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이 정한 ‘세계 물의 해’와 3월 22일‘세계 물의 날’에 때 맞추어 일본 교토(京都)에서는 16일부터 23일까지 세계 130 여개 나라 정부대표와 NGO, 물 전문가와 과학자들이 모여 ‘제3회 세계 물 포럼’을 열었는데 여기서 지구촌의 물 부족과 수질오염을 막아 줄 한가지 방안으로 아주 희안한, 그러나 주목할만한 제안이 있었다.

내용인즉, 우리도 옛날부터 사용해 오던 재래식 화장실인 ‘뒷간’에 관한 것이었는 데 교토 포럼에 참가한 이른 바 세계적인 물 전문가들과 과학자들이 배설물을 일거에 처리해 주는 수세식 화장실보다 재래식 화장실 뒷간이 물 부족 문제 해결에 훨씬 효과적이며 친환경적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는 얘기다.

수세식 화장실과 하수시스템이 물 부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으며 식수원인 강물도 오염시키고 있음을 지적한 이들은 특히 인구가 많고 물이 적은 개발도상국에서는 배설물 처리에 쓰이는 물 때문에 먹어야 할 물마저 갈 수록 부족해진다고 했으며 그 중에서도 스웨덴 국제개발기구의 벤 요한슨 박사와 영국의 물 전문가 마이클 루스 박사 같은 이들은 그 누구 보다도 적극적으로 현대식 화장실은 비용이 비싸고 너무 물을 많이 쓰기 때문에 바람직 하지 않다며 배설물을 물로 씻어 버리지 않고 모아서 거름을 만들어 주는 보다 친환경적인 재래식 뒷간 방식을 채택하자고 역설했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포럼에서 몇가지 친환경적인 화장실 시스템을 선보인 일본화장실협회에서는 설거지나 빨래하는 데 사용한 물을 다시 모아 재활용하는 기술과 함께 배설물을 발효시켜 연료로 쓸수 있는 바이오 가스 만드는 기술도 선보였다고 하는 바 일석이조(一石二鳥)라고나 할까, 물 부족도 덜고 땔감까지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면 UN으로 부터 이미 물 부족 국가로 경고를 받았으며 3년뒤 2006년 부터는 물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이라는 우리도 강건너 불 보듯 할 일이 아니라 서둘러 뒷간으로의 회귀(回歸)를 심각히 고려 해 보아야 할 처지가 아닐런지 모를 일이다.

여하튼 식수원의 오염은 이렇게 세계 어느나라나 심각해 만년설을 이고 있는 히말라야의 나라 네팔도 예외 일수 없어 성스러운 어머니의 강이라는 갠지스강의 원류 바그마티강의 수질도 매년 50여만명씩 몰려드는 외국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 때문에 극심한 오염에 시달리고 있으며 오염은 남부로 갈 수록 더 심해 식수로 쓰고 있는 지하수가 물에 에이즈라고 하는 비소(砒素)로 오염돼 생명과 구원의 상징이었던 ‘히말라야 신(神)의 물’이 ‘죽음의 물’이 돼 가고 있다 할 정도다.

지구촌에서 비교적 오염이 덜 된 곳으로 청정한 환경, 깨끗한 수자원을 자랑삼던 네팔의 강물마저 쓰레기 때문에 저렇게 몸살을 앓고 있다는 데 우리 형편은 어떤가, 우리의 계곡과 하천, 오대강의 수질은 과연 안전한가, 행락객들의 쓰레기로 부터 보호 받고 있으며 안전하게 보존되고 있는가, 꽃 소식과 함께 곧 행락철이 들이 닥칠 때라 은근히 걱정이며 장마철이면 쓰레기가 산더미 처럼 떠 내려와 강마다 댐마다 강물이 보이지 않을 만큼 덮어 버리던 끔직한 광경이 떠올라 더욱 불안하다.

안전하고 깨끗한 물은 그 나라의 발전 정도를 측정하는 주요 지표가 된다고 캐럴 벨러미 유니세프 총재는 말했다.

깨끗한 물을 마신 국민이 그렇지 못한 물을 마신 국민들보다 더 건강하고 안전한 삶을 누릴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깨끗한 물을 갖고 있느냐 더러운 물을 갖고 있느냐 하는 문제는 이제 우리 모두가 직면한 생존의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점에 와 있다.

각설하고, 국제회의 석상에서 냄새나는 뒷간 얘기까지 해가며 물 부족과 수질오염의 위기를 극복하기위해 힘쓰자는 것도 두말할 나위 없이 우리의 다음 세대들이 깨끗한 물을 걱정없이 마시고 쓰게 해주자는 간절한 소망 때문이란걸 모를 사람이 있을까. 그것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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