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기(史記)에 전해지는 이광(李廣)이라는 장군 이야기다. 이광은 중국 한나라 시대 흉노족과 인접한 감숙성 지방 출신으로 특히 궁술과 기마술이 뛰어난 용감한 장수였다. 그는 기원전 166년(文帝14年) 감숙성을 침략한 흉노족을 무찌른 전과로 황제를 호위하는 시종 무관이 됐다.

어느 날 이광이 어둑어둑한 초저녁에 산길을 지나다가 어둠 속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호랑이를 발견하고 일발필살(一發必殺)의 정신으로 활을 당겼다. 화살은 정확히 명중했다. 그런데 호랑이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것은 화살이 깊이 박혀 있는 호랑이를 닮은 큰 바위였다. 그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서 화살을 쏘았고 화살이 바위에 명중하는 순간 튀어 올랐다. 처음 쏜 화살과 다른 점은 자신이 정신을 한데 모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중국 역사서 사기(史記)에는 이를 중석몰촉(中石沒鏃)이라 표현하고 있다.

정신을 집중해서 전력을 다하면 불가능한 일도 가능해진다는 것으로 정신일도하사불성(精神一到何事不成)과 같은 의미의 한자 숙어이다.

19세기 영국의 지성을 이끈 존 러벅(John Lubbock)은 성공적인 은행가이자 영향력 있는 정치가였으며 동시에 괄목할 만한 인류학자 겸 곤충 학자였다. 존 러벅의 성찰(省察)이라는 저서가 있다.

‘성찰’에서는 누구나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인생의 문제들에 대해서 깊이 있게 통찰하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그 해결책을 제안한다. 특히 존 러벅이 말하는 삶의 지혜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이유는 그의 사상이 중도를 걸으며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근면을 강조하면서도 여가와 산책을 소중히 여기고, 돈이 주는 편안함과 안락함을 인정하지만 돈을 목적으로 살아가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는 점, 그릇된 야망은 행복을 방해하지만 어느 정도의 명예욕은 성취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독서의 기쁨과 함께 놀이의 즐거움도 잊지 말라고 조언한다. ‘성찰’은 전체 17장으로 되어 있으며 매일 1장씩 17일간 읽도록 구성돼 있다. 돈을 지혜롭게 쓰는 법, 고전을 통해 얻는 지혜 등 실용적인 코드부터 스스로 배우고 성장하는 법, 희망을 잃지 않고 전진하는 법 등 인생 전반에 대한 마음가짐까지 좀 더 넓고 깊이 인생을 살기 위해 익혀야 할 모든 것들을 보여 준다.

‘성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일단 앉아서 들어라

젊은 시절에는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려고 애쓰지 말라.

일단 앉아서 들어라. 그리고 관찰하라.

구경꾼들이 가장 게임을 자세히 본다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사건 밖에서 조용히 눈에 띄지 않게 서 있을 때

오히려 상황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다.

마치 투명인간이 되는 마법의 모자를 쓰고 있는 것처럼

조용히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배우는 것이다.

세상사는 이치를 훌륭하게 표현한 구절이다. 바둑을 둘 때에도 고수는 말이 없다. 처음 배우는 초보일수록 말이 많은 법이다. 우리 모두 젊은 시절 정말 경계해야 할 일의 하나이다. 얕은 경험으로 말을 많이 하다 보면 배움은 적고 실수는 많아지게 된다. 존 러벅은 이 책을 통해 젊은 시절에는 많이 듣고 세심하게 관찰해 많은 것을 자신 안에 담아두라고 가르치고 있다.

중국 한나라 이광 장군의 중석몰촉(中石沒鏃)과 영국의 지성 존 러벅의 조용히 관찰하고 배우라는 가르침이야 말로 오늘날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속에 저만 잘난 척하는 세태 속에도 중심을 잡고 내일을 준비하는 자의 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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