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정부는 오는 7월28일부터 유사석유를 구입하는 사람도 처벌키로 했다. 즉 수요를 단속해 공급을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다. 이에 본지는 한국석유품질관리원을 찾아가 지금까지 유사석유는 어떻게 유통돼 왔으며, 향후 유사석유 관련 법안이 어떻게 바뀌는지 알아봤다 / 편집자 주
유가 상승 따라 유사석유 판매 증가
세금 탈루액, 석유류 총세수의 4.2%
“유사석유제품이 차량 성능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새차가 아닌 이상 몇 년 이후엔 차를 바꾸게 됩니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저렴한 석유를 찾는 것은 당연한 거 아닙니까”
차량을 소유한 한 소비자의 말이다. 이처럼 높은 휘발유 가격은 소비자들을 유사석유란 유혹에 빠져들게 만들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유사석유 판매자들이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 알려진 바에 따르면 유사석유 판매자들의 서비스가 주유소 못지않게 좋다는 것. 심지어는 단골손님까지 체크하며 마일리지 적립까지 해주는 곳이 있다고 한다.
결국 비싼 석유제품이 유사석유제품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즉 소비자들이 저렴한 제품을 찾게 되니 판매자들이 더욱 활기를 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는 이같은 상황을 간파하고 수요를 단속하면 공급자도 없어질 것이라 판단, 오는 28일부터 유사석유 제조자와 판매자뿐 아니라 사용자까지도 단속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유사석유 노상판매가 매우 많은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이번 사용자 처벌규정 신설에 정부와 석유업계가 거는 기대는 매우 크다.
△단속 한계점 도달, 사용자 처벌 기대
정부가 사용자 처벌 규정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는 최근 몇 년간 유사석유 단속을 위해 많은 방법을 사용했지만 오히려 단속건수는 매년 증가해 왔기 때문이다. 이는 단속 효과를 넘어 단속 한계에 달했음을 의미한 것이었다.
한국석유품질관리원에 따르면 유사석유 적발 건수가 주유소 등 석유사업자의 경우 2004년 509건, 2005년 533건, 2006년 658건으로 계속 상승하고 있으며, 길거리 판매 등 비석유사업자의 경우 2004년 3,836건, 2005년 6,622건에서 2006년 8,496건으로 2년간 두배가 넘게 적발됐다.
이는 국제유가와 석유제품 가격이 오르면서 유사석유 판매도 함께 증가했음을 의미함과 동시에 우리의 세금도 함께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석유품질관리원 관계자는 “유사석유제품은 비밀리에 불법 유통되므로 그 규모가 정확하게 파악되지는 않지만 유사휘발유 제조 원료인 용제의 사용량 증가 기준과 유사경유 주유소 품질검사 불합격율을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연간 탈세규모는 1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세금은 얼마나 샛나
용제는 주로 페인트희석용 등 특정용도로 사용되며 연간 유통량은 100만배럴 정도뿐이다. 용제 총 유통량이 438만배럴인 점을 감안하면 용제 불법사용량은 338만배럴이란 계산. 여기에 유사휘발유로 쓰이는 용제는 톨루엔과 5:5로 혼합되므로 용제 불법 유통량의 2배가 유사휘발유로 둔갑되고 있는 것이다.
즉 휘발유 내수의 11%인 676만배럴이 유사휘발유로 유통되고 있으며, 이를 계산하면 휘발유 세금 탈루액만 9,400억원에 달한다. 수치만으로 따져 보면 휘발유 차량 10대 중 1대는 유사휘발유를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유사경유의 경우 품질 불합격율이 1.2%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어 이를 계산해보면 세금 탈루액이 1,070억원 규모로 집계되고 있다.
결국 유사휘발유와 유사경유로 인한 세금 탈루액은 석유류 총세수의 4.2%에 해당하는 1조원에 육박하고 있는 것이다.
석유품질관리원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세금 탈루액이 모두 불법제조·판매자와 일부 불법소비자의 이익으로만 돌아간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단속, 어떻게 강화되나
유사석유제품으로 인한 탈세는 계속된 고유가와 높은 휘발유 가격으로 점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7월28일부터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상 유사석유제품을 알고 사용한자에 대한 처벌이 시행됨에 따라 정부는 유사석유 감소와 함께 탈세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에 시행되는 법의 주요골자를 살펴보면 유사석유제품임을 알면서 사용한 자에 대해 버스차고지 등 대형사용처는 저장탱크 용량에 따라 1,000만원부터 최고 3,000만원까지 차등 부과키로 했다. 또한 일반 자가용 운전자도 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에 석유품질관리원은 우선 사용자처벌 시행과 동시에 길거리 판매 밀집지역인 수도권, 대구, 경북지역에 대한 상시단속반을 경찰청과 합동으로 편성, 한달간 집중단속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길거리 유사석유제품 사용자 단속을 위해선 석품원 전 인원 및 지자체, 각 협회와 함께 단속반을 편성해 물적, 인적자원을 총동원한 강력한 집중단속에 들어간다.
또 유사석유 신고포상제도도 계속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시민들의 자발적 단속도 지속 유지 한다는 방침이다. 수요와 공급 양면을 동시 단속, 최대의 효과를 본다는 정부의 계획이다.
△대국민 홍보, 무엇보다 중요
정부는 무엇보다도 유사석유 사용자 처벌 홍보를 극대화시켜 효과를 보겠다는 의지다.
이에 지난 5월부터 총 3단계로 나눠 ‘사용자 처벌 법 재규정’ 홍보, ‘유사석유 사용자 계도’ 기간을 시행했고 7월부터는 ‘유사석유 사용자 추방’을 주제로 집중 단속·홍보에 들어간 상태다.
산자부 관계자는 “지난 4월2일 국회에서 유사석유 사용자 처벌을 담은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4월12일 석유품질관리원 및 석유협단체 관계자들이 모여 홍보 로드맵을 작성했다”며 “이와 같은 홍보 외에도 현재 소비자 단체를 중심으로 한 시민감시단을 지난 6월19일 구성, 활발한 홍보활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와 석품원을 비롯한 석유업계는 현수막 배포, 대대적인 가두캠페인 실시, 스티커 제작, 공공장소에 포스터 및 전시물 순회전시, 소비자 대상 순회교육 등을 실시 모든 국민이 인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실효성 있나
일부에선 정부에서 거는 기대와 달리 이번 유사석유 사용자 처벌 법안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한다. 휘발유 가격이 계속 인상되고 있다는 점과 판매자들의 교묘한 영업법이 소비자들을 계속 유혹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파라치 등 정부의 수많은 유사석유 단속을 피한 이들 업자들이 이번엔 또 어떤 방법을 들고 나올지 궁금하기까지 하다.
이번 법안에 대해 한 소비자는 “유사석유 사용의 근본적 원인은 높은 휘발유 가격에 있다”며 “정부는 이를 알면서도 유류세를 내릴 생각은 안하고 이젠 소비자들에게 책임을 돌리려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석유제품 가격이 계속 고공비행을 한다면 유사석유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지금도 관련법규에 따르면 유사석유 판매자들은 모두 위법이다. 하지만 법을 무시한체 계속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번 법안에 거는 기대는 크지만 이 역시 국민들의 불만 속에 은밀한 형태로 거래가 이뤄질 수도 있다. 운전자들이 대거 단속되면 모두 벌금을 물리지도 의문이다.
결국 소비자들은 높은 유류세가 떨어져야만 유사석유가 근절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용자 처벌 외 다른방법은
유류세를 낮출 수 없다면 유사석유 사용자 처벌외에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적 방침이 있어야만 한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사용자 처벌과 함께 용제에 대한 교통세 부과, 관게부처간 협조체제 강화 및 제도개선, 석유품질관리원의 기능 강화, 대국민 홍보 및 계도 강화 등을 들 수 있다.
용제에 대한 교통세 부과의 경우 실수요자에 한해선 조건부 면세 또는 환급을 정해 이에 따른 부당함을 없애고 유사휘발유 제조를 원천적으로 봉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솔벤트 등이 산업용이라는 점을 들어 이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석유품질관리원은 비석유사업자에 대한 검사권한을 얻기 위해 특수법인화를 추진 중에 있으며 내년 중에는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길거리 판매 등 비석유사업자에 대한 검사권한이 생겨 단속이 용이할 것이란 판단이다.
유사석유 사업자 처벌 시행과 이러한 단속으로 정부가 기대하는 유사석유제품 근절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