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잠비크 LNG 프로젝트 개요
모잠비크 LNG 프로젝트 개요

[투데이에너지 박찬균 기자] 국내 언론에 해외 자원개발 사업 정도로 간혹 등장했던 아프리카 모잠비크 LNG 가스전은 현지인의 인권 억압을 동반한 글로벌 자본 자원 수탈 역사의 최신판과 같은 사업이다. 뿐만 아니라 매장된 가스를 뽑아 올릴 경우 세계가 당면한 기후 위기를 한층 심화시킬 ‘탄소 폭탄’과도 같다.

기후솔루션은 모잠비크 가스전의 이런 인권과 환경 문제를 짚고 한국 공적금융의 3조원 대 지원과 민간 기업의 진출 현황을 정리한 국내 최초 보고서인 ‘불가항력 선언:기후 및 인도적 위기에 휩싸인 모잠비크 가스전 사업’을 발간했다.

모잠비크 북부 지역의 카보 델가도 주에서 발견된 로부마 분지(Rovuma Basin)는 최근 몇 해 동안 발견된 세계 천연가스 매장지 가운데 최대 규모(확인된 매장량만 150조 ft³)로 아프리카 역대 가장 큰 가스전 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1광구(Area 1)부터 6광구(Area 6)까지 총 여섯 개의 광구로 분할돼 단계적인 상업 개발이 진행 중인 이 가스전에서 한국이 관련된 곳은 1광구와 4광구다. 두 광구에서 한국이 개입하고 있는 총 4개 개별 프로젝트 내역은 <표1>과 같다.

그런데 이 지역은 2017년 ‘알샤밥(Al-Shabaab)’이라는 지역 무장 단체가 지역 경찰서들을 공격하면서 시작된 내전에서 비롯한 각종 인권 유린의 현장이기도 하다. 알샤밥은 민간인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살인, 성폭력과 납치, 소년병 모집 등을 자행했다.

UN 국제이주기구에 따르면 정부와 반군 사이 분쟁으로 인해 2022년 11월까지 총 100만 명이 넘는 실향민이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51%는 18세 미만의 어린이, 28%는 여성인 것으로 조사됐다.

반군 결성의 원인을 짚어보면 자원 쟁취를 목표로 한 외국 자본의 진출과 투자 유치를 위한 지역 정부의 무리한 강제 이주가 무관하지 않다. 이 지역은 역사적으로 사회경제적 고립과 중앙 정부로부터의 정치적 배제, 종교적 극단주의 부상 등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런데 천연가스와 루비 매장지가 발견된 이후 갈등은 심화했고 투자 유치를 위해 정부가 지역 주민을 생계 터전에서 강제로 이주시키자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프랑스의 글로벌 화석연료 기업 토탈에너지는 모잠비크 LNG 프로젝트를 위해 육상 LNG 단지 부지 인근에 거주하는 557개 가구를 이주시키는 재정착 계획을 2016년 착수하고 충분한 협의 절차나 제대로 된 보상 없이 군인들을 동행해 주민들이 강제 이주시켰다. 이런 조치는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는 지역 사회에 큰 위협으로 다가왔으며 야기된 불만은 지역 청년들의 반군 참여를 부추겼다.

역으로 내전은 LNG 가스전 사업에 차질을 불러왔다. 반군은 2021년 3월 1광구인 모잠비크 LNG 프로젝트 육상 터미널 건설 현장 인근에 위치한 팔마(Palma)시를 습격했다. 이에 토탈에너지는 프로젝트 인근의 모든 직원들을 철수시켰으며 모잠비크 LNG 프로젝트에 대한 계약 의무를 중단하는 ‘불가항력’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반군의 팔마시 습격은 국제 사회가 이 사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으며 24개국의 참전을 불렀다. 그 배경에는 사업 재개를 위한 토탈에너지의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이 회사는 현재 사업 재개를 서두르고 있다. 이후 반군의 세력은 이전에 비해 약해졌지만 분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세계 3대 환경보호단체 중 하나인 ‘지구의 벗(Friends of Earth)’의 모잠비크 지부 공동 창립자 다니엘 리베이로는 “투자자들이 모잠비크와 모잠비크 국민들의 안전을 염려한다면 LNG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재고해야 한다. 가스 프로젝트 안팎에서 지역 주민이 토지와 생계 수단을 잃고 반군화 됐다. 이 와중에 수많은 인권 범죄와 갈등이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개발 과정의 이익을 불공정하게 공유하는 문제까지 더해 이 프로젝트는 모잠비크에 경제적 위험과 가난 만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잠비크 가스 프로젝트가 강행될 경우 이는 지역의 갈등에서 나아가 전 지구적 기후 위기를 악화시키는 재앙으로 돌아올 전망이다. 지구의 벗(Friends of the Earth) 잉글랜드를 비롯한 해외 시민단체의 분석에 의하면 1광구의 LNG 프로젝트만으로도 모든 유럽연합(EU) 국가의 연간 배출량을 초과하는 33억에서 45억 톤에 달하는 온실가스가 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더해 4광구 내 코랄 노르떼 FLNG 프로젝트, 로부마 LNG 프로젝트 등 신규 프로젝트가 본격 추진될 경우 배출할 온실가스는 심지어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스 개발의 기후 영향은 당사국인 모잠비크를 비롯해 아프리카 저개발 국가들에게는 특히 심각한 문제다. 모잠비크는 세계 185개 국가 중 기후위기에 가장 취약한 국가 50위를 차지하고, 기후위기 영향으로 어린이가 가장 큰 위험에 처한 국가로 세계 10위를 차지할 만큼 기후위기에 취약한 국가다. 가장 최근에는 사이클론 프레디(Freddy)로 인해 최소 180명이 사망하고 18만 4,0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약 100만 명 이상이 영향을 받았다.

다니엘 리베이로는 “기후위기 측면에서 이 프로젝트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큰 탄소 폭탄이 될 것이며 유엔에서 세계적으로 중요한 생물권으로 분류한 이 지역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 사업에 참여한 모든 이해관계자들은 이런 문제와 위험에 대한 보고서, 연구,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사업을 재고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은 이 같은 기후와 인권 유린 문제를 안고 있는 모잠비크 가스전에 깊이 개입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의 경우 4광구 지분 10%를 보유하고 광구 탐사를 포함한 모든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가 2008년부터 2023년 8월까지 이 사업에 투자한 비용은 총 1조 2,000억원에 달한다.

또 여기에 그치지 않고 코랄 노르떼 FLNG 프로젝트(4광구)까지 손을 대기 위해 KDI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한 상황이다. 승인을 얻으면 올해 사업 참여를 공식적으로 확정할 계획으로 총 사업비는 9조 3450억원(추정)에 달한다. 또한 로부마 LNG 프로젝트(4광구)가 본격 추진될 경우 한국가스공사는 추가적으로 약 1조 76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한국의 조선사와 건설사 다수도 모잠비크 가스전에 참여하고 있다. 1광구의 경우 삼성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이 각각 8척, 9척의 LNG 운반선에 대한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했다. 또한 토탈에너지가 모잠비크 LNG 프로젝트 재개 의사를 밝혀 삼성중공업과 현대상호중공업이 수주한 17척 LNG 운반선에 대한 재협상 또한 곧 이뤄질 전망이다.

한화오션 역시 사업 관련 운반선 건조로 관계를 맺고 있다. 대우건설은 5000억원의 규모의 1 광구를 위한 육상 아풍기 LNG 플랜트 공사를 수주하여 철골 구조물, 기계 불품, 배관 시스템 등 핵심 부대 시설의 전반적인 시공을 맡았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논란이 갈수록 커져가는 아프리카 가스전 확장의 핵심 생산 시설과 운송에 삼성중공업이 관여하는 점은 삼성그룹의 브랜드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삼성이 한 쪽에선 삼성전자의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등을 적극 홍보하면서 다른 쪽에선 2050년을 넘어서까지 화석연료를 생산하고 운송할 설비를 팔고 있는 것은 모순”이라며 “지난 2020년 삼성물산의 해외 석탄발전 사업 참여 논란으로 유럽, 미국 등지에서 삼성전자 불매 운동이 이어지며 얻었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들이 모잠비크 가스전 사업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산업은행의 막대한 공적금융 지원 덕이었다. 한국 공적금융기관들의 금융 지원 금액은 총 3조 6747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이런 막대한 금융을 지원하면서 이들 기관은 사업의 인권, 환경, 보안과 관련한 잠재 리스크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의 주저자인 국내 기후 싱크탱크 기후솔루션의 김소민 연구원은 “한국의 공적금융기관들과 사업에 참여한기업들이 모잠비크 LNG 가스전에 막대한 투자를 지속한다면 모잠비크 내에서 벌어지는 인권 침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모잠비크 LNG 가스전은 인권 위반 리스크뿐만 아니라 내란 리스크, 기후 리스크에 재무 리스크까지 지고 있다. 에너지 전환 가속화에 따른 천연가스 수요 감소로 투자한 설비들이 좌초자산이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공적금융기관과 기업은 이 같은 모잠비크 LNG 가스전의 사업 참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인권·환경 관점에 입각한 향후 정책 대안으로 한국 공적금융기관과 기업들에게 △공적금융기관의 금융 지원 철회와 청정에너지 전환 파트너십(CETP) 참여 △공적금융기관의 인권·환경 영향과 보안위험 평가 프로세스 구축 △한국가스공사의4광구 지분 매각 △한국 조선 업계의 화석연료 관련 사업 탈피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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