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박동위 기자] 국내 태양광산업의 매출은 거의 해외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유럽 재정위기 여파 및 유럽의 정부 보조금 축소에 따른 수요 급감으로 업황이 악화되면서 해외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안정적인 내수시장을 창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내수시장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수출경쟁력도 한계가 있는 만큼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내수시장을 확대해 생존 기반을 확보하는 한편 해외 시장의 다변화를 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협소한 국내시장, ‘홈그라운드’가 없다

국내 태양광산업은 아직 내수기반이 취약해 매출의 80%를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공격적인 증설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정부차원의 지원을 받고 있는 중국업체와의 경쟁을 고려할 때 해외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지난해 상반기의 독일과 이탈리아의 보조금 삭감은 태양광시장을 직접적으로 위축시켰으며 2011년 하반기 이후 본격화된 재정위기는 태양광산업에 대한 수요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중국, 미국, 일본 등 신흥시장 중심으로 진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 신흥시장으로의 진출은 더딘 상황이다.

이러한 해외시장의 환경은 수출로 먹고살아야 하는 국내업체엔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해외시장에서 점점 중국을 뒤쫓기에도 급급한 처지가 되고 있으며 중국, 일본 등의 업체들은 자국 내 태양광발전소 건설 수주를 확대해 유럽에서 줄어든 수요를 만회하는 한편 자국의 산업을 보호·육성하기 시작했다.

스스로 태양광 수요를 창출해 어려워진 자국 태양광산업을 먹여 살리고 그 수요를 기반으로 다시 시장이 활성화될 때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자국 보호무역으로 인해 외국기업인 한국업체의 신흥시장 진출 또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해외수출에 집중하고자 내수시장을 등한 시 하던 국내기업들도 작은 물량이라도 확보하기 위해 내수시장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 국내 태양광산업의 현실이다.

그러나 기업들의 공장 가동률이 한 때 30% 수준에 머무르는 등 시장상황이 크게 위축되며 국내 태양광산업의 존폐 위기가 온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솔라앤에너지에 따르면 2010년 17.5GW였던 태양광설치시장은 지난해 23.2GW로 약 32% 성장한데 이어 올해는 26.7GW 규모를 형성할 전망이다. 국가별로는 독일이 지난해 보다 2.5GW 감소한 5.0GW로 나타났으며 이탈리아 4.8GW, 중국 4.3GW, 미국 3.5GW, 일본 1.8GW 순으로 예상했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170MW에 이어 올해 240MW의 내수시장이 조성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기업들로선 국내시장이 협소하게만 느껴지는 시장규모다.

태양광산업은 여전히 미래 성장성이 높은 매력적인 산업이다. 태양광산업의 시장규모는 향후 반도체시장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해외시장 진출의 발판으로 삼을 만한 내수시장이 부족한 국내 태양광산업은 이래저래 답답한 상황이다.

 

국내외 태양광산업 전망

2000년대 후반 고성장세가 지속되던 태양광산업은 지난해 하반기 유럽 재정위기 여파 및 유럽의 정부 보조금 축소에 따른 수요 급감으로 업황이 악화됐다. 올해 세계 태양광발전 설치규모도 기존 전망의 약 70% 수준인 33GW에 그칠 전망이다.

태양광산업 밸류체인부문별 단가는 전년비 40~50% 하락했으며 주요 업체의 가동률 또한 50% 수준을 기록하면서 태양광산업 업황은 급격히 악화됐다. 지난 1년 사이 폴리실리콘 46%, 웨이퍼 58%, 셀 53%, 모듈 34%의 단가가 하락했다.

이와 같이 태양광산업 내 수요감소와 가격하락이 이어짐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요 태양광 생산업체들의 수익성은 급격히 악화됐다. 2010~11년 잉곳/웨이퍼부문의 합산 영업이익률은 20.0%에서 2.2%로, 셀/모듈부문은 20.8%에서 3.5%로 하락했다. 이에 따라 향후 1~2년간 태양광시장 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세계 태양광 설치규모는 전년비 20% 이상 확대됐으나 공급과잉과 가격 경쟁으로 단가가 하락하면서 금액 기준 시장규모는 15% 이상 축소됐다.

이에 따라 지난 2년 간 투자가 급격히 확대됐던 중국과 미국 그리고 국내 태양광업체들 또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동을 중단하거나 사업을 철수하기에 이르렀다.

미국의 스펙트라와트, 에버그린솔라, 솔린드라 등이 도산했으며 중국은 각 벨류체인별로 약 40%의 업체가 가동을 중단했다.

국내에서도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다수의 업체들이 사업정리 및 매각절차 중이다.

세계 태양광 제품 공급이 수요 대비 2배 이상을 초과하고 있어 공급과잉 해소를 위한 태양광 업계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NPD솔라버즈에 따르면 향후 5년 내 폴리실리콘 업체는 30개에서 7~8개로, 웨이퍼 업체는 60개에서 15~20개로, 셀/모듈 업체는 100개에서 20개로 감소 추정된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태양광산업 내 공급과잉은 점진적으로 완화될 전망이며 구조조정에서 생존하게 된 업체들이 향후 시장을 주도하게 될 전망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태양광시장이 크게 확대되면서 그동안 유럽이 주도해왔던 글로벌 태양광시장은 점차 중국과 미국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2010년 8%에 불과했던 미국과 중국의 비중은 올해는 29.2%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 태양광산업, 효과적인 육성을 위해

태양광산업이 그리드패리티에 도달 시 수요는 5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며 2015년부터 태양광산업은 다시 성장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가 강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태양광발전의 경제성은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즉 현재의 태양광산업 위기 상황에서도 지속적인 설비투자를 통해 살아남는 업체들은 향후 가격 및 기술경쟁력 측면에서 시장우위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나 그렇지 못한 업체들은 경쟁력 악화로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기업들이 태양광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선별적인 투자와 신흥시장 진출이 필요하다. 국내 태양광기업들이 태양광산업 성장기의 수혜를 누리기 위해서는 최소 2~3년간 공급과잉 및 수익성 악화에 따른 침체기를 극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기업들은 무리하게 수직계열화를 추진하기 보다는 강점을 지닌 부문에 대한 선별적 투자를 통해 규모의 경제 및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 시 돼야할 것이다.

또한 중국과 미국 등 태양광발전 신흥시장으로의 진출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해 선제적인 수주 및 장기거래계약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중국과 미국의 태양광발전소 확대로 향후 EPC업체들의 사업기회 확대가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 국내 태양광산업은 수익 악화로 많은 기업이 움츠리고 있는 상황이다. 태양광산업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을 때 국내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무엇보다도 내수시장을 확대해서 생존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으로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 그리고 독자적으로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재편성에 들어간 태양광산업에서 국내기업들이 일정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선 그리드패리티가 다가오는 2015년까지 버틸 수 있는 내수시장의 확대가 절실해 보인다.

 

 

▲ 국 자 중 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
태양광업계를 대표하고 태양광산업의 방향타 역할을 하고 있는 태양광산업협회의 올해 주요 사업계획을 보면 내수확대와 금융환경 개선 그리고 해외시장 진출여건 개선에 맞춰 주요 실행계획을 수립했다. 이는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태양광기업들의 요구에 맞춘 포석으로 해석된다.

국자중 상근부회장을 만나 최근 태양광업계의 주요 현안과 내수시장 확대를 위한 협회의 주요 추진사항에 대해서 들어봤다.

 

 


“내수시장, 해외진출 밑바탕”
△해외 태양광시장에서 국내 기업 경쟁력은

현재 태양광산업의 화두는 비용경쟁력이다. 중국 태양광산업의 핵심경쟁력도 알려진 대로 비용경쟁력이다. 솔라앤에너지의 분석을 보면 우리 기업들의 제조원가는 중국 top-tier 업체들보다 15~20% 정도 높다.

우리나라가 중국처럼 낮은 인건비로 승부를 볼 수도 없다. 우리가 비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은 결국 기술력이다. 태양광산업과 유사한 반도체, LCD에서도 우리 기업들은 기술력으로 비용경쟁력을 확보했다.

LCD산업에서 삼성과 LG는 일본, 대만 업체들 보다 한 발 앞서서 마스크수를 줄이며 관련된 수십개의 공정을 줄였다. 기술개발로 비용경쟁력을 확보한 것이다. 태양광산업에서도 이와 같이 기술력을 통한 비용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 공정 감축, CTM Loss개선, 자동화 확대, 저단가 고효율 공정 개발 등이 있다.

아울러 일본의 ‘All Japan 프로젝트’처럼 공동 연구개발 확대를 통해 개별 기업들이 기술개발하며 겪게 되는 시행착오와 비용을 줄이고 성과를 공유하는 체제의 구축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협소한 내수시장, 이에 대한 견해는

국내 태양광산업 발전을 위해 내수시장 확대는 빼 놓을 수 없는 과제이다. 내수시장은 해외시장 변동에 대한 완충작용과 국내기업들의 해외진출에 필요한 신인도 축적의 역할을 해 주기 때문에 우리 태양광산업의 해외진출을 활발하게 하는데도 밑바탕이 된다.

중국은 글로벌 태양광시장이 악화되자 지난해 전국에 걸쳐 FIT를 실시하는 등 수출중심에서 내수시장 병행육성으로 정책방향을 틀어 자국의 태양광기업들에게 안정적인 시장을 제공하려 했다.

물론 우리나라도 RPS를 통해 국내 태양광시장의 성장이 기대되지만 세계시장에서 국내시장이 차지하는 규모로 보나 우리 태양광기업들의 생산용량을 보더라도 내수시장은 여전히 아쉬운 영역이다.
           

△내수시장 확대 위한 방안

우리나라의 태양광발전 보급목표가 너무 낮다. 늦어도 2030년까지 우리나라 전체 발전량의 5% 이상을 태양광발전으로 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발전량의 10%를 태양광발전으로 하는데 필요한 면적은 남한 면적의 1%도 되지 않는다. 먼저 적극적으로 태양광발전의 보급목표를 늘려야 한다.

기업들은 우리나라 내수시장에서 양질의 제품과 서비스가 유통되도록 해야 한다. 한 때 태양열 시스템이 우리나라에서 활발하게 보급된 적이 있지만 부실시공과 저질 제품의 범람으로 그 열기가 사그라진 뼈아픈 사례가 있다.

아쉽게도 태양광발전에도 이런 사례가 재발돼 내수확대에 걸림돌이 됐다. 2008년 전후로 보급 붐이 일면서 여러 부실시공과 사후관리 불량 문제 그리고 중국산 불량품의 유통이 다발하면서 소비자 불만이 곳곳에서 나왔다.

근본적으로 태양광발전 수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그 필요성과 가치가 널리 인식돼야 하는데 이러한 부실시공과 불량품 문제는 보급확산의 커다란 장애물이 된다. 기업들도 내수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국내시장에 양질의 서비스와 제품을 공급해야 한다.


△협회가 추진하고 있는 방향은

RPS제도와 관련 태양광분야의 목표 확대와 지식경제부 등 중앙정부에 대한 건의는 내수확대를 위해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여기에 또 다른 내수확대 전략으로서 지자체와의 협력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중국이나 일본이 중앙정부의 지원정책 외에 각 지방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활발하게 보급을 늘리고 있으므로 우리도 이런 지자체 차원의 보급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얼마 전에 충청북도와 협회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또한 서울시의 원전 1기 줄이기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해 태양광발전이 보급되는 또 다른 틀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태양광업계나 정부에 전하고 싶은 말

현재 태양광산업이 당면한 과제 중에 금융환경 개선 문제가 시급하다. 우리나라의 태양광산업은 신생산업에 고위험산업으로 분류돼 그동안에도 태양광기업들의 금융비용이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

여기에다 지난해 태양광산업의 업황이 나빠지면서 태양광기업들에 대한 금융여건이 상당히 안 좋아졌다. 대출중지, 조기대출 상환요구, 신용강등, 방대한 자료요구 등 금융압박이 심해지면서 우리 태양광기업들이 제일 많이 하소연을 하고 있는 분야가 금융이다.

최근 많은 모듈기업들이 시스템사업 쪽에 함께 진출하고 있다. 우리의 내수시장이 좁은 만큼 해외 태양광발전소 개척을 통해 우리 태양광제품들의 시장창출도 가능하다.

이러한 시스템사업의 활성화에도 금융기관의 활발한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필요하다. 태양광발전소 개발사업은 보통 파이낸싱이 투자비용의 7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역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확보사업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태양광발전사업을 통해 15∼20년간에 걸쳐 IRR 13~15% 혹은 적어도 7~8% 이상의 안정적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양광산업 발전을 위한 견해

반도체와 LCD는 태양광산업의 선배이다. 이들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산업의 이니셔티브를 쥐고 있지만 우리나라도 이들 산업의 후발주자였다. 하지만 이들 산업에 불어 닥친 회오리 속에서 생존하며 산업의 주도권을 잡게 됐다.

이런 산업의 변천과 흐름은 LCD와 유사한 태양광에도 적용될 수 있다. 현재 산업의 주도권은 중국이 쥐고 있고 우리 태양광기업들의 위상은 아직 작다. 하지만 태양광산업 자체가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우리가 독일, 일본 심지어는 중국에 비해 뒤늦게 참여한 반도체와 LCD에서 산업의 변혁기에서 성장의 기회를 잡았듯 아직 역사가 일천한 태양광산업에서도 그런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단 태양광산업은 상추 농사짓듯 씨 뿌리고 금방 걷어먹을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길게 호흡하며 기다려야 하는 산업이다. 우리나라 태양광산업의 위상에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는 대신 산업의 변동이 우리 산업의 성장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더욱 거름을 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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