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환 박사(우 3번째)가 승소후 소송을 도와준 특허대리인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원자력 연구진이 독자 개발한 핵연료 피복관 관련 원천기술의 유효성을 놓고 세계 최대 원자력 기업과 5년 넘게 벌여온 국제 특허소송에서 승리했다.

16일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양명승)에 따르면 정용환 원자력융합기술개발부 박사팀이 자체 개발한 지르코늄 합금 핵연료 피복관인 ‘하나(HANATM) 피복관’ 관련 유럽특허에 대해 프랑스 아레바(AREVA)사가 유럽특허청(EPO)에 제기한 특허 무효소송에서 ‘특허가 유효하다’는 승소 판결을 받았다.

유럽특허청(EPO)은 세계 최대 원자력 기업인 아레바가 정 박사팀이 지난 2004년 EPO에 등록한 ‘하나 피복관’ 관련 유럽특허가 기존 특허에 비해 새로울 게 없다며 제기한 특허무효 소송 최종 평결에서 ‘무효 신청은 법률적으로나 기술적으로 근거가 없다’며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앞서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유럽특허를 획득한 이듬해인 2005년 아레바가 무효소송을 제기한 뒤로 국내 특허 전문가와 유럽 현지 법무법인의 조언을 받아 특허의 유효성을 놓고 5년 동안 방대한 양의 증빙 문서로 공방을 벌여왔다. 양측의 주장을 접수한 EPO는 이달초 독일 뮌헨으로 양측 관계자를 불러 구두심리를 벌인 뒤 이같이 평결했다.

이번 승소는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수주 및 UAE 원전 수주 등 최근 세계 원자력 시장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국의 원천기술 확보를 저지하기 위한 원자력 선진국의 소송 공세에 정면으로 맞서 얻어낸 승리로 우리나라 원자력 연구진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원천기술의 가치를 국제적으로 공인 받은 것이어서 의의가 크다.

양명승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은 “원자력분야 세계 최고 기업인 아레바가 특허소송을 제기했다는 것은 우리가 개발한 원천기술의 가치가 그만큼 높다는 반증”이라며 “이번 승소는 국제 공인기관으로부터 신기술을 인증받은 것이나 다름없는 만큼 관련 기업과 협조해서 ‘하나 피복관’의 빠른 상용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핵연료 피복관은 원자력발전소의 연료인 핵연료의 핵심 부품임에도 아직 국내 독자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유일한 부품으로 개발에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요구돼 아레바와 미국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 등이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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