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원이 함께 중국을 여행하고 왔다. 본지 창간 2주년(9월21일)도 자축할 겸, 내일의 발전도 기약하고 모처럼 해외여행의 즐거움도 맛보는 일석이조의 기회로, 회사가 마련해준 이른바 가족 동반의 보너스 여행길이라 기쁨은 배나 더했다.

비록 넓고 넓은 중국땅 중에서 남쪽지방 한모퉁이에 있는 상해를 비롯하여 옛부터 수많은 시인 묵객이 즐겨 노래했던 소주(蘇州) 항주(杭州)를 돌아온데 불과하고 그나마 짧은 3박4일, 주마간산격으로 보고와서 어쩌구 저쩌구 지꺼리는 것이 주제넘고 서툰 짓이긴 하지만 그래도 몇가지 느낌이 있어 적어 본다.

이것저것 여러가지 느낌이 있었지만 우선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그쪽 사람들이 자랑삼는 근검절약 생활이다.

우리가 여행한 중국 남부지방은 대체로 비가 많고 기온과 습도가 높은 곳이라 도시는 물론 농촌에서도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에어콘 없이는 못살 정도라는 것이 안내원의 말이었으며 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해주듯 도시에 있는 아파트와 오래되어 허름한 농촌 단독주택 창문마다에 에어콘이 매달려 있지 않는 집이 없을 정도였다.

안내원에게 전력사정을 물어보았더니 뜻밖에도 그점은 절대로 걱정이 없다는 대답이었다.

중국은 전기가 남아돌아 오히려 전기를 많이 써 달라고 하는 형편이며 전기를 많이 쓰면 많이 쓴만큼 요금 할인 혜택을 주고 있지만 오랜 세월 몸에 밴 중국사람들의 절약정신때문에 전력소모가 좀처럼 늘지 않는다고 은근히 자랑까지 곁들이고 있었다.

휴대폰만 해도 그렇다. 휴대폰 없는 사람 찾기가 힘들고, 휴대폰 공해를 걱정할 정도인 우리나라처럼 아직은 이곳의 휴대폰 보급이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수신자에게도 요금의 50%를 부과시켜 쓸데없는 통화의 남발을 막고, 더불어 자연스럽게 절약을 생활화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요금징수방법은 배워들여 결코 해로울 것이 없을 것 같아 귀가 솔깃했었다.

또 한가지, 비상구(非常口)에 관한 얘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느닷없이 웬 비상구 얘기냐고 하겠지만 상해공항에서부터 가는 곳, 들어간 건물마다에서 우리와 다른 비상구 표기를 보고, 야 이렇게도 얘기가 되는구나 했다.

비상구란 그야말로 모두가 다 잘 알고있듯이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때 누구나 쉽게 찾아 급히 대피할 수 있도록 마련된 출입구로써 눈에 잘 띄게 표시해 놓는 것은 물론 평소에 이 “비상구”표시를 보면 경각심을 갖는다던지 안전을 연상케 해주는 표어와도 같은 계몽적 목적도 아울러 숨겨져 있다하겠다.

어쨌든 이런 출입구를 우리는 비상구라 부르고 있지만 이들은 이를 우리와 달리 “안전출구(安全出口)”라 부르고 있었다.

우리와 동행한 전 한국가스안전공사 부사장 김태영씨도 “맞아 그러고 보니까 저게 더 적절한 표현같은데…”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쓰고 있는 비상구란 표현은 “안전”보다는 “탈출”이나 “대피”를 강조하고 뜻하는 데 그치고 있는듯해 어딘지 모르게 다소 아쉬운 점이 있는데 비해 이들이 쓰고 있는 “안전출구”는 탈출이나 대피 등 비상구의 의미와 함께 넌즈시 “안전”까지도 일깨워주고 있는 듯 싶어 용어하나에도 세심한 배려를 기울인 이들의 심성과 여유가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다.

그러나 그 무엇에 앞서 우리가 느낄 수 있었던 중요한 것은 풍부한 인력과 지하자원 등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중국이 요란 떨지 않으면서 소리없이 꿈틀거리고 있다는 점이며 중국은 이미 발전속도에 상당한 가속이 붙은듯 하다는 것이다.

중국의 경제수준이 25년이내에 미국의 그것을 능가하리라는 것이 미국 스스로의 예측이라지만 이런식으로 가다가는 그 시기가 훨씬 앞당겨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고 우리가 허덕이며 그뒤를 쫓아가는 꼴이 되지 않을까하는 불안감마져 엄습해 우리 모두 정신을 버쩍 차려야겠구나 싶었다.

도시에 따라서는 일년에 고층건물 30~50개가 들어선다는 이곳 건설시장과 일부 선발업체가 진출을 시도하고 있어 다행인 중국 가스산업시장이 우리 기업들이 긴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갈 수 있는 “안전출구”가 될 수는 없을까 하는 순진한 희망과 소박한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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