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유 러시아 PNG 국내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한·러 가스분야 협력사업은 향후 30년간 천연가스 구매액 900억불, 석유화학단지 건설비 90억불, 북한을 경유하는 배관건설비 30억불 등 총 사업규모 1,000억불 이상의 초대형 한·러 경제협력 프로젝트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북한을 경유하는 가스배관을 건설한다면 남북경협의 새로운 모멘텀으로 작용함은 물론 한국·러시아·북한 3국간 에너지 공동협력체제 실현도 가능해질 것이라는 게 지경부의 판단이다. 그러나 북한 경유 PNG 도입방안을 북한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PNG도입의 성공의 관건으로 보인다.

△한·러 가스분야 협력사업 의미

이재훈 지식경제부 차관은 29일 기자브리핑에서 “러시아의 극동지역 천연가스 도입으로 우리나라는 연간 수요의 약 20%에 해당하는 천연가스를 신규로 확보해 공급자 중심의 국제 LNG 시황에서 국내 천연가스 수급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간 10BCM의 PNG 수입규모는 2015년 기준 우리나라 총 예상소비량(3,350만톤)의 약 20%를 차지하고 2007년 가정용 소비량 780만톤(1,250만 가구)에 상당하는 물량이다. 이는 또 축구장 크기 2배 규모의 LNG 선박 125척(1척당 약 6만톤 운송)이 운송 가능한 물량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기존 중동·동남아 위주였던 천연가스 도입선을 러시아까지 다변화함으로써 공급의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리나라 가스배관이 러시아 UGSS와 연결됨으로써 해외 에너지망과 최초로 연계해 향후 동시베리아 자원확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됐으며 러시아가 중점 추진 중인 극동·동시베리아 개발사업을 한국 기업이 선점할 수 있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러시아 입장에서 이번 협력사업은 풍부한 LNG를 한국, 일본, 중국 등 아태지역 국가로의 안정된 수출시장 확보라는 의미가 있다. 세계 최대의 천연가스 매장·수출국인 러시아는 총 280억불을 투입해 낙후된 극동·동시베리아 개발을 위한 ‘극동·동시베리아 개발계획’을 수립·시행 중이다. 그 일환으로 동부지역 가스전을 개발해 러시아 전체를 하나의 가스배관(UGSS)으로 연결하고 기존 유럽 일변도의 천연가스 수출체계를 아태지역으로 확대하는 ‘동부가스계획’을 지난해 9월 발표했다. 동부 UGSS는 크라스너야르스크, 이르쿠츠크(코빅타 가스전), 야쿠츠크(차얀다 가스전), 사할린 등 4개 가스전을 통합·연결하는 것이다.

지경부는 북한이 가스배관 통과를 허용한다면 북한은 연간 1억불 이상의 배관통과료 수입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PNG 공급방식의 경제성은

당초 러시아는 동해 심해저 배관을 통해 한국으로 LNG를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동해의 수심이 깊고 육상의 PNG 방식보다 경제성 저하로 한국 측에 PNG 방식을 제안했다는 게 이재훈 차관의 설명이다.

국제적으로 3,000km 이하의 근거리에서는 PNG가 LNG보다 공급비용이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경부에 따르면 유럽으로 공급하는 PNG 가격이 우리나라 LNG가격보다 저렴하다. 2007년 유럽의 PNG는 약 410달러/톤, 우리나라 LNG는 499달러/톤으로 나타났다.

이재훈 차관은 “근거리에서는 PNG 가격이 LNG보다 저렴한 점을 감안해 도입가격 인하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PNG 공급 실현 가능성은

북한 경유 러시아 PNG 도입방안에 있어 러시아와 북한이 사전에 협의가 있었는 지 현재로선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일단 PNG 도입방안을 한국에 먼저 제안한 러시아가 북한과의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

이재훈 차관은 “북한 통과 PNG 방식은 이번 가스분야 협력사업 MOU 체결 후 원칙적으로 러시아와 북한이 협의해 추진키로 돼 있다”라며 “러시아와 북한과의 논의가 성사되면 배관공사 일정, 한국 건설업체 및 북한의 노동력 등의 투입방안 등 구체적인 방안 추진 시 한국이 참여해 러시아, 북한과 공동으로 논의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PNG 노선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며 러시아와 북한이 논의해 결정된다. 배관비용은 PNG 공급자인 러시아가 부담하게 된다. PNG 도입가격은 2010년 본계약 체결 시 국제시세 및 협상에 의해 결정된다.

러시아와 북한이 PNG 공급방식을 협의해야 하는 전제가 있지만 지경부는 이번 협력사업의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재훈 차관은 “90년대 초반 사하공화국 차얀다 가스전, 2000년대 초반 이르쿠츠크 코빅타 가스전에서 PNG 도입을 추진했으나 민간 주도로 추진되고 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해 사업이 무산된 바 있다”라며 “이번 협력 사업은 양국 정부가 승인했고 한국은 안정적인 LNG 확보, 러시아는 안정적인 LNG 수출시장 확보, 북한은 배관통과료 수입이라는 3국의 이익이 맞아 떨어져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PNG 방식 공급의 안정성엔 이상이 없을까.

이재훈 차관은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PNG 공급시 가스공급 중단 등의 문제가 발생한 사례가 없다”라며 “지난 76년 냉전체제에서 러시아가 독일에 PNG를 공급할 때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이 차관은 또 “북한으로서도 거액의 배관통과료 수입이라는 경제적 이익이 있기 때문에 상호이익이 맞아 떨어진다면 북한 통과 PNG 공급이 어려운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재훈 차관은 “북한 노선이 결정된 후 타당성 검토시 PNG 공급의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장치 마련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PNG 도입방안이 실현되지 않을 경우 그 대안으로 블라디보스톡을 거쳐 동일한 규모의 천연가스를 도입할 수 있도록 LNG 또는 CNG로 도입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하게 된다. 이는 블라디보스톡에 LNG터미널을 건설키로 예정돼 있고 가스공급 뿐만 아니라 석유화학단지 건설 등에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을 연계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어떤 방식으로든 러시아와의 협력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경부는 이번 협력사업은 정치적인 측면을 떠나 순수하게 경제·상업적인 측면에서 추진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북한이 적극 나설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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