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스와 지역난방간 공급권역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두 사업자간 역할분담을 논의해야 할 주무부처는 뒷짐만 지고 있는 상황에서 도시가스와 지역난방간의 업무영역 갈등은 더욱 심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도시가스나 지역난방 모두 국가에너지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돼 그 출발은 같다. 청정연료보급정책과 에너지절약추진대책으로 시작된 두 사업은 엄청난 투자비용이 소요되는 배관시설을 설치해야하는 장치사업이자 가정난방을 주요 수요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어쩌면 두 사업의 시작부터 갈등은 예견됐던 일 인지도 모른다.

‘청정연료보급이 우선 인가' 아니면 ‘에너지절약정책이 우선 인가' 하는 정책당국의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는 두 사업간의 갈등 해결을 위한 방안을 집중 점검한다.

<편집자주>


도시가스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98년말 현재 도시가스 사업자수는 32개사로 사업자배관연장은 총 14,634km에 이르고 공급가구수는 6,446천 가구로 보급율은 50.3%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집단에너지 보급현황을 살펴보면 지역난방 사업자수는 지역난방공사 13개지역과 지자체 7개 지역 등 모두 20개 이고 공급가구수는 836천 가구로 보급율은 7.7%인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가스는 도시가스사업법에 의거 시도지사가 공급지역을 지정하게 되어 있으며 독점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반면 지역난방은 집단에너지사업법에 의거 산업자원부로부터 지역공고를 허가 받도록 되어있다.

언뜻 보기에 각기 규정된 법규에 의거 사업을 하고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사정은 다르다.

문제는 지역난방사업은 집단에너지고시지역으로 지정되면 그 지역은 도시가스에 의한 난방이 불가능하지만 지역난방은 기존 도시가스 공급지역에서의 영업에 아무런 제재사항이 없는 관계로 두 사업간의 분쟁이 촉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고자 한국도시가스협회와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지역난방 및 도시가스난방의 경제성 분석과 향후 역할분담 연구'라는 용역을 발주해 94년 최종설명회까지 끝마친 상태이지만 이후 지역난방의 도시가스공급지역에서의 영역확장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용역결과는 한낱 종이조각에 불과한 것이 오늘의 현실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역난방이 비교우위에 있나

87년 지역난방은 보급과 동시에 도시가스와 마찰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역난방은 투자액수를 줄이고 빠른 시간 안에 투자비를 회수하기 위하여 중앙공급식 아파트단지에 눈을 돌렸다. 도시가스와 비교할 때 60%수준인 지역난방의 가격은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고 기존 도시가스공급 아파트가운데 일부는 지역난방으로 전환하기에 이르렀다. 98년말 현재 도시가스가 공급되고 있거나 배관망이 설치된 31개 지역에 지역난방사업이 지정고시됨에 따른 중복허가된 공급세대가 20만6천7백 가구로 나타났고 도시가스공급배관 손실액은 216억원, 도시가스판매량 손실액은 연 77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난방의 도시가스공급영역 잠식은 도시가스사에게 엄청난 경영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결국 그 몫은 도시가스 사용 소비자에게 돌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강남, 서초지역 주민들로부터 대한도시가스가 배관27km에 대한 투자금액 48억중 32억6천 만원을 보상받은 것이 좋은 예이다.

지역난방은 도시가스 요금의 60%수준으로 가격을 책정하고 있어 단기적으로 소비자는 연료비절감을 기대할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가격은 정상가의 1/2수준이라는 것이 도시가스협회의 주장이다. 한국전력이 민영화되고 지역난방공사가 민영화 될 경우 요금현실화를 통한 비용상승이 충분이 예상되고 있어 지역난방이 결코 싼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같은 설명은 도시가스사업이 철저한 독점적 사기업 체제로 이윤확보를 추구해왔다는 점에서 가격의 현실화를 이룬데 반해 공기업 체제의 지역난방사업은 일정기간 출혈을 감수하면서 공급지역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결국 지역난방사업이 일정 정도의 공급권역을 확보하고 향후 민영화 여부에 따라 가격정상화를 통한 초기 투자비용의 회수가 예상되고 있는 만큼 지역난방의 가격경쟁력은 거품요인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지역난방의 제자리는 어디인가

가시화되는 지역난방공사의 민영화 방침에 따른 가격현실화가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도시가스공급영역으로의 확대는 바람직하지 않다. 가격이 수요를 확보하는 가장 큰 요인이고 보면 지역난방공사는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역난방사업은 집단에너지사업법 시행규칙 제4조에 의거 주택건설 호수가 5천호 이상이거나 개발면적이 30만㎥ 이상인 지역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런 조건하에서는 지역난방사업이 효용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집단에너지사업 지정고시지역 가운데는 요건에 미달하는 지역이 많이 포함돼 있고 허가지역과 주변지역을 연계해 고시지역을 확대하는 편법이 자행되고 있어 기존 도시가스 공급지역에 대한 무리한 영역확장으로 갈등을 빚고 있다.

결국, 현재 지역난방사업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당초 설립취지와는 달리 확대 운영되고 있다. 지역난방사업이 폐열(한전열병합 발전 및 쓰레기 소각)에 의한 에너지절감형 지역열공급사업의 추진보다는 열병합발전 및 보조보일러 가동에 의한 전기 및 온수생산 방식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시가스와 지역난방간의 영역다툼을 종식시킬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지역난방사업이 사업본래의 취지에 부합하는 방식의 사업운영을 선택하는 것이고 기존 도시가스공급지역에의 영업확장 시에는 그에 따른 손실을 보상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정책당국에서 이들 사업간의 업무영역을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도시가스협회, 94년 용역결과를 수용하라

오랜 논의에도 불구하고 도시가스와 지역난방간의 갈등은 해소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 않다. 최근에는 포항제철이 집단에너지사업을 허가 받아 포항도시가스 공급지역을 대상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이미 도시가스가 공급되고 있는 지역 및 가스배관 매설이 완료된 지역에의 지역난방사업허가는 기투자된 도시가스배관의 사장화 뿐 아니라 동일지역에 대한 배관의 중복투자로 회사나 국가적으로도 막대한 재원의 낭비가 초래되고 있다. 게다가 신규 택지개발지구에 대한 에너지이용계획 협의 및 집단에너지 공급대상지역 검토시 도시가스사 참여 배제로 인한 사전조정기능 미비로 사업자간 중복투자 등의 문제가 야기되고 있을 뿐 아니라 중앙정부의 의사결정시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이 반영되고 있지 않아 지역현실을 무시한 행정처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계속되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도시가스협회는 94년 도시가스업계와 지역난방공사가 공동으로 시행한 연구용역결과에서 도출된 업무영역 조정기준을 제정·시행할 것을 관계당국에 요구하고 있지만 수용되지 않고 있다. 더불어 지정된 고시지역이외에서의 지역난방사업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는 주장이다. 지역난방사업자가 집단에너지사업법의 취지를 벗어나 보조보일러 또는 승압시설(Boosting)을 설치하여 인근지역까지 공급지역을 확대하거나 시차를 두고 개발되는 지역을 기존지역과 연계하여 집단에너지사업지역으로 확대하지 않도록 하는 사항을 명문화할 필요가 높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또한 기 투자된 지역에 지역난방사업이 참여할 경우 사장된 시설에 대한 보상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역난방사업의 무분별한 영역확장을 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완비되지 않고서는 두 사업간의 정상적인 업무영역 조정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동등한 조건하의 자율경쟁체제로 전환

따라서 지역난방과 도시가스 사업간의 업무영역 조정이나 명확한 역할분담만이 두 사업간의 갈등을 해소하는 가장 기본적인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또한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에너지정책방향의 기조가 규제중심에서 자율경쟁체제로의 전환인 점을 감안 할 때 집단에너지사업에 대해서만 인정되고 있는 집단에너지지정고시제도의 폐지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현 추세대로라면 지역난방사업이 점차 민영화되고 있으며 지역난방공사의 민간 매각도 계획중이어서 민영화 될 경우 국가의 지원이 없는 동등한 상황에서 도시가스와의 경쟁이 가능해지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역난방 사업이나 도시가스 사업 모두 자율경쟁체제로의 전환은 거스를수 없는 대세이다. 결국 가격경쟁력이나 소비자 만족측면에서 생존전략을 찾지 않을 수 없는 방향으로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자본력이 있는 대규모 도시가스사의 지역난방사업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는 추세는 소비자에게 공급지역내에서 지역난방과 도시가스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또, 중·소규모 도시가스사를 중심으로 CES사업 추진도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CES(Community Energy Supply System)는 2개 이상의 대형빌딩을 중심으로 소규모 열병합발전설비를 설치해 집단에너지(난방, 냉방, 전기)를 일괄공급하는 지역형 집단에너지공급시스템으로 경제성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사회전반에 걸쳐 환경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청정연료인 LNG를 사용하는 CES사업의 활성화를 배관시설을 확보하고 있는 도시가스사가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추세는 연료원의 선택권을 가지고 있는 소비자에 의해 지역난방과 도시가스가 선별적으로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단지 재개발이나 신규개발택지, 소규모 주택단지 등의 연료원 선택은 결국 소비자 몫으로 남겨져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의 호감을 더욱 불러일으키는 것만이 경쟁력을 갖는 지름길이다. 가격이나 사용의 편리성, 서비스 등 소비자가 보고, 느끼고, 감동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의 시스템 변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에 다다랐다.

경쟁체제 도입이 기정 사실화된 상황에서 단지 시기상의 문제가 남아있을 뿐이다. 업계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소비자가 감동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적극적으로 개발해야만 무한경쟁시대 최후의 승자로 살아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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