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1개 정유화학사가 1,382억원의 세금을 빼돌렸다가 감사원 감사에 적발됐다.

감사원은 이들이 빼돌린 세금 중 995억원은 해당업체로부터 징수토록 했지만 시효가 지난 387억원은 결국 환수할 수 없다.

감사원의 ‘석유수입부과금 징수 및 환급실태’에 따르면 석유공사가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석유수입부과금 징수·환급 업무를 잘못 처리해 왔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에 따르면 1979년부터 석유수입업자는 석유를 수입하며 리터당 16원의 부과금을 납부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다시 수출하거나 공업원료로 사용하면 부과금의 일부를 환급해주고 있다. 지난해 부과금만 2조6,000억원이지만 환급액 규모도 징수액의 65%인 1조7,000억원에 달한다.

에쓰오일,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K인천정유, 여천NCC, 이수화학, 삼성비피화학, LG석유화학, 호남석유화학, 삼성토탈 등 국내 11개 정유사 및 화학사, 수입사는 이같은 환급 조항을 악용해 실제 사용한 공업원료보다 더 많은 양이 사용된 것으로 속여 환급금을 부당하게 받아냈다가 감사원 감사에 적발된 것.

지난해 2월에도 공정거래위원회는 정유 4사가 2004년 4월1일부터 6월10일까지 휘발유와 등유(실내등유, 보일러등유), 경유 등 석유류 제품의 판매가격을 공동으로 인상해 소비자들이 입은 피해규모가 2,400억원에 달한다며 총 52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이같이 정유업계의 ‘도덕성’이 최근 도마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정유사들은 이때마다 ‘시장 완전 경쟁 및 국제유가를 반영한 가격결정 구조’를 근거로 가격담합 의혹을 일축해왔다. 이번에도 관련법규의 잘못된 해석을 이유로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올해 들어 국제유가는 상승세를 지속하며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그 어느때보다 유가가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다. 유류비에 대한 국민들의 민감도 또한 종전보다 높아졌다.

국내 유류비 상승에는 당연히 원유가의 인상, 과도한 세금 비중 등 근본적인 원인이 존재하지만 정유사들의 도덕성 문제는 소시민들의 주머니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허하게 만든다.

도덕성에 분노하게 하는 것은 국내 정유사들이 고공행진하는 국제유가나 국내 시장경쟁, 소비자들의 부담가중에도 별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뛰어난 영업 실적을 거두어왔고 정유사에 근무하는 임직원들의 연봉이나 복지 수준이 대다수 국민들의 부러움 또는 눈총의 대상이 되어 왔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서 정유사들의 도덕성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정유사들의 가격담합 적발과 이번 11개 정유 화학사들이 세금을 빼돌린 사건에 대해 마녀사냥을 하자는 것은 더구나 아니다.

그러나 이번 세금 과다 환급사건에서 반드시 따지고 싶은 것은 1조원이 넘는 세금을 환급하면서 너무나 허술하게 운영해온 관리체계이다. 특히 정유사 등의 환급물량을 이해관계가 있는 석유화학공업협회에서 확인하도록 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또 이를 감독해야 할 한국석유공사도 환급업무 담당자가 석유정제나 화학 등 관련 전문지식이 부족해 정유사들의 이같은 불법행위를 적발할 수 없었다는 것도 납득하기 힘들다. 더구나 한해 1조원이 넘는 환급액의 적정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체계적인 업무시스템 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은 아연실색케 한다.

결국 시스템 부재와 담당자의 전문성 부족 때문에 정유 화학업체가 환급 신청한 것을 그대로 인정하고 환급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세금 빼돌리기가 가능했다는 얘기인데 가능한 일인가?

현재 지경부는 이에 대해 관련제도와 업무 처리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로비력(?)으로 무장한 정유 화학업계에게 ‘통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될 것으로 크게 기대되지 않는 까닭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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