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서구에서 활성화된 ESCO(에너지절약전문기업)제도를 국내에 도입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던 에너지관리공단의 한 인사는 ESCO 도입취지를 이렇게 말한다.

“굴지의 대기업이 아닌 이상 에너지이용합리화사업을 통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에너지절약사업을 실시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ESCO를 통해 에너지절약에 무관했던 많은 기업과 공공기관들이 효율적인 에너지이용에 나서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ESCO 도입취지는 지금까지는 견실하게 성장하며 진행되고 있다. 에너지절약사업에 무관심했던 많은 기관, 산업체들이 ESCO사업을 통해 에너지이용합리화를 이룩했으며 에너지절약이 범국민적으로 확대되는 초석을 마련하기도 했다.

의도가 성공적인 실천으로 이어졌다면 ESCO제도 도입자가 바라본 ESCO의 미래상도 현실화되었을까.

“ESCO의 기술력이 향상되고 노하우가 쌓인다면 ESCO가 기업의 에너지조달에서부터 관리까지 담당하는 포괄적인 에너지관리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ESCO는 에너지를 책임지는 전문 관리인이 되고 ESCO에 에너지를 맡긴 기업은 편안하게 효율적인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ESCO도입자가 기대했던 ESCO의 미래는 결국 총괄적인 에너지관리 컨설턴트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ESCO제도가 국내에 도입된지 10년도 넘은 지금 우리 ESCO들은 종합적인 에너지관리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가.

도입의도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지만 아직 결론은 진행형이다. 개개의 특성화된 아이템에 대한 에너지절약사업은 활성화됐지만 ESCO들이 에너지를 총괄하는 단계까지는 아직도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총괄에너지 컨설턴트 성장 가능
진단의무화·CDM이 새로운 기회

지난해 10월 (사)에너지절약전문기업협회가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우리 ESCO의 현실이 적절하게 반영돼 있다.

ESCO업체들이 밝힌 향후 사업전망부분을 살펴보면 먼저 긍정적인 측면에서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에너지절약이 필수적이고 에너지이용시설의 에너지진단 의무화 및 에너지절감 효과에 대한 에너지이용자의 실질적인 효과가 있다는 점을 들었다. 특히 교토의정서 발효와 고유가 지속으로 인해 에너지절약이 세계적 에너지절약에 대한 세계화 흐름에 부합되는 사업으로 점차전망이 밝아질것으로 예상한 것이 공통적이었다.

부정적이라는 답변 이유로는 계속해서 문제점으로 지적돼 오던 부채율 상승, 과다경쟁으로 인한 이익 감소, 자금확보의 어려움과 신기술 부족 등이 제기됐다.

성장이 진행중인 ESCO사업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부정적인 답변의 문제를 해소하면 될 것이다.

역시 자금이 핵심이다. 정부 정책자금 이외에 자금확보가 필수적이다. 우선적으로 민간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기술적인 문제도 크다. ESCO는 초기 조명분야부터 시작해 인터버, 소형가스열병합 등 핵심아이템이 변모하며 성장해 왔다. 최근 몇 년간은 소형가스열병합발전이 ESCO의 주 아이템으로 성장을 견인해 왔지만 소형가스열병합 이후의 신규 아이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새로운 에너지절약 기술과 기법을 도입하는 것은 무엇보다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물론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독자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실질적인 에너지절감사업을 펼치는 기업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정부의 정책자금에 의존하고 단순조명교체 등 기술력이 필요없는 분야에서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는 점은 발전의 저해요소로 작용한다.

연간 2,000TOE 이상 에너지 다소비업체에 대한 에너지진단 의무화가 실시됐다. 이러한 진단의무화 제도를 ESCO사업에 연계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ESCO사업의 기본이 에너지진단이라는 점에서 에너지진단의무화는 ESCO사업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CDM(청정개발체제)사업도 ESCO들이 눈여겨볼 사항이다.

CDM사업의 금융활용방법이 ESCO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ESCO의 참여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여기에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서는 에너지절약사업이 핵심이라는 점에서 ESCO의 참여가능성은 더욱 높다.

현재 ESCO 시장의 규모는 1,000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1,000억원 시장이 1조원 시장으로, 5조원 시장으로 확대되기 위해서 이제 정부, 업계, 학계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때이다.

ESCO시장의 확대가 바로 국가 에너지이용합리화의 지표이자 에너지절약의 활성화를 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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