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수 IIR 한국위원회 회장(서울대 교수)
[투데이에너지 강은철 기자] 국제냉동기구(IIR: International Institute of Refrigeration)는 1908년에 프랑스에서 창설돼 1920년에 국가간 기구로 변경됐다. 냉동분야의 연구와 기술개발을 통해 인류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고자 활동하고 있으며 UN의 협력기구다. 현재 61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1998년도에 가입했다.

IIR 한국위원회는 냉동공조분야 전문가로 구성돼 있으며 국제무대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해 의견도 제시하고 국내 산업성장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펼치고 있다. 한국위원회 분과위원회는 △A1 저온물리학, 저온공학 △A2 가스액화 및 분리 △B1 열역학 및 열물질전달 △B2 냉동기계 △C1 저온생물학, 의학응용 △C2 식품과학 및 식품공학 △D1 냉동저장 △D2 냉동수송 △E1 공기조화 △E2 열펌프 및 에너지회수 등 총 10개 분과로 운영되고 있다.

IIR 한국위원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민수 서울대 공과대학 기획부학장(기계항공공학부 교수·IIR 운영위원회 부회장)을 만나 국내 냉동공조산업 발전방향 및 한국위원회 주요 사업목표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국내 냉동공조산업을 평가한다면

우리나라 냉동공조산업은 냉장고, 에어컨, 히트펌프, 냉동기 등의 단위기기 생산, 수출 이외에도 건물 냉난방, 공기조화, 냉동냉장장치 등 설비분야까지 포함하고 있으며 2012년 기준 생산규모 8조원, 수출 50억불을 달성해 수출주도형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국내 냉동공조산업은 세계 4위의 자리를 유지하며 당분간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지만 핵심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은 매우 필요한 상황이다.


△ICR 유치 등 한국위원회 올해 주요사업은 

2009년 국제냉동기구 집행위원회에서는 2015년에 개최될 국제냉동학술대회(ICR: International Congress of Refrigeration) 개최지를 선정했다. 한국위원회를 비롯해 일본, 이탈리아, 요르단 등 4개국이 유치신청을 했는데 아깝게 일본에게 자리를 내줬다. 일본은 1등급 회원 가입국 중 ICR 개최를 한 번도 하지 못한 나라는 일본뿐이라는 주장을 했으며 이러한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가입한 지 10여년밖에 안됐지만 젊은 연구자들이 매우 많고 산업 발전도 왕성하게 진행되고 있어 ICR을 개최할 경우 재정적 지원이 가장 좋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치팀도 각국에 파견해 홍보도 했으나 선정되지 못했다. 올해는 2019년 대회 개최지를 선정하는데 우리나라도 준비해 재도전할 예정이다. 올해 주요사업 중 가장 핵심이기도 하다. 오는 2월 파리에서 IIR 운영위원회가 열리고 6월 집행위원회 투표로 최종 결정된다. 

오는 3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HARFKO와 연계한 제6회 한국냉동공조학술대회 개최도 한국위원회의 올해 주요사업 중 하나로 조직위원장 선임, 학술대회 규모 결정, 논문 모집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전세계 냉동공조분야 이슈는

현재 전세계적으로 친환경 냉매 개발 및 선정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지구온난화지수(GWP: Global Warming Potential)가 150 이하인 냉매 적용을 요구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R32 냉매 사용을 적극 추천하고 있다.

이러한 냉매선정은 관련 기기의 설계, 생산, 유지보수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관련 특허도 해당국에서 많이 출원해 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냉매 생산 및 적용에 있어 세계적인 주도권을 잡지는 못하고 있어 걱정이 많이 된다.

이와 함께 냉장고, 에어컨 등 기기효율에 대한 규제도 상당히 가시화됐다. 효율이 낮은 기기는 아예 수출, 수입에 불이익을 주거나 등급제를 실시함으로써 기기효율을 높이도록 하는 것이다. 거시적으로는 세계 경기 침체에 따라 설비투자 감소로 인한 시장위축도 큰 관심사다.


△친환경냉매에 대한 우리나라 대응방안은

친환경냉매를 통한 냉동공조시장 재편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구온난화지수를 통해 규제하는 국가도 늘어났으며 신냉매를 개발해 성능, 수명, 안정성 등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고 이야기하는 냉매제조기업들도 많아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냉매산업이 글로벌화되지는 못하고 있는데 새로운 냉매를 개발해 전세계를 제패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보다는 세계시장에서 광범위하게 통용되는 냉매를 단기, 중기적으로 사용하고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차제에 새로운 개념의 냉동·에어컨·히트펌프시스템을 개발하는 것도 배제해서는 안된다.


△시스템에어컨의 전력피크 논란도 여전한데

최근의 전력피크는 엄밀히 말해 전력을 이용한 산업 생산이 타에너지원을 이용한 생산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산업용 전력비용이 원가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공급됐기 때문이다.

가정용이나 건물용 전력수요는 상대적으로 적고 그 중에서 난방에 이용되는 것은 일부다. 전력피크가 예상될 때 제철, 제련, 시멘트 등 산업생산을 줄이도록 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력을 이용한 직접난방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전기난방기, 전기히터, 온풍기 등은 전기를 직접 열로 바꾸는 기기로 기름이나 가스를 연소시키는 경우와 비교해 약 40%의 에너지만을 열로 이용하는 것이다.

반면 시스템에어컨은 히트펌프라고 말하는 것이 맞는데 전기를 이용해 냉매를 압축하고 외기로부터 열을 흡수해 실내로 보내는 효율적인 기기다. 유럽의 경우 특정 열원을 이용하는 히트펌프를 효율 높은 신재생에너지기기로 분류하고 있다. 시스템에어컨(히트펌프)이 전기를 이용하는 난방기기인 것은 맞는데 전열기와 동일 시 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 것이다.


△공조분야도 신재생에너지와의 결합이 중요한 이슈인데

냉동공조기기는 태양, 공기, 물, 땅 등의 요소와 에너지를 교환하며 열을 한 쪽에서 다른 쪽으로 보내고 있다. 지열은 이 중 일부다.

이를 앞으로 확장해 태양열 이용, 공기와의 열교환, 수열원 이용, 지열 이용 등을 적용하는 시스템에 대해 신재생에너지기기로 인정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본다. 앞으로는 이러한 방향으로 정책이 수립되고 추진돼야 한다.


△국내산업의 해외경쟁력은

우리나라 냉동공조산업의 국제경쟁력은 창의적 고급인재들이 냉동공조산업분야에서 설계, 생산, 품질 등 분야에서 헌신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품 자체의 고성능, 고효율도 장점이며 국제 정세에 맞춰 친환경, 다기능성을 겸비하고 있다. 가격이나 제품 컴팩트화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


△국내 냉동공조산업이 나아갈 방향은

세계 탑 브랜드로서 자리잡기 위해서는 신개념 설계, 제품 신뢰성 향상, 사용 편의성 증대, 소비자 친근성 확대 등이 앞으로 적용해야 할 대목이다. 시장 확대를 위한 기업과 정부의 노력, 그리고 새로운 아이디어 적용을 위한 대학, 연구소에서의 연구개발이 중요하다.

다양한 인력양성을 위해 종합대학, 전문대학, 특성화고 등도 지원해야 한다.

정부도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서 새로운 생각을 냉동공조분야에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고 기업의 판로 개척을 위한 노력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국제전시회 참여 지원, 각국 인적네크워크 형성 지원 등에 힘써야 한다.

대기업도 더욱 성장해야 되지만 중소·중견기업도 국제경쟁력을 지닐 수 있도록 연구개발 및 시설투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의 고급 IT기술을 융합적으로 접목해 냉동공조시스템이 새로운 기능과 특성을 갖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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