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업계의 고질적인 병폐 중 하나가 가격경쟁이다. 현재 보일러가격은 최신형 핸드폰 가격의 절반, 아니 1/3도 안된다.

한번 설치하면 최소한 7년에서 많게는 10년도 넘게 사용되고있는 보일러. 겨울철에 난방이 잘 안되거나 온수가 나오지 않고 한파라도 와서 동파가 되면 A/S문의나 항의전화로 인해 보일러사 전체가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실생활에 있어 중요한 기기이지만 핸드폰 가격에 절반도 되지 못한다. 특히 아파트에 대량으로 공급되는 특판가격은 건설업자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매년 공급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공급가격이 20만원에도 못 미치게 수주했다는 말이 공공연하다.

건설사 가격부추기에 놀아나는 보일러사

보일러업계에서 20여년간 기술개발에 매진한 한 엔지니어는 “그동안 신기술을 접목, 보다 편리하고 안전한 가스보일러 개발에 청춘을 다 바쳤으나 이렇게 가스보일러가 제 값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후회스럽다”라며 “가격경쟁이 치열하다는 이야기는 종종 들어 왔지만 이토록 심각할 줄은 몰랐고 이러다가 가스보일러 제조사는 다 망하고 문을 닫아야 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며 자괴감을 표시했다.

유럽의 경우 가스보일러의 가격이 200여만을 웃돌고 심지어 중국의 경우에도 100여만을 하는 가스보일러 가격이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대우 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더구나 가스보일러 부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순동, 스테인레스 등 원자재가격이 50% 이상 급등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가격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는데 그 원인을 찾기가 쉽지 않다.

가스보일러 가격이 하락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선 보일러 제조사에 있다. 2000년대 가스보일러의 수요가 폭증할 것을 대비해 모든 가스보일러 제조사에서는 설비에 대한 과잉 투자를 한 상태다. 당시 가스보일러업계에서는 연간 200만대를 예측한 설비투자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2002년에 최대생산량 128만대를 정점으로 연간 100여만대 수준에서 머물러 있다. 지역난방, 중대형 코젠 등 대체난방이 발달하면서 개별난방 시장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시장 축소에 각 제조업체는 최소한의 고정비라도 건져야겠다는 생각에 무리한 생산을 강행하고 원가판매를 단행하고 있는 것이다.

또 가스보일러의 유통은 대리점, 설비업자를 통하는 방법과 건설업체를 통하는 단체납품인 특판으로 크게 대별된다. 그중에서도 건설업체에 납품하는 이른바 특판납품이 가격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여기에 건설회사의 가격경쟁 부추기에 가스보일러 회사들이 이용당하고 있다는 실정이다.

각 보일러 제조사들이 이처럼 낮은 가격에 특판시장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우선 건설회사에 납품했다는 파생효과와 시장점유율, 매출 등 여러가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팔면 팔수록 적자라며 아우성을 치고 특판시장을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각 제조사는 총 판매수량의 일정부분을 유지해 나가고 있는 이유가 궁금할 뿐이다. 가스보일러 내수시장의 가격경쟁은 점점 수렁으로 빠져들어가는 악순환이 계속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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