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안전이 곧 경영의 결정적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복잡한 장치산업인 석유·화학분야에서의 안전은 말할 수 없이 중요한 부분이다. 사고의 발생 가능성을 정확하게 진단해서 그 설비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계획적으로 시행할 수는 없는 것인가? 결국 이같은 물음의 답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최신 안전관리기법이 RBI(Risk Based Inspection)기술이다.

한국가스안전공사 가스안전연구원은 2002년부터 미국과 유럽에서 최신 진단기법으로 개발, 사용되고 있는 RBI를 국내 도입하는데 박차를 가해왔다. 특히 국내 현실에 부합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한국형 RBI개발을 추진해 왔으며 2003년과 2004년 잇따라 국내 정유·석유화학시설에 적용할 수 있는 한국형 RBI개발을 완료했다.

현재까지 정유·석유화학 업체의 진단 및 검사방법은 각 장치별로 존재하는 위험도를 고려하지 않고 그 설비의 노후정도에 따라 법적 규정 또는 자체적 필요에 따라서 시간단위의 주기적 검사나 경험에 의존한 검사를 시행해 왔다.

그러나 장치의 성능과 취급물질의 특성을 고려치 않은 검사방법은 그 실효성을 거둘 수 없을 뿐 아니라 효율을 저하시키고 산업설비의 안전을 제대로 확보하는데도 한계를 갖는다. 또한 그간 정부의 정책은 대형사고 발생시마다 검사와 점검을 강화하는 등 하드웨어적인 규제로 일관해 오면서 산업현장의 생산성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쳐 왔다.

또 국내 산업 설비들은 국제적인 경쟁력 악화로 인해 공정과 설비를 세분화하고 생산효율을 증대하기 위한 무리한 운전을 강행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곧 저장탱크, 압력용기, 반응기 및 배관 등의 장치류가 엄청난 스트레스 속에서 운전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결국 대형사고의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음을 말한다.

장치산업의 안전은 곧 경영
위험도 분석 통한 효율적 안전시스템 구현

설비들이 언제 그 수명이 다하게 될지, 정확히 언제 보수 또는 교체하는 시점이 도달하며 설비 파손이 가져오게 될 위험성은 얼마나 되는지를 사전에 파악할 수 없다면 사고에 대한 불안감을 결코 떨쳐 낼 수 없을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상적인 비전에 접근하는 기술이 RBI인 것이다.

RBI는 각 설비의 위험도를 순위별로 평가한 후 이에 다른 합리적인 진단 및 검사계획을 수립하는 방법으로 현재 미국이나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신기술이다. 위험설비가 산재해 있는 플랜트 내에서 언제, 어느 부위에, 무엇을, 어떻게 검사해야만 설비의 위험도를 최소화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을 과학적으로 분석, 제시하는 것이 바로 이 기술의 목적이다.

결국 위험성 분석을 이용해 위험도를 줄이기 위한 합리적인 의사결정 도구로 사용될 수 있어 최고 경영자가 플랜트를 최소한의 비용으로 안전하게 유지관리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경제적 단서를 제공한다.

RBI는 플랜트를 구성하는 각 설비들의 위험요소를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가장 적절한 대응책을 찾아 위험도를 최소화함으로써 공장의 신뢰도, 안전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이를 통해 설비의 보수교체 주기를 적절히 산정함으로써 경제성 및 설비의 가동률을 향상시킨다. 이 기술을 플랜트에 적용했을 때 얻어지는 장점은 위험도 순위 결정과 위험성의 사전예측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또한 안전성평가를 근거로 설비교체의 적절한 시기를 산정 해 낼 수 있음으로 불필요하게 설비를 교체함으로써 발생하는 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으며 위험도에 비례한 효율적이고 과학적인 투자와 관리가 가능해 진다.

최근 들어 산업체간의 경쟁은 세계적으로 무한 가속되고 있다. 때문에 장치산업의 효과적인 유지관리는 경쟁력의 차이를 극복하는 최대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결국 투자되는 비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최고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안전관리기술개발이 절대적으로 요구되고 있는 시점에 이른 것이다.

순수 국내 기술진이 자체개발한 한국형 RBI는 정유시설에 이어 다양한 물질을 취급하는 석유화학 시설에까지 적용범위를 확대 적용하면서 효과적인 시스템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앞으로도 관련기술을 보다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는 한편 앞선 기술을 해외까지 확대함으로써 안전과 효율을 최적화하는 안전경영의 교과서가 되길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