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발표했던 정유사의 판매가격 공개 세분화 방안이 관련 법 시행령 개정으로 구체화될 전망이다.

지난 25일 지식경제부의 관계자에 따르면 지경부는 당초 기획재정부가 기획한 대로 대리점에 대한 정유사의 석유제품 판매가격 공개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 시행령 개정이 필요한 부분으로 개정안을 마련해 시행하는 데까지는 법 개정 만큼 절차가 까다롭지 않기 때문에 연내 시행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당초 정부는 주유소에 대한 정유사의 석유제품 판매가격 공개를 세분화한 바 있다. 기존에 정유사의 평균 판매가격이 월 단위로 공개되던 것을 정유사 개별로 주마다 공개토록 한 것이 그 내용이다.

정부는 이처럼 정유사의 판매가격 공개를 세분화해 정유사 간 가격경쟁을 유도함으로써 기름값이 자연스럽게 인하되길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정유업계의 반발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정유업계는 주유소에 대한 가격공개 세분화가 추진될 때에도 법적 문제를 제기하며 극렬하게 반대했었다. “정부의 가격공개정책은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영업비밀 침해”라는 게 정유업계의 입장이다. 

한 정유업계의 관계자는 “주유소에 대한 가격공개 세분화가 2011년 4월까지 일몰제로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또다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대리점에 대한 정유사의 판매가격이 공개되면 대리점의 영업마진을 유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리점업계의 반발도 예상된다.

무엇보다 가격공개 세분화에 따른 효과를 누려야 할 주유소업계도 일부에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석유유통구조를 개선할 근본적 방안을 찾지 못하고 보여주기식 행정에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한 주유소업계의 관계자는 “주유소가 가격을 비교해 보면서 더 저렴한 기름을 구매하거나 혹은 정유사에 가격할인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정유사 과점체제로 수직계열화 돼 있는 현재의 유통구조에서는 불가능한 얘기”라며 “그런 부분을 알고 있으면서도 정부가 ‘쇼’를 하는 게 아니냐”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처럼 업계의 불만이 야기되는 것은 무엇보다 가격공개정책의 효과가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재차 업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가격공개 세분화를 추진하기에 앞서 그 정책 타당성을 입증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기존에 정부는 주유소에 대한 정유사 가격공개 세분화를 추진하고 그 실효성에 대해 전국 주유소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그러나 11월 중순경 집계된 설문결과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고 공정거래위원회에만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이처럼 설문결과를 비공개로 하고 그 정책 타당성을 입증하지 않은 채 또다시 가격공개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지나친 규제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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