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박찬균 기자] 9일 자원안보특별법(이하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민간직수입사들의 제3자 판매 허용에 포커스가 맞춰지고 있지만 단서 조항이 달림에 따라 실제로는 가스공사 이외에는 판매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

LNG 직수입 사들은 자가소비용 이외 천연가스 판매가 불가해 평상시 비축의무가 없었으나 특별법 제정에 따라 정부가 명령하면 LNG직수입 사들은 비축의무를 지게 되며 자가소비를 하고 남은 잉여물량을 판매 처분할 수 있으나 가스공사가 우선 구매권을 가짐으로써 원천적으로 제3자 판매는 불가능한 구조로 이뤄져 있다.

특별법안 제15조(비축) 2항에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제1항 또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제17조제1항에 따른 석유비축의무, ‘도시가스사업법’ 제10조의10제1항에 따른 천연가스 비축의무 등 다른 법령에 따른 핵심자원의 비축의무에도 불구하고 제23조에 따른 자원안보위기 경보가 발령된 핵심자원의 수급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공급기관의 장에게 한시적으로 핵심자원을 비축하거나 비축물량을 늘릴 것을 명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현재는 평상시 자가소비용 목적에 한정해 LNG 직수입이 가능하고 도시가스사업법에 따라 판매가 불가해 비축의무가 없었으나 산업부가 자원안보 위기시 LNG 직수입사에 공공이 사용하게 되는 LNG를 비축할 것을 한시적 명령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되면 직수입사가 자가소비용이 아닌 공급 안정화를 위해 비축 물량을 추가 구매해야 하고 이때 정부가 비축물량을 명령하는 것으로 직수입사가 임의로 비축물량을 늘릴 수는 없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위기 해제 후 LNG 직수입사 비축 잉여물량을 처분할 때 당초에는 제3지에게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위기 해제 후 LNG 직수입사는 비축 잉여물량을 가스공사에 우선 처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가소비용 이외에 정부가 명령한 비축 잉여물량에 대한 처분을 하게 될 때 도시가스사업법에 따라 가스공사에 우선 판매토록 하고 가스공사에서 적절한 조건으로 구매하면 국내 제3자 판매는 불가능해진다. 만일 가스공사가 직수입사의 비축 잉여물량 구매를 거부할 경우 자원안보협의회 심의를 거쳐 비축 잉여 물량을 국내 제3자에 판매 처분할 수 있지만 그러한 일은 거의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별법의 한계는 앞 조항에서는 제3자에게 처분할 수 있다고 정해놨지만 뒤에 가서는 단서조항을 붙여 제3자 판매가 불가능하도록 해놨다는 점이다. 눈 가리고 아옹이 아닐 수 없다.

민간 수입업자들의 제3자 판매로 인해 부작용이 우려된다면 처음부터 비축의무와 제3자 판매를 하지 못하도록 해놓으면 될 것을 마치 자율성을 부여할 것처럼 해놓고 결과적으로 이전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특별하지 않은 특별법을 만드는 수고를 한 셈이 됐다.

특별법 33조 2항에는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제1항에 따른 처분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협의회의 심의를 거쳐 대상물량과 기간을 정해 그 도시가스를 국내의 제3자에게 처분하도록 할 수 있다”고 정해놓고는 ‘도시가스사업법 제10조의6(자가소비용직수입자등의 처분 제한)’에서는 “자가 소비용 직수입자는 수입한 천연가스를 국내의 제3자에게 처분할 수 없다. 다만 천연가스의 수급안정과 효율적인 처리나 그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

비축의무나 제3자 판매를 허용할 의도가 있었다면 도시가스사업법을 먼저 개정하고 특별법을 제정했어하는데 순서가 뒤바뀌다보니 절름발이 법이 돼 버렸다.

해외의 경우 판매 사업자에게 비축의무를 이행토록 하고 있는 동시에 판매사업자는 비축 비용을 판매요금에 반영할 수 있고 비축 물량을 상시 판매가 가능하도록 하는 국가도 있다.

일본의 경우 판매사업자에게 LNG 추가 여유분 구매하게 하고 정부가 손실을 보전해주는 ‘Strategic Buffer LNG’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민간 사업자에게 수급 안정화에 동참하게 하고 손실보전을 해주는 제도다.

일본의 SBL(전략적 잉여LNG) 제도는 LNG도입 경험과 인프라를 확보한 민간 사업자를 선정해 추가 LNG를 확보토록 함으로써 국가 수급 안정에 민간 참여를 지원하는 제도로 공공기관인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에 기금을 설치하고 선정된 민간사업자는 평시에는 구매한 LNG를 국내외 시장에 판매하고 긴급시, 경제산업성 지시에 따라 공급 단절 우려가 있는 국내 사업자에게 판매하도록 하고 있다.

 

SBL 제도를 통해 민간 사업자가 가격변동성이 큰 LNG를 장기간 보유하기 어려운 점에서 잉여 물량을 확보토록 하고 민간 사업자의 손실을 국가가 보전하도록 하고 있으며 JOGMEC 기금으로 민간사업자의 판매 손실은 보전하고 판매 수익은 국가 귀속시키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 등 서구에서는 판매사업자에게 비축의무를 강제하지 않고 시장 기능에 맡기고 있다. EU 30여 개국 중 11개국이 비축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나 비축의무 이행 비용을 판매 요금에 반영토록 하고 있다.

LNG직수입사는 국내 판매가 불가해 LNG 비축물량 구매·처분에 따른 손실보전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국가의 수급 안정화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불만도 적지 않다.  

한 직수입사 관계자는 “국가의 자원안보 강화를 위해 모두가 협력해야 하는 상황에서 LNG직수입사의 비축 잉여물량에 대한 판매 처분을 도매시장 개방, 민영화로 몰아가는 것은 논리적인 비약이다”며 “3자 판매가 허용되는 것은 원하는 바이지만 이번 특별법 제정으로 우리의 요구사항이 관철됐다는 논리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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