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좀 더 책임있게 행동해야 한다. 천연가스 이권을 노리는 인도와 한국도 아주 부도덕하다”

타이 방콕에 망명중인 반정부 단체 버마국가평의회(NCUB)의 소 아웅 대변인이 최근 독일 ‘슈피겔’紙에서 인터뷰한 말이다. 이같이 최근 발생한 미얀마 사태와 관련 이역만리 떨어져 있는 한국의 부도덕성이 거론되고 있는 데는 나름대로 충분한 이유가 있다.

최근 미얀마에서는 경제 안정과 민주화를 요구하는 평화적인 시민들의 욕구가 분출하고 있다.

이번 시위의 발단은 지난 8월15일에 정부가 국제유가 상승을 이유로 연료 가격에 대한 정부 보조금을 대폭 삭감하면서 연료 가격을 급격하게 올린데서 비롯된다. 미얀마의 에너지산업은 모두 군부정권이 독점적으로 장악하고 있는데 하루 아침에 휘발유는 1.67배, 경유는 2배, 천연가스는 5배로 가격이 상승한 것이다.

2006년에는 물가상승률이 21.4%에 달했으며 연료 가격 인상이 있기 전에 이미 물가는 올해들어 평균 40%나 상승했었다. 8월15일의 유가 상승 이후 식용유와 계란 등의 식료품 값도 덩달아 35% 가량 올랐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천연자원이 풍부한 미얀마이지만 대부분 외국으로 수출되고 군사독재정권만 배를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미얀마의 지정학적 거점을 노려 군사원조를 통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말라카 해협이 봉쇄될 경우 미얀마를 통해 중동원유를 수송한다는 전략이 깔려있다.

우리나라가 버마사태에 미온적인 이유도 경제적 문제에 있다.

2006년말 현재 우리나라는 미얀마에 5번째로 많은 물품을 수출하는 나라이다. 버마에 대한 투자액수로는 12위이며 투자건수는 4위다. 현재 52개의 한국 기업이 버마에 진출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가운데 대우인터내셔널을 포함한 한국 에너지기업의 투자가 가장 눈에 띤다.

대우인터내셔널과 한국가스공사, 그리고 인도의 석유가스국영회사는 미얀마의 A-1광구 쉐 가스전, A-1광구 쉐퓨 가스전, A-3광구 미야 가스전에서 대규모 천연가스를 개발하고 있다. 미얀마 가스전 개발이 본격 개시되면 우리나라 에너지 자주개발율도 2.0%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확인된 가스 매장량만 원시매장량 기준으로는 총 5.4~9.1조 입방피트로 국내기업이 발견한 해외가스전 중 최대 규모다. 쉐 가스전의 원시매장량은 3.4~5.4조 입방피트, 쉐퓨 가스전은 0.5~1.2조 입방피트이며 미야 가스전은 1.5~2.5조 입방피트이다.

이는 국내 연간 LNG 소비량의 4~8배나 되는 엄청난 양이며 금액으로는 최대 100조원에 달하는 것이다.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미얀마 군사독재정권에 빌붙어 미얀마 국민들의 피눈물을 짜내며 이윤을 추구하고 있는 한국 기업의 부도덕성이다.

특히 대우인터내셔널은 2002년부터 지난 해 10월까지 버마 군사정권에 불법으로 포탄 제조 공장과 설비, 기술까지 수출했다가 당국에 적발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지금 미얀마 군사정권이 휘두르고 있는 피비린내나는 총칼을 우리나라의 기업이 사주고 만들어준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세계 곳곳을 누리면서 에너지자원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번 버마의 유혈사태를 계기로 에너지자원확보에 대해서도 새로운 원칙을 가져야한다. 더 이상 우리는 인권 유린의 칼날을 갈아주면서까지 에너지자원을 확보하는 부도덕을 범해서 안된다.

이제는 민주주의를 총칼로 탄압하고 있는 군사독재정권에 대한 국제적인 제재 움직임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1980년의 광주를 기억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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