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물리학을 공부하던 1980년대 매년 5월이면 여러 회사에 취직한 학교 선배들이 회사에서 제공한 경비로 고향 또는 모교를 방문했는데 이는 회사에 대한 홍보와 함께 우수한 후배들을 졸업 전에 자기 회사에 미리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그 때 많은 물리학과 졸업생들이 대기업의 중앙연구소에서 일하고 있어 그 이유가 궁금했는데 그들은 다음과 같이 설명해줬다.

산업화 초기 일본은 외국의 기술을 도입해 산업화를 이루기 위해 많은 공대생들을 육성, 고용했다. 그러나 산업화가 성숙해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일본은 선진국의 기술을 따라잡아 더 이상 외국의 기술을 모방할 필요가 없게 됐다.

그러나 생산품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생산품을 만들기 위해 문제의 원인 분석과 문제 해결을 위한 창의적인 인력이 필요했는데 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사람이 적합하다고 기업은 판단했다. 그래서 대기업의 연구소는 물리학 전공자들을 다수 채용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오래 전부터 일본의 기업에서는 필요한 우수인력을 조기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우리도 삼성전자가 세계 1등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우수한 인재채용에서부터 교육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오랜 기간 전략적 노력과 투자를 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본인은 원자력연구원의 연구부서에서 일을 하다가 4년 전부터 인력 교육, 훈련을 담당하는 부서를 맡게 되면서 아주 새로운 분야인 인력양성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인력양성을 단지 교육으로만 생각하고 있고 실제로 인력양성의 대부분이 대학에서의 교육 위주로 수행되고 있음을 알게 됐다.

그동안 대학이나 연구소, 기업체에서는 인력 양성을 기능적이거나 기술적인 면에 큰 비중을 두고 교육 훈련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인력양성은 단순히 사람들을 모아 교육만 시킨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미래 필요한 인력의 수요, 즉 어떤 분야가 미래에 필요한지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고 그 수요에 따른 분야별 전문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

원자력을 예로 들면 원자력 산업계 인력수급 전망에 대한 자료(2008년도 원자력연감)를 보면 2005년에서 2010년까지 5년간은 큰 변화가 없으나 2020년까지 10년간은 약 70%가 증가하고 2030년까지는 2배 이상의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결과는 현재의 인력이 그대로 있고 증가하는 부분만을 고려한 것이나 원자력 1세대 등과 함께 기존의 전문 인력이 2010년, 2020년이 되면 상당한 수가 퇴직하게 됨으로 예상보다 더 많은 인력 부족이 예상된다.

따라서 우수한 원자력 산업인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간의 시간이 필요하므로 이를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종합적이고 전문적인 인력 수급 계획을 수립하고 인력양성에 투자해야 한다.

이 인력수급계획은 기술 분야별, 단계별 예측이 필요하며 이러한 정확한 예측을 통해 교육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수행되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양성한 인력들이 취업할 수 있는 지에 대한 부분을 함께 전략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정확한 분석이란 것은 늘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필요 기술 예측과 이에 따른 인력수급계획 수립에 대한 노력은 훌륭한 인력양성계획을 세우는데 시발점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기본 자료를 토대로 적합한 교육 훈련 프로그램이 개발될 수 있고 이것은 미래 우수인력확보 및 육성을 위한 지름길이 될 것이다.

국가의 교육이나 인력양성 정책은 백년지대계의 틀에서 구상돼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 과학기술 인력의 양성은 그때그때 필요인력을 메우는 방식으로 충원하다보니 인력이 모자랐다 남았다를 반복해왔다.

보다 정확한 미래를 예측해 향후 5년, 10년 후를 준비한다면 이런 현상은 많이 감소될 것이라 생각한다. 에너지분야의 인력양성이 백년대계까지는 아니더라도 10년 앞을 내다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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