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2월16일, PL법이 2002년 7월부터 시행하기로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PL법이 제정됨으로 소비자들의 권익이 상승되고, 각 기업에서는 안전성 제고와 국제경쟁력 강화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면 안전성 제고 비용과 책임보험료가 증가되는 등의 제조원가 상승요인도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PL법의 정확한 이해와 PL법 시행에 따른 산업계의 변화와 반향일 것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2년 6개월 앞으로 다가온 PL법 시행을 앞두고 각 업체의 준비에 도움이 되고자 PL법에 대한 개괄적인 내용과 가스산업계의 대응방안을 싣는다.

<편집자주>


1. 제조물책임의 의의


제조물책임이라 함은 안전성이 결여된 결함있는 제품의 소비·사용으로 인하여 소비자·이용자 또는 제3자의 생명·신체·재산에 발생한 손해에 관하여 제조업자·판매업자 등 그 제조물의 제조·판매에 관여한 자가 지게되는 손해배상책임을 말한다.

이는 민법상 손해배상책임의 법리에서 제조자의 ‘고의·과실' 여부를 묻지 않고 ‘결함'을 요건으로 변경함으로써 소비자의 입증책임완화를 통한 피해보상을 용이하게 하는 제도이다. 제조물책임은 미국에서 발전한 결함제조물에 관한 법적 책임이며 Product Liability(약어로 ‘PL')의 우리말 번역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조물책임도 소비자에게 손해가 발생했다고 무조건 책임을 지는 절대책임은 아니며, 결함이 없는 한 책임을 지는 일은 없다. 또한 피해자는 손해배상을 받기 위하여 제조물의 결함, 손해의 발생, 결함과 손해와의 인과관계를 모두 피해자가 입증하여야 한다. 제조물책임법 도입전후의 책임요건을 비교해 보면 참고 1과 같다.


2. 도입배경


제조물책임법의 도입배경을 살펴보면 첫째, 대량생산·대량광고·대량판매 등 시장구조의 급속한 변화와 함께 결함이 있는 불량 상품으로 인해 소비자의 신체·재산상의 피해가 증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간의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최첨단 과학기술을 응용한 제품의 안전성 여부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채 생산·유통됨으로써 소비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 피해를 신속하고 실효성 있게 구제하여 소비자 편익을 도모하기 위하여 제조물책임 제도의 도입이 절실히 요청되는 것이다.

둘째, 지금까지의 소비자보호법등 소비자 관련 법률로는 정보화·최첨단 사회의 소비자 피해를 일일히 구제할 수 없다는 현실적 한계에 있다.

종래의 우리나라 판례는 제조물책임을 전통적인 일반 불법행위책임(민법 제750조)을 적용해서 피해자구제를 도모하여 왔다. 그러나 이는 결함에 의한 제조물책임도 일반 불법행위의 배상요건과 동일하게 제조업자의 고의·과실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지식이 없는 피해자가 이를 입증하기에는 시간·비용 등을 고려해 볼 때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따라서 제조물책임법을 도입하게 되면 소비자는 그 제조업자의 고의·과실 여부를 입증할 필요 없이 결함이 있다는 사실만 입증하면 되므로 이전보다 분쟁 해결기준이 명확하게 되어 재판상 또는 재판외의 분쟁 해결이 촉진되게 된다.

마지막으로 국제적 여건변화이다.

이제 제조물책임법을 통한 엄격한 품질보증이 없으면 해외시장에도 수출 할 수 없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을 비롯해 중국, 브라질, 필리핀 등 개발 도상국 등 우리의 주요 교역 상대국 28개국이 이미 제조물책임법을 시행하고 있다. 따라서 제조물책임법은 궁극적으로 우리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창출하고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에 대해서도 우리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판으로서의 역할도 기대된다.


3. 국내외 동향 및 입법진행상황

제조물책임법은 최초로 60년대에 미국에서 판례에 의한 엄격책임원칙이 도입되면서 많은 주들이 동 법리를 채택하였고 80년대 들어서 소송건수와 배상책임의 폭증을 겪게 되었다(74년 1천5백79건 → 88년 1만7천1백40건, 평균배상액 약 1백54만불/건)

유럽에서는 85년에 제조물책임법의 유럽통일안(EC지침)을 채택하고 88∼94년 사이에 대부분의 국가가 입법·시행하고 있으나 프랑스는 EU국가 중 가장 늦게 민법을 개정하여 98년 5월에 시행하고 있다.

한편, EU는 85년 6월 제정된 EC지침을 개정하기 위하여 개정안을 마련, 99년 7월 개정안에 대한 회원국의 의견을 수렴중이며, 최종 수정안은 2000년 말에 확정될 예정으로 있다.

주요 개정내용을 보면, 소멸시효기간의 연장, 결함에 대한 인과관계 추정 등 제조업자의 책임을 한층 강화하고 있어 이는 보이지 않는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다. 우리 업계는 EU의 지침 개정방향을 주시하여 우리 수출품의 유럽진출에 장벽이 되지 않도록 더욱 제품안전을 위한 품질강화에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아시아에서는 필리핀과 중국이 각각 92년, 93년에 입법을 완료·시행하고 있으며, 일본은 95년 7월부터 시행하고 있으며, 기타 러시아, 헝가리, 브라질, 호주 등이 동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94년부터 국내에서 본격 논의되기 시작하여 재경부 주도로 2001년 1월1일을 시행시기로 하여 제조물책임법안을 입안, 99년 7월 입법예고를 마쳤으나, 관계부처 협의결과 시행시기를 2001년 10월1일로 합의하여 정부입법으로 추진하였다.

그러나 11월초 국민회의 추미애·장성원 의원 등 1백5명의 의원입법으로 추진키로 계획이 변경됨에 따라 의원입법안이 99년 11월초 국회에 상정되었다.

의원입법안은 정부안과 시행시기(2001년 10월1일), 제조물의 범위, 소멸시효 등에 대하여는 유사하였으나, 국회 재경위원회의 심의과정에서 제조업자의 준비기간과 회복단계에 있는 중소기업계의 어려운 경영여건 등을 고려하여 시행시기를 2001년 10월에서 2002년 7월로 9개월간 연기하여 수정 의결하였으며, 결함의 정의부분에서도 제조업자의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수정 의결되어 올해 초 공포될 예정이다.


4. 가스산업등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

제조물책임제도 도입으로 기업 및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사법절차 이용비용, 보험제도, 국민의 법감정 및 관습, 제조물책임법의 적용범위와 내용 등 많은 변수에 의해 방향을 달리할 수 있으나, 미국의 경험 및 연구결과 등을 참작할 때 다음과 같은 일반적 영향을 예상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제품의 위험성에 대한 비용을 내부화함으로써 외부불경제효과를 제거하고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소비자권익의 향상 및 제품 안전도를 제고시키는 긍정적 효과 기대

△단기적으로 제품의 안전제고 비용과 책임보험료 증가 등으로 인한 제조원가 상승으로 기업수익 압박

·손해배상 단계까지 이르지 않더라도 소송제기 자체로써 기업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그에 따른 기업손실 확대

·기업은 원가상승요인을 제품가격에 전가시킴으로써 물가상승 가능성 증대

△제품의 안전기준이 엄격해지고 이에 따른 추가적인 대책활동이 강구되어야 하므로 제품 안전도가 증가하여 질적으로 국제경쟁력을 강화시킬 수도 있으나, 신제품개발지연 등 기술혁신 위축.


가스산업등 산업부문별 영향을 살펴보면, 가스산업과 같이 사업성격상 위험이 내재된 부문인 기계, 전기기기, 운송용기기, 건설업, 고무와 플라스틱, 비철금속, 운동용구, 완구, 의약품, 가구, 식료품등의 부문에서 보험료 증가와 가격상승 압력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예상된다.

화학산업의 경우 안전과 기술혁신을 모두 증가시킨 반면 보험비용의 급상승을 초래하였고, 항공기, 자동차, 스포츠용품, 의료기기 산업의 경우 혁신을 위축시키고 제품의 안전도가 향상되었다는 뚜렷한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제조물책임제도의 도입으로 보험시장의 급속한 확대가 예상된다.

일반책임보험에서 생산물 배상책임 보험이 차지하는 비율이 미국은 10%, 우리나라가 0.1%(94년)인 점을 비교할 때 동 제도의 도입·확대는 보험시장의 급팽창을 가져올 것이다. 일본의 중소기업 PL보험의 '97년말 현재 실적은 약 9만건에 보험료는 53억엔에 달한다.

다음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최종재를 생산하는 대기업의 안전책임 증가로 하청기업에 대한 책임추궁이 증가하여 교섭력이 약한 중소기업이 상대적으로 큰 책임을 질 가능성도 있으며, 안전기준 강화로 기술력과 품질관리능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이 시장에서 퇴출되어 시장의 독과점력 증가와 제품가격이 인상될 수 있다.

반면, 대기업은 사고발생시 책임부담 이상의 여론 주목과 인지도 약화를 겪어 피해가 중소기업보다 훨씬 클 수도 있다.


5. 가스산업등 중소업계의 대응방향

제조물책임법이 실행에 들어가면 결함제품에 대한 소비자 피해 구제는 지금보다 훨씬 신속해지고, 불량 제품의 교환 내지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리콜제도의 활성화를 촉진시킬 것이며, 제품 특성은 물론 사용상의 주의, 경고 등 안전에 관련된 정보를 기업스스로 구체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의무가 강화되어 소비자는 제품선택과 사용에 있어 이전과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편해진다.

이러한 제조물책임제도에 대하여 가스산업등 중소업계가 대응해 나가야 할 방안을 살펴보자.

우선 기업의 최고경영자에서 직접 제조·설계·판매에 관여하는 전체 사원까지 기존의 발상에서 탈피하여 제조물책임의 최저 필수요건인 ‘제품의 안전'을 ‘고객만족경영의 최고경영이념'으로 삼아 대처해 나가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소비자의 안전확보를 기업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책임의 하나로 인식함과 아울러 법규상의 규정이나 기준은 기업이 준수할 최소한의 강제기준으로 인지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결함제품의 회수나 대책에 쓰이는 실패비용보다 제품의 개발단계에서부터 원천적으로 안전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최소한의 경제적 비용이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전사적인 제조물책임 대응기구 및 조직을 설치하는 것이다.

제조물책임을 전담할 조직을 설치하고 이러한 PL대책기구에서 제품의 안전성에 관한 기본방침을 결정하고, 제품사고의 실태조사와 제품의 안전에 관한 국내외정보수집 및 PL법의 판례등을 파악·수집하여 각 사업부서에 전달하여 대책을 강구해 나가면서, 최고 경영자를 포함한 사내 전직원에 대하여 PL법 및 안전대책 교육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뉴밀레니엄 및 인터넷시대에 맞는 사고정보수집체계를 구비하여 신속·정확하게 사고정보를 수집하여야 할 것이다. 사고정보수집체제로서 기존의 소비자상담실의 기능을 강화하여 상품의 유통개시 후 적절한 사후관리를 실시함으로써 사고발생의 잠재적 가능성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소비자상담창구를 통한 제품에 대한 고객의 불만사항은 향후 품질 및 경영개선에 훌륭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제조물책임시대에는 소비자에 대한 교육·계몽과 정확한 제품에 대한 정보전달이 과장된 광고나 선전보다 우선시 되어야 한다.

지나친 과장광고는 오히려 사후에 제조물책임을 추궁당하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재판외 분쟁처리기관등을 설치하여 소송으로 인한 시간적·경제적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소비자는 피해가 발생하면 우선 회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되고 이 단계에서 합의하지 못할 경우 소비자보호법에 의한 분쟁조정위원회(한국소비자보원에 설치)에 분쟁조정을 의뢰하고, 미합의시 최종적으로 소송에 이르게 될 것이다.

일본은 자동차·가전제품·석유가스기기·의약품등 12개분야의 PL센터를 사업자단체내(자동차는 독립의 재단법인)에 설치하여 분쟁발생시 상담·조정·알선 등의 기능을 적극 수행하는 등 사전 분쟁처리기관의 성공적인 운영으로 95년 PL법 도입 이후 지금까지 소송건수는 17건에 불과한 반면, PL센타 등을 통한 중재건수는 3천 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비해 미국의 경우 연간 60만건 이상의 PL소송이 제기되어 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켜 두차례(76년, 85년)의 제조물책임위기가 대두되기도 하여 현재 미시간주등 일부주에서는 비경제적배상(위자료, 징벌적배상)에 대하여 배상한도액을 설정하는 등 제조업자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제조물책임보험을 활성화하여 위험을 분산시키는 것이다.

99년 10월1일부터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계약자가 되어 중소기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공제사업형태(단체보험)의 ‘중소기업 PL보험제도'를 도입·운영 중에 있으므로 중소업계는 이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중소기업 PL공제사업의 공제료(보험료)는 기존 보험료보다 30∼40%정도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고 있어 중소업계의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이러한 PL보험에 가입함으로써 중소기업은 손해보험사의 전문적인 PL위험관리에 관한 컨설팅·진단·예방 및 방어대책 지도 등을 부가적 서비스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에서도 약 2년6개월간의 준비기간동안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가스관련단체, 전자산업진흥회, 자동차공업협회 등 사업자단체 등을 통해 제조물책임제도에 대한 홍보 및 교육을 강화시켜 나가겠으며, 제조물책임상담센타 설립과 PL교육과정 신설 등 다각적인 대책을 추진하여 제조물책임제도가 기업이 생산한 제품의 품질·안전향상을 제고시키고 소비자의 편익을 증진시키는 바람직한 제도가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대책을 강구해 나갈 계획이다.

일본은 95년 7월 제조물책임법 도입 이후 4년이 지난 지금 제조물책임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되었다고 볼 수 있다. 도입당시 일본의 기업들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PL법 도입시 소송남용과 보험료부담, 물가상승 우려 등을 이유로 거세게 반대하였으나, 일본 국민소비생활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PL법에 의한 소송은 현재 17건에 불과하고 일부에서 우려하던 소송남용현상도 일어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기업의 제품안전도를 높이는 데 주력해 불량품발생률 감소와 기업경쟁력 제고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와 같이 우리도 일본의 예를 모델로 삼아 2년 6개월의 PL법시행 준비기간동안 효율적이고 종합적인 제조물책임 대응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우리 제조업계의 경쟁력을 제고시킴과 아울러 새 천년의 주역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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