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석유화학단지 전경/울산광역시 제공
울산 석유화학단지 전경/울산광역시 제공

 

[투데이에너지 신영균 기자] 2 023년 석유화학업계는 혹독한 시기를 겪었다. 2023년 영업 이익이 전년 대비 평균 49% 하락할 것으로 전망될 만큼 침체기였다. 경기침체로 인해 시장 수요 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중국이 자급률을 확대하며 시장에 저렴한 물량을 쏟아내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의 실적은 더욱 악화됐다/편집자 주

■중국 및 글로벌 수요 약세 지속 전망
2024년 새해 석유화학산업의 전망 역시 밝지가 않다. 새해에도 경기침체, 고금리, 고유가가 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으나 석유화학 업종은 더욱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새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의 공급 부담이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으나 중국 및 글로벌 수요 약세가 지속되고 고유가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여 긍정적인 상황은 아닌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중국의 공격적 투자로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중국은 2020년부터 대표적인 기초소재인 에틸렌 등을 생산하는 나프타 분해설비인 NCC를 확대했다.

중국으로 인해 글로벌 에틸렌 공급과잉 규모는 최근 10년간 최고 수준까지 도달했다. 2023년 글로벌 에틸렌 생산설비 규모는 2013년 대비 50%나 증가한 2억3,000톤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의 지속적인 신설 및 증설로 한때 50%대에 이르던 국내 석유화학업체의 수출 비중은 최근 30%대로 급감했다. 중국은 코로나19 시기 플라스틱 수요가 늘자 대규모로 공장을 신설 및 증설했다. 對中 수출 의존도가 높았던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중국 수요 위축과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2030년에는 對中 수출이 2010년 대비 절반 이하로 축소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중국이 석유화학제품 자급화를 넘어 일부 제품에서는 수출국이 돼 국내 업체들의 대중국 수출 규모가 크게 축소됐다. 더욱이 베트남, 인도 등 주요 수출국을 대상으로 중국과 극심하게 경쟁도 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경제성장률 둔화와 공급과잉, 수요 감소 등으로 인해 2024년 새해에도 극적인 회복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국내 공급역량 확대에도 불구하고 석유화학 수출은 주요 수출대상국의 수요가 줄어들고 수출단가가 하락해 전년 대비 0.5% 정도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국내 최대 석유화학단지인 여수국가산업단지 전경/투데이에너지
국내 최대 석유화학단지인 여수국가산업단지 전경/투데이에너지

 

■신사업도 부진한 상황
그나마 석유화학 내수는 반도체 등 주요 산업의 경기가 소폭 개선되며 전년 대비 1%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으나 평년 수준까지 회복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업계의 수익성을 지탱해준 신사업도 부진한 상
황이다. LG화학의 첨단소재 부문은 2023년 3분기 매출액이 28.3% 감소했으며 영업 이익은 69.7%나 하락했다. 한화 솔루션의 신재생에너지 부문 역시 국내외 시장이 크게 위축돼 3분기 실적은 전년 대비 71% 급락하며 영업 이익이 983억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2024년 새해 국내 석유화학업계 전반의 실적은 2023년 대비 다소 개선되겠으나 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고 희망적인 부분이 전무한 것은 아니다. 국내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제유가 약세 지속과 함께 미국의 금리 인하 시사 등 대외변수는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범용화학제품의 중국산 가격경쟁력이 지속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도 여전해 이 같은 변동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가며 2024년 사업 전략을 세우고 있다. 또한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로 중국산 대비 경쟁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내 정유업계는 물론 석유화학 업계도 미래 자원인 ‘폐플라스틱 사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탄소 중립을 추진하며 플라스틱 순환 체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다. 2022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 규모는 60조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더 주목할 것이 관련 산업은 연평균 7%씩 성장하고 있다.

2050년에는 600조원 규모의 글로벌 폐플라스틱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SK지오센트릭은 플라스틱 재활용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과 합작해 2025년 말 완공을 목표로 ‘울산 ARC(Advanced Recycling Cluster)’를 구축한다. 국내 최초의 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다. 총 21만5,000㎡ 부지에 건설되는 울산 ARC에는 1조8,000억원이 투입됐다. 

LG화학 역시 폐플라스틱 관련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총 3,100억원을 투자해 충남 당진에 연 2만톤 규모의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공장을 건설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업황 부진 등을 고려해 최근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글로벌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의 선점을 위해 주력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폐플라스틱 관련 정책이 강화되며 친환경 시장이 활성화 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오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재생원료 사용비율을 30%로 확대하는 계획을 세웠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정부 주도로 성장 기반을 구축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그 결과 반도체, 자동차와 함께 한국 경제 발전을 견인해 온 대표적 주력 산업이 됐다. 에틸렌 기준으로 석유화학 생산능력은 중국, 미국, 사우디에 이어 글로벌 4위가 됐다. 수출액도 반도체, 정유, 자동차에 이어 4위 규모다.

국내 석유화학 사업 재편 전략/투데이에너지
국내 석유화학 사업 재편 전략/투데이에너지

■자원순환 및 원료 전환 추진하며 활로 모색
문제는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지난 20여년 간 중국에 의존해 고성장을 누려왔으나 중국의 자급률 확대와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변화로 생산이 축소되고 시장이 위축될 위기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2024년 새해 전망만 어두운 것이 아니라 2025년 이후도 부정적 전망이 우세해 “고부가가치 기능성 수지 경쟁력 강화, 순환경제, 원료 전환 등의 방식을 통한 ‘석유화학 산업 지형’ 변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행히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은 현재 자원순환 및 원료 전환 시험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2024년 새해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비상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23년을 10여일 남겨둔 지난해 연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울산의 3대 주력산업 중 하나인 석유화학산업의 실적이 회복되며 울산 2개 국가산업단지의 생산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소식이었다.

실제로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울산·미포국가산단의 생산 실적은 12조9,136억 원으로 1년전에 비해 5.74% 늘었고 온산국가산단의 생산 실적은 5조9,542억원으로 7.97% 늘었다. 이는 전체 생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석유화학산업이 회복세에 접어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온산국가산단의 석유화학 생산 실적은 지난해 10월에 비해 14.44%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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