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학회 명예회장 정희용박사

[투데이에너지] 러·우 사태와 중동 사태 확전에 대한 우려로 세계 각국의 에너지정책에 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에너지안보 강화로 대변되는 세계 에너지 정세는 에너지 공급 안정성, 에너지효율, 탄소중립 속도 조절, 에너지가격 안정과 취약층 보호로 요약된다.

그동안 세계 각국은 탄소중립의 핵심 대응 전략으로 재생에너지를 필두로 하는 친환경에너지 공급과 전전화(全電化)에 집중해 왔다. 재생에너지 공급확대는 넷제로를 향한 시금석이자 가야할 길임은 명백하다.

그러나 재생에너지와 전전화가 연계되면 온실가스 배출량, 온실가스 배출경로, 전력 생산의 전주기 관점에 관한 냉철한 판단이 요구된다.

이하에서는 전전화가 빠르게 확대되고 온실가스 감축 잠재량이 큰 수송부문의 온실가스 배출 전주기과정평가(Life Cycle Assessment, LCA)에 관한 내용과 미국의 ‘천연가스 우선법’의 내용을 살펴보고, 그 시사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세계적으로 수송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16%를 차지하고 있으며, 배출량의 주범은 자동차 배출 가스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전기차 중심의 친환경자동차 보급확대에 진력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자동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자동차 운행 단계에 집중했으나 지금은 전주기과정평가(LCA) 관점에서 접근한다.

즉, 자동차의 사용연료에서 나오는 배출량뿐만 아니라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 부품, 사용, 폐기와 재활용에 이르는 생애 전주기 관점에서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고려한다.

전기자동차와 관련한 자동차 LCA 범위는 ‘유전에서 휠까지’의 의미인 Well-to-Wheel(WtW)로 불리는 Fuel cycle이다.

휘발유, 천연가스, 경유, LPG 등의 화석연료 뿐만 아니라 전기, 수소와 같은 자동차 연료와 관련된 원료 채굴, 생산, 운송과 충전, 사용 단계에서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분석 범위로 한다.

전기차는 주행 시에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0이지만 자동차 생산 단계나 운행 시에 필요한 전력의 생산 단계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고려하면 문제는 다르다.

전기차를 마냥 친환경차라고 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편 건물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에도 수송부문과 같이 건물의 생애주기에 관한 접근이 필요하다.

World Building Council은 건축물의 생애주기 중 약 40년에 걸친 운영단계의 배출량보다 2~3년에 불과한 시공단계의 배출량을 줄이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즉 디지털 건설기술이 접목돼야 설계에서부터 재시공의 폐기물 처리과정까지 건물 수명 전 과정에서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건축물의 전전화와 관련, 최근 미국의 ‘천연가스 우선법(Natural gas preemption laws)’ 채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은 이미 캘리포니아주와 뉴욕주 등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건축물에 가스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2023년부터 신축 건물 전전화에 대응하는 미국 가스와 건설 그룹들의 소송이 잇따라 제기됐다.

1월 현재 연방에너지정책과 보전법에 따라 가스 사용 금지를 차단하는 법안인 ‘천연가스 우선법’이 텍사스주 등 25개 주가 채택하고 했으며 뉴욕주에서도 관련 소송이 제기되는 등 가스 사용 금지를 차단하는 법안들이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법은 에너지 선택에 있어 소비자가 모든 형태의 에너지에 대한 접근, 주거와 비즈니스 요구의 안정적 충족을 보장하기 위한 성격을 가진다고 S&P Global은 밝힌 바 있다.

에너지 안보와 관련해 다양한 에너지원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의 요구가 관철된 사례로 평가된다. 

우리나라의 전력의 온실가스 배출계수는 0.4468 CO₂톤/Mwh으로 천연가스(0.2137 CO₂톤/Mwh)의 두 배가 넘는다.

현재 8%에 불과한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2030년까지 30% 수준으로 높인다면 2035년이 돼야 전력의 온실가스 배출계수가 천연가스와 비슷한 수준에 이른다.

배출계수를 고려하지 않는 전전화는 탄소중립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 가스난방 가구의 50%(약 830만 가구)를 전전화하기 위해서는 약 35조원의 전환비용이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건물 부문의 탄소 중립은 전전화가 능사가 아니다.

온실가스 배출경로, 경제성, 소비자의 연료선택권 보장 등을 합목적적으로 고려한 건물부문의 탄소중립과 전전화 방향이 설정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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