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잘못을 거듭 저지르는 것 처럼 부끄럽고 어리석은 짓이 없다고 하는 데 가스사고 원인을 보면 그 어리석은 짓이 비일비재라 안타깝다.

인천시 부평구에 3층짜리 다세대 주택이 폭삭 무너지면서 6명의 사망자와 21명의 부상자를 낸 가스폭발사고를 겪은지 불과 반년 밖에 안됐는데 얼마전 또 막음 조치가 안된 남의 집 시설에 용기를 접속하고 가스를 공급해준 똑같은 원인의 사고가 발생해 우리를 또 한번 어처구니 없게 했다.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4층짜리 주상복합건물에서 발생한 사고가 바로 그것으로 건물 일부가 무너지고 거주자 한명이 2~3도 화상을 입었을 뿐 큰 피해가 없어 불행중 다행이라고들 하지만 경찰과 안전공사가 추정하고 있는 사고원인을 들어보면 피해 정도와 관계없이 기막히고 한심스럽기는 매한가지다.

이 건물 옥상에 있는 305호 시설에 용기를 접속하고 밸브를 열어, 연소기도 없고 막음조치도 않된 배관을 통해 누설된 가스가 체류해 있다 잠자리에서 일어난 부상자가 화장실에서 담배불을 붙이는 순간 점화 폭발한 것으로 보고 조사중이란게 경찰의 얘기이며 안전공사의 추정은 이 보다 좀 더 구체적이다.

보도된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9세대가 살고 있는 이 건물에는 각 세대별로 용기가 연결돼 있는 이른 바 중량판매시설이었는데 사고가 발생한 305호 시설에는 연소기가 설치돼있지 않았을 뿐 아니라 배관 막음조치도 돼 있지 않았으며 미루어 짐작컨데 무자격 시공자가 기준에도 맞지 않게 시공했던 것이 아닌가 보여지며, 가스판매업소 공급원은 또 가스 공급시마다의 의무사항인 사용시설 점검 조차 소홀했던 것 같고 더구나 306호에 연결했어야 할 용기를 305호 배관에 연결, 연소기도 없고 막음조치도 않된 배관을 통해 마냥 새어나간 가스가 일을 저지르고만 것 아닌가 보고 있다는 것이다.

3층에서 주문한 가스를 1년전 도시가스사용시설로 바꾼 1층에 막음조치도 없이 방치해 둔 시설에 확인도 점검도 없이 공급해 줌으로써 발생했던 부평에서의 사고와 어쩌면 그렇게도 일란성 쌍태아 처럼 쏙 빼 닮았는지. 그 안전불감증과 무책임, 위법성에 아연실색, 저절로 입이 벌어질 지경이다.

부평사고가 발생했을 때 우리는 비슷한 사고가 또 발생하지 않도록 교훈 삼고, 그나마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어 주기를 바랐으며 그런 분위기가 조성될 기미마저 있어 기대와 함께 위안을 삼았던게 사실이다.

그런데 불과 반년 남짓, 똑 같은 형태의 사고를 다시 겪고 보니 오로지 참담할 뿐 여기 저기, 관계자 두루 두루를 향한 원망만 앞선다.

지난 봄 서둘러 국무회의에 까지 보고한 가스공급원에 대한 특별교육계획부터 시작해 안전기기 보급활성화 등등 그 좋은 대책들은 지금 모두 어떻게 실천되고 있으며 특히 앞장서 사용자의 안전을 챙겨주어야 할 공급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행여 강건너 불보듯하거나 세월아 네월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고는 빈발하고 있는데 그 행보가 너무들 느리고 답답하기만 하다.

물론, 대부분의 사고가 사용자의 안전의식을 포함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총체적인 안전불감증에 상당한 원인이 있음도 짐작은 하고 있지만 그래도 당국의 미온적인 대처와 시책추진, 공급자의 아쉬운 안전의식과 고객관리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부주의와 과오를 부끄러워 하라 그러나 부주의나 과오를 반성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진 말라고 잔 쟈크 루소는 말했다.

용기 오접속, 막음조치 미비, 공급자의 의무 소홀 등은 분명 부끄러운 일이지만 다시는 그런 일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자고 다짐하고 실천하는 일이 부끄러운 것은 아니다.

이런 원인의 사고정도는 관계자들이 조금만 신경써 살펴준다면 넉근히 막을 수 있겠기에 분발을 기대하며 해 본 쓴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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