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전기요금을 비롯해 도시가스요금, 집단에너지 열요금 등 에너지요금이 세간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정부에서는 그동안 에너지요금 억제를 통해 물가관리에 집중했다. 특히 선거철에는 더욱 그랬다. 올해 2번의 선거 중 총선은 지난 4월 치러졌고 오는 12월 대선이 기다리고 있어 표를 의식한 정부의 에너지요금 인상은 사실상 소폭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전기요금을 비롯해 도시가스요금, 열요금 등의 조정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총선을 끝나면서 요금인상에 대한 당위성을 들며 정부에 에너지요금 현실화를 요구하고 있다.


△에너지소비 왜곡 심각, 전기요금

전기요금 현실화는 그동안 수차례 지적돼 왔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의 시작과 연료가격의 지속적 상승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은 인상되지 않았다. 이 정책이 현재까지 지속됨에 따라 지난해 전기요금 원가회수율 87%, 한전 재무구조 악화를 가져왔다. 특히 냉난방을 중심으로 타에너지원으로부터 이전수요의 지속적 증가로 인해 전력소비의 악순환고리가 형성됐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지난 9.15 순환정전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6월 초순임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냉방수요로 인한 전력예비율을 걱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의미있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높은 수준의 전기소비를 줄이기 위해 생산비용에 맞춰 전기가격을 조정하며 한국의 낮은 전기요금이 에너지사용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또 최근 공개된 ‘아시아 전기요금 비교자료’에 따르면 산업용 평균단가는 우리나라가 kWh당 94.8원으로 말레이시아(105.9원), 태국(112.7원), 대만(115.9원), 중국(153.2원), 일본(194.9원) 등 조사대상 9개국 가운데 가장 싸다. 가정용의 경우 우리나라는 kWh당 115.4원으로 말레이시아, 중국 다음으로 저렴하다.

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싸면서 에너지소비 왜곡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1차에너지보다 2차 에너지가격이 저렴하다보니 전열기 사용이 급증하고 주물공장이나 비닐하우스 등에서 석탄과 유류대신 전기를 사용하면서 에너지왜곡이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한전의 누적 적자도 문제다. 2008년 당기순손실 2조9,525억원, 2009년 777억원, 2010년 1조4,782억원, 2011년 3조5,141억원 등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누적적자만 8조225억원에 달한다.


△가스公, 재무구조 악화

도시가스 요금 인상이 계속 지연되면서 한국가스공사의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있다. 정부가 원료비를 유가와 환율에 연동시키는 원료비 연동제를 제대로 적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요금조정의 투명성과 객관성 확보, 자원의 합리적 배분, 사업자의 경영 안정성 보장과 해외자원개발 및 공급지역의 확대 등의 에너지정책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1998년 8월부터 원료비 연동제가 시행됐다.

하지만 2008년 1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24회의 원료비 조정건 중 4회(약 17%)만 원칙적으로 적용됐을 뿐이다. 유가와 환율이 폭등하면서 실적원료비가 급등한 2008년 3월부터 2010년 8월까지 원료비연동제가 유보(2008년 11월과 2009년 6월 일부 조정)됐다. 2010년 9월 이후 연동제가 재시행됐지만 2011년 5월 이후 현재까지 일부반영과 미반영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스요금 미수금(누적)은 2007년 1,000억원에서 2008년 3조5,000억원, 2009년 4조6,000억원, 2010년 4조2,000억원, 2011년 4조4,000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올해 1월, 3월, 5월도 요금이 조정되지 않아 미수금 잔액은 4조8,0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가스공사의 관계자는 “미수금 회수 지연 시 기존 외화차입금 조기상환 요구, 사채 발행 어려움, 신용등급 하락 등으로 금융비용이 증가하면서 요금인상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열요금 억제, 집단E업계 ‘고사위기’

열요금 억제정책이 지속됨에 따라 집단에너지업계는 고사위기에 처해 있다.

주연료로 사용하고 있는 LNG를 비롯해 벙커C유 등의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은 열요금 인하를 위해 소각폐열 및 하수열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열요금을 억제하고 있어 사업의 존폐 기로에 놓여 있다.

지난 1일 정부가 지역난방 열요금을 6.5% 인상하는 선에서 업계와 협의를 이뤄냈지만 공기업인 지역난방공사 조차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당초 지역난방공사을 비롯해 지역난방 사업자들은 17%의 열요금 인상요인이 발생했으나 서민 물가 안정 차원에서 인상분을 8.3%만 적용하겠다고 신고했다. 또한 경기CES, 부산정관에너지 외 구역전기사업자들은 각각 9.9%, 9.99% 등 사업실정에 맞춰 열요금 인상분을 정부에 신고했다.

이들은 정부 신고분인 인상률을 고수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취했으나 결국 경기CES와 부산정관에너지를 제외하고는 정부가 제안한 6.3% 인상에 그쳤다. 이번 결정이 향후 집단에너지 사업자들의 경영난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게 업계의 주장이다.

특히 경기CES는 지난 5월 가스공공급이 끊겨 양주고읍지역에 집단에너지 공급을 중단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3개월분 가스요금인 33억5,000만원을 경기CES가 내지 못해 대륜E&S는 가스공급을 전면 중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경기CES는 전기는 한전에서 받아 재판매하는 형식으로 운영 중이며 열은 HOB로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난방공사가 2대 주주인 수완에너지 역시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23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처럼 열요금 억제가 지속된다면 제2의 케너텍 사태가 속출할 것이라는 게 관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난제 중 난제, 어떻게 풀 것인가

6월7일 오후 3시 지난해 블랙아웃 위기로 몰고 갔던 9.15 이후 전력예비율을 밑도는 전력량을 기록하며 정부를 비롯해 관련업계에서는 진땀을 흘렸다. 오는 2014년까지는 신규 발전소 건설이 없어 사실상 한시도 블랙아웃에 대한 경계심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97%의 에너지를 수입하고 있다. 에너지수입비용만 195조원으로 2011년 국가예산 309조원의 63% 수준이다. 이는 반도체, 자동차, 선박 등을 수출해 벌어들이는 금액보다는 많다. 그만큼 세계적인 에너지위기 상황에서 취약할 수 밖에는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에너지요금 현실화는 당장 산업계와 국민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커진다는 점에서 반발이 예상된다. 그러나 현 요금체계에서 가장 혜택을 보는 기업이 대기업이라는 국정감사에서 한 국회의원의 지적처럼 사상최대 이익을 내고 있는 대기업에게 혜택을 주는 요금체계 개선은 시급하다. 다만 어려움에 처해 있는 중소기업을 배려한 다양한 요금제 도입이 필요하다.

정부에서는 에너지절약으로 현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지만 에너지수급체계의 구조적 문제인 천연가스의 동고하저, 전력의 하고동저를 개선하기 위한 요금체계를 개선하지 않으면 대규모 블랙아웃 등 앞으로 국민을 비롯해 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치적 고려가 아닌 국가의 지속성장을 위한 고려가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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