한편으로 현재 시장 참여자들은 OPEC+의 추가 감산 여력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평가하고 있다. 물론 기대와 달리 OPEC+의 감산 합의가 추가로 이뤄지거나 혹은 조기 와해 될 때 국제유가 전망치는 더 높아지거나 낮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말 아프리카 2대 산유국인 앙골라가 올해 석유 감산에 반대하며 OPEC을 탈퇴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일 국제유가는 나흘 만에 하락세로 전환했으나 원유 공급의 불확실성이 여전해 장기 전망은 안갯속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007년에 가입한 앙골라의 탈퇴로 OPEC 회원국은 12개국으로 줄었다. OPEC 결속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며 국제유가는 낙폭을 늘렸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33센트(0.44%) 하락한 73.8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는 브렌트유 2월물이 31센트 내린 배럴당 79.39달러에 거래됐으나 시장 전문가들은 앙골라의 산유량이 많지 않고 당장 확대하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글로벌 원유 공급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앙골라의 하루 생산량은 약 110만달러로 OPEC 전체 생산량 2,800만 배럴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OPEC 감산 면제국의 생산량은 이란이 증가 추세인데

“이란은 2018년 트럼프 행정부 제재로 생산량이 200만 b/d 하회하다가 2021년 1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증가세로 돌아섰다. 리비아는 내전 상황 속에서 120만 b/d를 유지했고 베네수엘라는 지난해 10월 ‘2024년 공정 대선 이행 합의’를 계기로 미국으로부터 6개월간의 일시적 제재 완화 조치를 받았다.

이에 따라 베네수엘라는 원유, 가스 등을 수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중국 국영석유회사는 베네수엘라로부터 4년 만에 석유 수입을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OPEC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지난해 상반기 원유 생산량은 하루 평균 72만 배럴이었다. 이는 전년 동기 70만 배럴 대비 소폭 증가한 생산량이었으나 2000년대 초반 생산량인 320만 배럴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올해 국제유가에 영향을 미칠 요소들은

“올해 금리 기조와 미국 대선도 국제 유가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1월 대만 총통 선거를 시작으로 11월 미국 대선까지 전 세계 40개 국가에서 전국 단위 선거가 치러진다. 이는 역대 최대 기록이다. 선거가 치러지는 40개 국가는 인구 기준 전 세계의 41%, GDP의 42%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다 각국의 리더십의 변화로 정책 불확실성이 커져 예기치 못한 변수가 많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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